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부부 사는 곳에 도로를 짓는다니요"
[정수근 기자]
▲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곳에 사는 수리부엉이, 그 녀석이 그렇게 탁 앉아 반겨주니까 오늘 여기 온 보람이 크고 반드시 이것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앞장서서 열심히 막아주면, 우리도 팔현습지를 지키러 부산에서 달려오겠다."
지난 23일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상래 대표의 말이다. 이날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정상래 대표를 포함 상근 활동가와 전문기관인 연구소 '생명마당'과 부산환경교육센터 활동가를 포함해서 모두 8명의 활동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팔현습지 마스코트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를 꼭 만나고 싶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의 말처럼 이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팔현습지 소식만 접하다가 이번 기회에 모두 함께 가서 팔현습지를 꼭 눈으로 보고 싶었다. 특히 팔현습지의 마스코트가 된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를 꼭 만나보고 싶어 왔다"는 것이다.
▲ 팔현습지 하천숲. 금호강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팔현습지 하천숲에 든 부산의 활동가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먼저 팔현습지 하천숲은 금호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흔히 보이는 '호안'이라는 인공의 장치가 없는, 현재로선 발견하기 어려운 자연 하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즉 금호강의 본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개간해서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고, 정원과도 같은 인공공원을 조성해가겠다는 것은 작금 전국 하천에서 불고 있는 사람 위주의 개발 바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곳 팔현습지에도 36홀짜리 거대한 파크골프장에 유채꽃밭과 같은 인공의 정원까지 조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 팔현습지의 개발 현장. 이미 팔현습지에는 이만큼의 개발이 자행됐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1.5킬로미터에 이르는 탐방로를 산지 안으로 내 산과 강이 연결된 그 생태계를 망쳐놓겠다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지금 팔현습지를 가로지르는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해서 팔현습지의 특장인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그곳의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켜놓겠다는 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는 개발 바람이다.
▲ 환경부발 보도교 공사 조감도. 팔현습지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를 관통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일러 '모순'이라 한다.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처를 지키고 보전해야 할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내쫓는 '삽질'의 주체라는 이 모순적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날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확인하고 함께 공분했다.
▲ 팔현습지 하식애 8부 능선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이곳의 깃대종이자 마스코트인 수리부엉이 '팔이'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날도 하식애 8부 능선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 수리부엉이 남편 '팔이'의 모습을 육안으로 흐릿하게, 망원경을 통해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수놈 '팔이'는 지난밤 열심히 사냥을 했는지 아침에 팔현습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식애 한 곳을 잠자리로 정해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 환경부는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수달 배설물을 확인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수리부엉이에게 당한 흔적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현장에서는 지난밤 수달이 다녀간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수달 배설물을 통해서, 또 수리부엉이가 사냥한 흔적을 수북이 쌓인 새의 깃털을 보면서 확인했다. 아마도 지난밤 물까치가 부엉이에게 당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숲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팔현습지는 완전한 야생의 영역이다. 14종 법정보호종 희귀 야생 생물과 이름 모를 더 많은 야생의 친구들이 살면서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렝게티'의 모습을 보이는 곳이다. 팔현습지 곳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런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에서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팔현습지 삽질을 멈춰라!"며 함께 외치고 있다. ⓒ 정수근 |
이렇게 해서 이날의 탐방은 모두 마무리됐다. 마무리하면서 이들은 팔현습지를 방문한 소감을 남겼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세화 총무부장은 다음과 같이 연대의 의사를 말했다.
▲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보고 있는 부산의 활동가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연구소 '생명마당'의 최인화 실장도 "숨겨진 저들의 서식처를 인간이 너무 간섭하고 파괴해 쟤들이 피하고 피해서 숨어들어와 살고 있는 곳인데, 팔현습지 소식을 들으면서 이곳마저 파헤치려고 하는 인간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역시 연대 의사를 표했다.
▲ 팔현습지의 명물 왕버들 아래에 선 부산의 활동가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윤미 사무국장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 금호강 팔현습지 탐방을 마치며 함께 '팔현습지 삽질을 멈춰라' 외치는 활동가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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