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하지만…배터리 업계 “올해 25조 투자, 우수 인재 확보”

박영우 2024. 2. 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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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이 ‘미국 대선’이라는 암초를 만나 주춤하자 전기차 후방산업인 배터리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야 수요가 증가하는 배터리 업계 입장에선 차기 미국 대선 유력 후보가 전기차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 유력 후보)은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며 ‘전기차 유턴’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내연차→전기차’ 전환 속도를 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도 내연차 중심의 자동차 업계‧노동조합의 기세에 밀려 한 발짝 물러섰다. 모두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을 의식한 행보다.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눈치작전’ 대신 ‘과감한 투자’를 택했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 한해에만 25조원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재 모시기’에도 적극적이다. 신기술 확보를 위해 앞다퉈 ‘업계 최고 대우’를 내걸고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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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올해 25조원 투자


가장 ‘통 큰’ 투자를 진행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에만 10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2년 연속 10조원 이상을 설비에 쏟고 있다.

설비투자는 대부분 북미 지역에 집중된다. 북미 지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해 미국 내 수요가 회복될 시점을 미리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제너럴모터스(GM) 1·2·3 합작공장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합작공장 등 8개의 생산시설을 운영·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1조6000억원을 발행했다.

SK온도 올해 7조5000억원을 설비에 쏟아붓는다. SK온의 설비 투자도 북미 지역에 몰려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와 만든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현대차와 함께 만든 조지아 JV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SDI의 설비 투자 금액은 약 4조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JV인 1·2공장과 GM JV인 뉴칼라일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올해 첫 해외 출장지인 삼성SDI 말레이시아 사업장을 방문해 “어려워도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옥 기자


‘업계 최고 수준’ 인재 모시기


배터리 업체들이 설비 투자와 함께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인재 확보다.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신설 부서인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인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꾸리고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작아 ‘꿈의 배터리’로 손꼽힌다.

삼성SDI는 ASB 사업화 추진팀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시범 생산 라인)인 'S라인'에서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2027년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SK온도 인력 확보에 나섰다. 최근 배터리 제조 전 과정에서 일할 경력 및 신입 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해 연구‧개발(R&D) 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인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의 시제품 생산 일정을 기존 2026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차세대 배터리 팩(PACK) 설계와 차세대 셀(CELL) 개발 부문의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팩 부문에선 '전기 추진 항공기용 배터리 설계 경험자'를 우대하겠다고 명시했다. 셀 부문에선 업무 내용에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설계·개발’을 포함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차세대 이차전지로 꼽힌다. 이론상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4배 높고 무게는 절반에 불과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2027년 리튬황 전지 양산 등을 목표로 차세대 전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는 이미 수주 잔고 1000조원을 달성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각 사가 수요 회복기에 대비해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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