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리오·짱구·티니핑…지갑 탐하는 ‘귀염둥이’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2.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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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휩쓰는 캐릭터 상품

“2023년 콘텐츠 업체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매출은 유통업계가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 상품은 현재 ‘매출 치트키’로 불리는 편의점 핵심 상품이다.”

“산리오 캐릭터 때문에 미치겠다. 캐릭터가 그려진 과자만 보면 아이가 달려든다.”

바야흐로 ‘캐릭터 상품 전성시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인기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편의점·대형마트 등 판매 업체부터 과자, 음료, 주류, 식품 회사까지 저마다 캐릭터 협업 상품을 쏟아내는 중이다.

편의점업계는 캐릭터 협업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례로 꼽힌다. 사진 왼쪽은 고객이 CU에서 ‘망곰이’ ‘미니니’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을 고르는 모습. 오른쪽은 GS리테일의 자체 캐릭터 ‘무무씨’. (CU, GS리테일 제공)
가장 활발한 곳은 ‘편의점’

4社 4色 캐릭터 열전

캐릭터 협업 상품을 가장 활발히 쏟아내는 곳은 편의점업계다. 캐릭터 상품을 선호하는 10~30대가 주 고객인 덕분에 상품 판매량이 상당하다고. 실제로 편의점 업체들의 2023년 캐릭터 협업 상품 매출은 2022년 대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매출 상승세에 힘입어 편의점 4사 모두 캐릭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CU는 캐릭터 컬래버 상품 매출이 지난 2년간 폭등했다. 2022년 전년 대비 12.5배 급증한 데 이어 2023년에도 2022년 대비 4.2배 상승했다. 짱구(44%), 원피스(20%), 명탐정 코난(16%), 쿠키런 킹덤(12%) 등의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연령별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10~30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구매자의 77.5%다. CU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계속되는 만큼 올해도 캐릭터 협업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주요 행사 때마다 최신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핵심 제품으로 내세울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세븐일레븐은 아예 2022년부터 ‘대표 캐릭터’를 정하고 관련 협업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놓는다. 2022년에는 ‘포켓몬’, 2023년 ‘산리오 캐릭터즈’를 대표 캐릭터로 선정, 막대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선보인 산리오 캐릭터즈 캐리어 상품의 경우 현재까지 누적 매출이 90억원가량에 달한다. 올해는 이주용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 ‘빵빵이의 일상’을 대표 캐릭터로 정하고 각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초 ‘드래곤빌리지’ IP를 활용해 만든 상품이 화제를 모으면서 재미를 봤다. 드래곤빌리지 캐릭터가 그려진 도시락·김밥·주먹밥·햄버거·샌드위치 등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덕분에 1월 신선식품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7% 상승했다. 이어 2월 들어서는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를 앞세운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은 기본적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효과가 있다. 이는 최초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별도 판촉 행사 없이도 자연스레 모객할 수 있는 것이 캐릭터 상품의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GS25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2022년 5월, 티베트 여우를 의인화해 탄생시킨 자체 캐릭터 ‘무무씨’를 공개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가 확산됐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무무씨 계정 팔로워만 약 2만2000명에 달한다. 올해 초 성수동에서 진행한 무무씨 팝업스토어는 14일 동안 약 3만5000여명이 방문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유통업계는 밸런타인데이 등 특수일마다 ‘캐릭터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밸런타인데이 때 이마트24에서 ‘춘식이’ 컬래버 상품을 살펴보는 고객들 모습(좌). 캐릭터 상품은 매출을 획기적으로 올려주는 효자다. 롯데웰푸드 왓따껌은 산리오와의 협업으로 지난해 매출이 급증했다(우). (이마트24, 롯데웰푸드 제공)
주류, 제과도 ‘캐릭터’ 열풍

캐릭터는 이제 ‘유통 필수품’

캐릭터 상품 열풍은 다른 유통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주류,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연달아 캐릭터 컬래버 상품 유행에 올라탔다.

2022년 ‘포켓몬’ 빵 대흥행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던 SPC삼립은 ‘보름이’와 ‘산리오 빵’으로 연타석 홈런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3년 자체 캐릭터 ‘보름이’를 앞세워 만든 보름달 빵은 판매 시작 50일 만에 600만개가 팔려 나갔다. 최근 선보인 ‘산리오 캐릭터즈 빵’은 선보인 지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다. SPC 관계자는 “산리오 캐릭터 빵의 매출 상승세가 가파르다. 누적 판매량 1억개에 달하는 포켓몬 빵의 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웰푸드는 풍선껌 브랜드인 왓따껌에서 산리오 캐릭터즈와 협업한 ‘왓따 × 산리오 캐릭터즈’ 제품을 선보였다. 2023년 1월, ‘왓따 × 산리오 캐릭터즈 시즌1’, 2023년 12월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산리오 캐릭터즈가 입혀진 시즌2를 공개했다.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가 담긴 판박이 스티커를 넣은 상품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왓따껌’ 제품의 2023년 누적 매출액은 약 85억원으로 2022년 대비 약 40% 신장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왓따껌의 늘어난 매출액 중 산리오 캐릭터즈 왓따껌 비중이 절반 이상 차지했다. 매출 상승을 홀로 견인한 셈”이라고 밝혔다.

주류, 음료업계 역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이다. 웅진식품은 SAMG엔터와 협업을 진행했다. 아동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SAMG엔터의 캐릭터 ‘캐치! 티니핑’ IP를 활용했다. 캐치! 티니핑 과일맛 혼합음료 3종과 유기농 차음료 2종을 선보였다. 상품 판매 한 달 만에 100만병을 판매했다.

그동안 자체 제작 캐릭터 ‘두껍이’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하이트진로도 모처럼 외부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빵빵이 IP와 두껍이 캐릭터를 협업해 ‘진로×빵빵이’ 팝업스토어를 성수에서 만들어 운영했다.

포켓몬 빵은 ‘캐릭터 협업 상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좌). 주류 업체들도 캐릭터 컬래버 시장에 적극 뛰어든다(우). (SPC,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 이유는 ‘폭넓은 팬층’

FUN 마케팅 전망 밝아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3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폭넓은 팬층과 확고한 팬덤이다. 캐릭터 IP는 팬덤 연령대가 넓고, 충성도가 탄탄하다. 최근 협업이 활발한 포켓몬, 슈퍼마리오, 짱구 등은 등장한 지 30년이 넘은 ‘장수 IP’다.

10대는 물론 40대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SPC 관계자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의 상품은 3040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 잘파세대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끈다는 점이 캐릭터 IP의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둘째, 협업 상품의 다양화다. 사실 캐릭터 상품의 역사는 짧은 편이 아니다. 과거부터 캐릭터 회사와 협업하는 사례는 많았다. 다만, 과거는 제품 종류가 한정됐다. 단순히 포장지 겉면에 캐릭터를 인쇄하거나 캐릭터 스티커를 안에 넣는 게 끝이었다.

최근 유행은 다르다. 열쇠고리, 술잔 등 상품 종류가 많아졌고 팝업스토어 등장으로 판매 경로는 다양해졌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더 재밌고 새로운 캐릭터 상품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맞춰 기업들이 상품과 콘텐츠를 발전시키면서 캐릭터 협업 상품 가짓수가 늘어났다. 콘텐츠 내용도 더 풍성해졌다. 소비자가 질리지 않고 캐릭터 상품을 찾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경기 불황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물건을 살 때도 특색 있는 물건 하나만 사려 한다. 이럴 때 기업은 최대한 눈에 띄는 상품을 내놔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시선을 끄는 캐릭터 상품은 기업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릭터 협업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경기 불황과 관련이 깊다.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눈에 띄는 마케팅에 집중하며 벌어지는 현상이다. 개인화 취향이 강한 MZ세대 소비자 구매력이 강해지고 장기 저성장이 맞물리면서 캐릭터 협업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캐릭터 협업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체들이 계속해서 상품을 만드는 데다 캐릭터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다.

빵빵이 캐릭터 IP를 보유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는 10~30대는 어린 시절부터 뽀로로, 펭수, 짱구, 포켓몬, 카카오프렌즈 등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본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이들은 미래의 주력 소비층이다. 유통사와 캐릭터와의 협업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라고 말했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만큼 캐릭터 상품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다. 단, 단순히 기존 캐릭터 IP를 포장지에 입히는 수준은 끝났다. 캐릭터에 이야기가 가미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추가해 매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하리라 본다.” 이마트24 관계자의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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