시련의 공릉천 하구 ‘습지보지역’ 지정을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공릉천 습지가 개발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한강유역환경청이 공릉천 하구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195억원을 들여 공릉천 하구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로 서식지를 잃은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공사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공릉천은 경기 양주시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시로 흐르는 한강 마지막 지천으로, 수도권에서 자연 하천으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이날도 흰꼬리수리, 노랑부리저어새, 쇠백로 등 10여종 이상을 습지에서 마주쳤다. 이처럼 공릉천 하구 일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들을 포함한 양서류,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다.
생태학적으로 가치 있는 공릉천 하구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아직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습지보호지역은 국가나 시도에서 습지의 자연 생태가 특별히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보호구역에선 건축물이나 인공구조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 없다. 동식물이나 흙 채취는 물론 취사나 야영 행위도 금지된다.
지난 2006년 4월17일 공릉천 하구 습지는 파주시의 보존 약속을 전제로 제외됐다. 이후 하천 정비 사업 공사가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농경지와 공릉천을 오가는 습지 생물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박평수 대표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개체 수를 조사하지 않고 공사부터 진행했다. 환경영향평가서상 법정보호종 보호 대책도 제대로 안 나온 상태”라며 “시민 모니터링으로 개체 수 변화를 체크하고 있는데, 철새 등의 월동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U자 배수로를 ‘죽음의 수로’라고 불렀다. 그는 “성인 남성이 빠져도 못 올라올 높이”라며 “붉은발말똥게와 개구리 종류를 포함해 야생동물들은 (U자 배수로에) 빠지면 올라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수원청개구리, 삵 등은 공릉천 하구에 터를 잡고 있다. 가로 2.5m, 깊이 2.5m의 콘크리트 배수로는 한눈에 봐도 추락 위험이 커 보였다.
제방 위 도로 아스팔트 포장 사업도 문제다. 도로포장 후엔 지나가는 차량 속도가 빨라진다. 흙길을 자유롭게 건너던 동물들은 로드킬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릉천 하구는 특히 비가 오는 날엔 붉은발말똥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다니는 곳이다. 박 대표는 “맨발로 이곳을 걷는 시민들은 도로포장에 반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정치권에서도 공릉천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환 의원은 “공릉천 하구 습지 개발 관련해 누구도 중재나 조율 역할을 안 하고 있다”며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생태 귀중함을 알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도 생태 관광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공릉천 하구를) 경기도의 보물로 가꿀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경기도민청원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의견수렴 기간인 30일 동안 청원이 1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경기도는 정책 반영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후 경기도지사는 해당 청원에 대해 직접 사안을 검토한 뒤 답변해야 한다. 국가 지정 습지보호지역의 경우 환경부나 해양수산부가 지정하고 있지만,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장도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예솔 쿠키뉴스 기자 ysolzz6@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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