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응원하지만, 환자부터…" 24시간 비상근무하는 이 병원

채혜선 2024. 2.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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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뉴대성병원. 사진 뉴대성병원 홈페이지

“현재 일반 병·의원은 정상 운영 중입니다.”

서울 동대문구는 이런 내용이 담긴 ‘동대문구 의료기관 이용 안내’ 메시지를 24일 구민에게 보냈다.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 집단행동이 지속해 환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면서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뒤 맞은 첫 주말인 이날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지역 1~2차 병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뉴대성병원의 사내공문.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로 전환해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뉴대성병원

이에 따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뉴대성병원은 ‘24시 부천 시민건강 비상진료반’을 전날(23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소화기내과·신장내과·심장(순환기)내과 등 16과목 각 진료과 전문의가 24시간 응급실 근무 또는 ‘온콜(on-call·전화 대기)’을 하면서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응급실을 24시간 지키는 안형진 뉴대성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안 센터장은 “정부 정책에 동조해 24시간 근무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의료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보다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Q : 첫 주말 응급실 상황은 어떤가.
A : 환자가 평소보다 많이 오고 있다. 환자들이 (대학병원 진료가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일단 진료가 되는 주변 병원으로 오는 것 같다.

Q : 소방 연락도 많이 오나.
A : 119구급차나 사설 구급차(EMS)도 환자와 마찬가지로 열려 있는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

Q : 비상진료체계는 어떻게 운영되나.
A : 전문의 1명이 무조건 병원에 24시간 상주하며 환자를 직접 보게 된다. 다만 이 전문의가 모든 과의 환자를 다 볼 수는 없다. 병원 각 과의 전문의가 17명 정도 되는데, 당직 의사가 이들에게 연락하며 24시간 대응하기로 했다.

Q : 병원에 있는 전문의가 다른 전문의와 협진한다는 뜻인가.
A : 그렇다. 당직 의사가 대기 중인 의사에게 유선으로 연락하는 진료 방식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데 해당 질환의 전문의인 당신이 보면 어떻냐”고 묻는 것이다. 만약 입원이 필요하다면 환자가 먼저 입원한 다음 담당과 전문의가 출근했을 때 환자 인계가 이뤄진다.

Q : 비대면 진료를 바로 도입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A : 병원에서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발표가 급작스러운 측면이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에 완전히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다. 환자를 직접 본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연락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23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진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안 센터장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이 병원 전문의들은 전공의·의대생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현재 상황이 굉장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 동조해 비상진료체계를 도입하는 게 아니다”라며 “선배 의사로서 후배를 응원하지만,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잘못되는 걸 일단 일선에서 막겠다는 생각으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 집단사직을 이해한다는 것인가.
A : 우리의 선택이 그들과 반대인 게 아니다. 환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까지 노력하자는 것이다. 원만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가 버티는 데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비상근무를 시작했다.

Q : 병원에 있는 전문의 모두가 동의한 일인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도움되는 데까지 해보자’는 의견에 전원 합의가 있었다. 병원을 구성하는 의사 절대다수가 30대라 체력도 괜찮고 목소리도 적극적이다.

Q : 24시간 비상근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A : 어렵다. 아직 지칠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면 몸으로 느껴질 것이다.
안 센터장은 “(진료 공백에 따른) 피해를 환자가 보게 되면 의사가 정부나 환자 양쪽에 욕을 먹게 될 텐데, 그런 결과가 최악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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