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팔’보다 더 떨어진 K증시

이광수 2024. 2. 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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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쓴맛을 느끼며 출발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 등락률은 마이너스(-) 6.46%다.

1월 코스피 하락률은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인 팔레스타인 증시 알쿠드스(Al Quds) 하락 폭(4.83%)보다도 컸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기관투자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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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시대로 밸류업] ① 신뢰 잃은 한국증시


올해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쓴맛을 느끼며 출발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 등락률은 마이너스(-) 6.46%다. 9.00% 오른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 2.16% 오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1월 코스피 하락률은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인 팔레스타인 증시 알쿠드스(Al Quds) 하락 폭(4.83%)보다도 컸다. 코스피는 오는 26일 발표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에 19일 1% 넘게 상승했지만 단기투자 중심의 테마주에 들썩이는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

한국 주식 투자자는 올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기술주 중심의 강력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역시 ‘잃어버린 30년’을 떨쳐내듯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보다 부진한 성적을 낸 시장은 홍콩뿐이었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국장(국내 증시에 투자)하냐”는 말을 인사말처럼 주고받는다.


5년 전 코스피에 100만원을 투자해 기다렸다면 약 20% 수익률로 현재 120여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S&P500이나 닛케이에 투자했다면 약 80%의 수익을 거둬 투자금은 180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는 장기투자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한다. 재테크 서적도 단기매매를 다뤄야만 잘 팔린다. 지난달 교보문고 경제부문 베스트셀러 1위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이었다.

정부가 발표할 밸류업 프로그램도 시장에서는 단기매매 테마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수혜 기대감으로 올랐던 금융주가 대표 사례다.

KB금융은 지난 1일과 2일 각각 8%대 오르다가 3일에는 5%대 하락하며 테마주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매일 장 마감 후 상승률 상위 종목을 보면 미국 등 선진시장과 다르게 테마만으로 오른 종목이 대거 이름을 올린다.

이날 코스피 상승률 상위 종목에는 지역난방공사(29.99%)와 한국가스공사(12.71%) 한국전력(9.95%) 등 상장 공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상장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에 주주가치 제고 항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기 수급이 몰렸다.

국내 기관투자가부터 증시의 장기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기관투자가들이다. 코스피가 지난해 1년 동안 18.7% 오르면서 주요국 증시 평균 상승률을 웃돌자 고점이라 판단하고 매도로 대응한 것이다. 기관투자가는 지난달에만 6조2496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매도 금지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등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 신뢰를 얻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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