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손에도 종양이…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

이해림 기자 2024. 2. 2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손 양성종양 명의’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한수홍 교수
수 년간, 그 어떤 병원을 다녀도 해결되지 않는 손끝의 통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던 환자가 있었다.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한수홍 교수(대한수부외과학회 이사장)는 이 환자의 손끝을 보다가 무언가 시퍼런 게 있음을 발견했다. 한 교수는 환자에게 사구체종을 진단하고, 환자의 아홉 손가락 손톱 아래 있는 종양을 수술로 제거했다. 사구체종이 이렇게 많은 손가락에 한꺼번에 생기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의학 저널에 사례 보고도 마쳤다.

손도 신체 일부인 만큼 당연히 양성 종양이 생긴다. 별 증상이 없을 때도 있지만, 손 움직임이 불편해지거나 통증이 심한 환자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다른 수부 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손에 생긴 통증이 종양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때에 양성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한수홍 교수에게 물었다.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한수홍 교수​./사진=분당차병원 제공
- 손에 양성종양이 생긴 환자들은 보통 어떤 증상으로 내원하나 

‘무언가 만져진다’며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가장 많다. 손은 조직들이 밀집해있고, 신경 분포도 많은 데다가 피부가 얇아 혹 같은 것이 생겼을 때 인지도 빨리 되는 편이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반대쪽 손과 비교했을 때 이상함을 느끼기도 쉽다.

다음으로는 손을 움직일 때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한 감각이 있어서 오는 사람이 많다. 관절 주변에 종양이 생겼거나, 종양이 신경을 누르고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잘 생긴다. 통증이 생겨서 오는 사람도 있다. 신경이나 혈관에 관련된 종양은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손 엑스레이를 찍었다가 뼈에 혹 같은 것이 발견돼 내원하기도 한다. 뼈에 양성종양이 생기면 그 부분이 팽창하며 뼈가 얇아진다. 얇아진 뼈가 부러져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종양이 발견돼 큰 병원을 가보라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양성종양이 생긴 곳의 피부색이 변하기도 한다. 손끝에 생기는 사구체종의 경우 손톱 아래 피부 색깔이 퍼렇게 변할 수 있다.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 건초염 등 다른 수부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어떻게 다른가

손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수부 질환은 건초염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질환이 있을 땐 손 바깥으로 종물이 만져지지 않는다. 종양이 생겼다는 건 손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므로 전문가가 아픈 부위를 시진(눈으로 관찰하는 진찰법), 촉진(손으로 만져보는 진찰법)하면 웬만큼 감별할 수 있다. 검사가 필요할 경우 방사선 사진, 초음파 검사 등을 기본적으로 하고, 종양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경우 자기공명검사(MRI), 컴퓨터 단층촬영(CT), 핵의학 검사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악성 종양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손에 생긴 양성종양을 만지면 어떤 느낌이 나나, 물컹한가

의외로 굉장히 딱딱할 수 있다. 예컨대, 결절종은 관절액을 구성하는 젤리 같은 성분이 가득 차서 생기는데 만지면 딱딱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양성종양의 종류에 따라 딱딱한 정도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손바닥 같은 곳에 양성종양이 생긴지 얼마 안 된 경우라면, 단순히 부었거나 굳은살이 배긴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 양성종양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수부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정말 다양한 질환이 있지만, ▲결절종 ▲건막거대세포종(황색종) ▲사구체종 ▲내연골종이 가장 흔하다. 그중에서도 결절종 환자가 가장 많다. 결절종이 손과 손목에 생기는 전체 종양의 약 80%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결절종은 앞서 말했듯 관절액을 구성하는 젤리 같은 성분이 덩어리져 생긴다. 30~40%의 환자에게선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 몇 년씩 있기도 한다. 별 통증이 없는 환자도 있고 아프다는 환자도 있다.

건막거대세포종(황색종)은 힘줄을 둘러싼 막인 건막에 생기는 거대세포종이다. 한 번 생기면 아주 느린 속도로 계속 커지면서 힘줄 주변의 조직을 누른다. 정확히 왜 발생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통증은 별로 없으나 종양 부분이 툭 불거져 손이 험해 보이고, 힘줄이 눌리니 손을 움직이기가 불편해진다. 내버려두면 계속 커지기 때문에 수술로 없애야만 한다.

사구체종은 손끝에 주로 분포하며 혈관·체온 조절 기능을 하는 세포인 ‘사구체’가 과잉 증식한 것이다. 종양이 생기는 부위가 손톱 아래이므로 손톱을 부분이든 전체든 빼고 수술할 수밖에 없다. 손톱 아래엔 손톱이 자라게 하는 ‘기질세포’가 있다. 이 부분이 손상되지 않게 잘 수술하면 회복 후에 손톱이 이상하게 변형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일부 환자에게선 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수술을 안 할 순 없다. 사구체종이 생기면 통증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이다.

내연골종은 뼈 안에 생긴 양성종양이다. 소파술로 치료하는데, 양성종양이 생긴 뼈의 부분에 구멍을 뚫은 후 종양을 긁어내는 방식이다. 뼈를 긁어낸 공간은 본인의 몸 다른 곳에서 채취한 건강한 뼈를 넣어 메운다.

양성종양이 생긴 손들. 왼쪽부터 결절종, 건막거대세포종, 사구체종, 내연골종. 내연골종이 생긴 부분에서 뼈가 미세하게 부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한수홍 교수 제공

- 손에 양성종양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손과 손목 부위를 자주 사용하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손을 자주 썼을 때 관절 등 조직이 자극받아 건초염이 생겼다가 이것이 결절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손바닥 피부 아래 건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4,5번째 손가락이 잘 굽어지지 않는 ‘듀피드렌 구축증’이 있을 때도 양성종양이 생기곤 한다. 듀피드렌 구축증은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은 워낙 정교한 조직이고 또 자주 쓰이다 보니 양성종양이 생겼을 때 원인으로 의심할만한 요소가 너무 많다. 또 대부분은 명확한 원인을 모른다. 따라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치료하기보다는 불편함, 통증 등 당장의 이상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가 잘 끝나도 환자에게 ‘재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 원인을 뿌리 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술 경과와 종양의 종류에 따라 재발률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10% 내외로 재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최근엔 수술 기법이 발달하며 재발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그래도 양성종양이 재발했을 때 환자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이런 배경지식을 환자에게 잘 설명해줘야 한다.

- 양성종양이 생기면 무조건 수술로 제거해야 하나

결절종은 수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통증이 없을 때도 있고, 제거해도 또 생기는 일이 잦아서다.결절종이 생겨도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거나 장기간 변화가 없으면 일단 지켜보자고 말하는 편이다.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주삿바늘로 종양 내부의 젤리를 흡입해 빼내는 방법도 있지만, 재발률이 50%로 높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편은 아니다. ▲건막거대세포종 ▲사구체종 ▲내연골종은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내연골종 같은 경우 당장은 심하지 않아도 진행되면 뼈가 잘 부러지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없을 때 미리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해야 할 종양과 수술하지 않을 종양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결절종은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또 생길 수 있는데, 그때마다 수술하면 환자에게 부담되기 때문이다.

수술이 필요한 종양이라면 수술 이외에 다른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약물치료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간혹 종양을 제거하다 신경이나 힘줄을 다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수부 전문의들은 현미경을 사용해 수술하므로 실제로 조직이 손상될 위험은 적다. 또 종양을 절제할 때 정상 조직은 최대한 살린다. 예컨대, 신경을 싸고 있는 막에 종양이 생긴 경우, 신경을 다 잘라내는 게 아니라 신경을 감싼 막만 제거한다. 수술 이후에 잠시 손저림 등 증상을 겪을 수는 있지만, 정상 조직을 남겨놓으면 신경 막을 제거한 곳에도 조직이 재생된다. 영구적인 기능 이상이 생기는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

수술로 제거한 양성종양 병변. 왼쪽은 결절종, 오른쪽은 건막거대세포종이다./사진=한수홍 교수 제공
- 마취는 어떻게 하나

부분마취만 하면 손 조직 깊은 곳까지 수술하기가 어렵다. 환자가 통증을 느낄 수 있어서다. 수술 부위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적어도 팔 전체를 다 마취하거나 전신마취를 해야한다. 수술하는 동안 팔에 지혈대를 차야 하는데, 지혈대가 팔을 압박하는 통증을 보통은 20분 이상 견디기 힘드므로 전신마취하는 경우가 많다.

- 손 양성종양이 있거나 있었던 부위에 물리치료 또는 침 치료를 받아도 되나

종양 제거 수술이 잘됐다면 물리치료든 침 치료든 받아도 괜찮다. 그러나 종양이 있는 상태라면 받지 말아야 한다. 경계가 명확하던 혹이 이들 치료로 인해 터져서 옆으로 퍼지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된다. 결절종이 생겼지만 당장 수술하진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인 사람도 물리치료, 침 치료를 안 받는 게 좋다. 수술하기 싫은 마음에 물리치료나 침 치료로 종양을 없애려고 해도 안 된다. 수술이 필요한 종양은 오로지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다.

- 손 양성종양을 수술받을 의사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형외과 관련 유일한 세부전문의가 바로 ‘수부세부전문의’다. 의학회 차원에서 수부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라고 공인된 사람이니, 수부세부전문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수술받는 게 좋다. 손은 워낙 정교하고 또 자주 움직이는 기관이라 수술이 조금만 잘못돼도 환자가 바로 이상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의학 저널에 사례 보고든 논문이든 많이 게재한 의사를 찾길 권한다. 해당 분야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또 그것이 다른 의사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한수홍 교수​./사진=분당차병원 제공

한수홍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석사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하버드의대 수부 클리닉과 미국 클라이너트 커츠(Kleinert and Kutz) 수부·미세수술 연구소에서 연수를 받았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약 30년간 수부 질환 치료·연구에 전념해 왔으며, 대한수부외과학회·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대한정형외과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대한골절학회·골대사학회지·대한수부외과학회·대한골절학회 등 수많은 곳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있으며 손 수술을 하루 26건까지도 집도해봤다고 한다. 수부 질환으로 타 병원을 전전하던 병원 직원의 가족이 한수홍 교수에게 치료받고 나은 적이 있어, ‘손이 아프면 한 교수에게 간다’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