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출소 짓겠다며 한옥 카페 담장·지붕 파손… “명백한 위법행위”

나경연 2024. 2.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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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종로구에 신규 파출소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바로 옆 한옥 카페의 담장과 지붕을 파손하는 등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카페는 수십년 된 한옥으로 경찰이 철거한 주택과 담장은 물론 지붕까지 공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시공사가 공사에 대해 사전 공지를 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카페 건물과 철거 주택이 같은 지붕으로 연결돼 있던 것이라 피해가 생겼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과 협의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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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달 전 사직파출소 공사
철거건물·카페 한 지붕으로 연결
사전동의·안전조치도 없이 강행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 쌍화차 전문 카페 지붕이 19일 무너진 채 방치돼 있다.


경찰이 서울 종로구에 신규 파출소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바로 옆 한옥 카페의 담장과 지붕을 파손하는 등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경찰이 공사에 앞서 아무런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운동에서 전통차와 커피를 파는 카페를 운영하는 7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17일 영업 중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공사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날 오전 10시쯤 갑자기 큰 트럭 한 대가 도착했고, A씨 가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택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사직파출소 신축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한 공사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 카페는 수십년 된 한옥으로 경찰이 철거한 주택과 담장은 물론 지붕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 철거 과정에서 A씨 카페 지붕 절반가량이 엉망으로 잘려나갔다. 또 벽에는 사람 키만한 높이로 금이 갔다. 19일 공사 부지는 카페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철거 단면도 위험하게 노출된 상태였다.

바로 옆 사직파출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카페 담장과 지붕을 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


경찰은 카페 지붕이 잘려나간 뒤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지붕이 잘려나간 카페에 빗물이 스며들기도 했다. A씨는 공사 작업자들에게 사정을 했고, 시공사 측은 임시로 지붕 위에 천막을 씌워뒀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은 경찰이 ‘한옥마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했다고 비판한다. 인근 주민 B씨는 “파출소 건축 작업자들이 한옥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다”고 말했다. 필운동 내 대부분의 한옥은 지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받침을 설치한 뒤 절단해야 다른 주택이나 가옥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B씨는 “최소한의 도구도 없이 절단해 피해가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얼마 전 우리집 지붕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는데 그 정도로 이 동네 한옥은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주택 철거 이후 카페의 흉한 외관 탓에 영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그는 “제발 카페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벽면과 지붕만이라도 제대로 마감해 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A씨는 지난달 말 종로구청에 민원을 넣고 건물 피해복구 방안에 대해 문의했다. 종로구청은 서울경찰청으로 해당 민원을 이첩했다. 이달 초 경찰관이 A씨를 찾아왔으나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여러 주택이 담과 지붕을 공유하는 경우 공유자의 동의 없이 담과 지붕을 철거하는 것은 타인의 재산을 손괴하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사 전에 주변 이웃에 대한 사전 동의는 필요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시공사가 공사에 대해 사전 공지를 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카페 건물과 철거 주택이 같은 지붕으로 연결돼 있던 것이라 피해가 생겼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과 협의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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