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성은 우리가'‥한화 위성 사업 현장

백종민 2024. 2. 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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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쎄트렉아이, 세계 최고 수준 광학위성 제작
용인 한화시스템, 레이더기술 기반 위성 제작 및 관제센터 운영
발사체 담당 한화에어로시스템과 함께 우주 밸류체인 구성

21일 오전 방문한 대전 유성구의 쎄트렉아이 문지 연구소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지상 30㎝ 크기 물체를 분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지구관측 광학 위성을 조립하고 있었다. 유럽·미국·이스라엘·중국 정도만이 확보한 초정밀 광학 위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3년여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날 조립 중인 위성은 내년 3월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쎄트렉아이 연구원들이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위성을 조립중이다. 앞쪽에 보이는 것이 위성 본체이고, 뒤편에는 위성에 부착될 대형 렌즈가 보인다.

이날 연구원들이 조립하고 있던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는 쎄트렉아이의 차세대 위성이다. 기존 제작하던 위성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성능도 크게 향상됐지만 워낙 크기가 크다 보니 제작 과정이 험난하다. 무게만도 700㎏에 달한다.

위성은 거대한 원통형 렌즈와 본체가 별도로 제작된 후 결합해 최종 완성된다. 본체에는 위성의 위치 확인을 위한 위성항법시스템과 자세 제어를 돕는 별 추적기가 장치돼있었다. 위성의 정상적인 작동과 위치 교정을 위해선 이들 장치가 필수다.

조립된 위성은 인근 실험장으로 옮겨져 정밀하게 광학 촬영을 위한 조정을 하게 된다. 최첨단 실험장에 선풍기가 돌고 있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아무리 최첨단 실험시설이라 해도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선풍기를 돌려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쎄트렉아이 연구원들이 초소형 위성 '스페이스아이-엠'을 제작하고 있다.

세계에서 이런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상용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중국 정도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쎄트렉아이는 이 위성 개발을 위해 한화그룹의 투자를 받았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변신이었다. 위성을 조립 중인 문지연구소도 최근 완공해 향후 한국 위성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문지연구소에서는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개발 중인 100㎏급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엠'의 첫 번째 시제기도 조립되고 있었다. 이 위성은 2호기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사업을 맡은 누리호를 통해 발사된다.

쎄트렉아이는 위성 제작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사업인 영상 분석 분야로도 진출했다. 김 실장은 "위성을 제작하는 것보다도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 면에서 월등하다"면서 자회사인 에스아이아이에스(SIIS)와 에스아이에이(SIA)를 통해 고해상도 지구관측 영상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위성영상 분석 솔루션 등을 국내외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다년간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최적의 위성시스템을 공급해 한화그룹 내 우주 사업 가치사슬 구축뿐 아니라 국내외 우주 산업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레이더 기술을 위성으로 바꾼다

한화그룹에서는 또 다른 위성 제작사가 있다. 한화시스템이다. 군사용 레이더 전문업체인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기반 기술로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에 도전 중이다.

한화시스템의 위성 클린룸에서 작업자들이 정밀한 측정을 하고 있다.

21일 오후 방문한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는 대중의 눈을 피하려는 듯 산 중턱에 있다. 이곳에서 한화시스템은 위성을 제작하고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을 통제한다.

이곳의 클린룸에서는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전자광학(EO)?적외선(IR)?영상레이다(SAR) 탑재체가 제작 중이었다. 쎄트렉아이에 비하면 클린룸이 작지만 제작 공정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공기 흐름과 바닥에서 오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진 설계가 적용된 첨단 시설이었다.

이곳 클린룸에서는 인공위성용 카메라를 조립하고 정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2월 고체 연료 추진 우주발사체에 실려 제주도 해상에서 발사에 성공한 지구관측 위성인 ‘소형 SAR 위성’도 여기서 제작됐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4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소형 SAR 위성을 우주로 발사한 모습

한화시스템에는 SAR 위성을 관제하고 위성이 전송해온 고용량 사진을 처리하기 위한 관제소가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위성정보와 항로를 지켜보는 연구원들의 눈빛이 매서웠다. 이들은 위성과의 통신이 가능한 시간을 중심으로 밤낮으로 교대 근무한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SAR 위성에 주력하고 있다. 보유한 관제소도 일반 기업이 가진 관제실 중에는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우주 인터넷서비스와 지구관측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화시스템은 제주 우주센터도 건립 중이다. 이 전무는 "제주 우주센터를 완공하면 본격적으로 위성 제작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우주센터는 월 4대, 최대 8대의 위성 제작을 목표로 한다. 이 전무는 0.1m급 위성도 수년 내에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전/용인=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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