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기업 홍보는 그림의 떡?… “SEO 어떨까요?”

한명오 2024. 2.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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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준 헤들리디지털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
배현준 헤들리 디지털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기자


지난 12일 미국 미식축구 결승 ‘슈퍼볼’ 방송 광고에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슈퍼볼 광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30초에 700만 달러(약 93억47100만원)라는 광고비를 스타트업이 지불한 것이다. 주인공은 글로벌 인력관리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핀테크 스타트업 파파야글로벌이었다.

파파야글로벌은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이다. 소비자를 광고로 설득시켜 매출을 올리는 B2C(소비자 간 거래) 스타트업이 아님에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한 것이다. 광고가 등장하자 스타트업 업계는 술렁였다. 왜 이 스타트업은 일반 대중을 겨냥한 방송광고에 등장한 것일까?

파파야글로벌은 ‘눈에 띄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타트업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서비스는 없다’. 이 말인즉슨 수많은 비슷한 서비스를 업종으로 삼는 스타트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파야글로벌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파파야글로벌'의 2024 슈퍼볼 중간광고.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런 광고는 ‘그림의 떡’이다. 모두가 본인 기업의 서비스를 홍보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돈이 없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력과 개발에 투자할 예산도 벅찬데 홍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래서 보통 스타트업은 투자를 집행한 벤처캐피털(VC)의 손을 빌리기도 한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 홍보는 필요하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라며 “홍보대행사에 홍보할 이야깃거리가 매번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배현준(33·사진) 헤들리디지털 대표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 마케팅’이 스타트업 홍보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헤들리디지털은 2021년 설립된 SEO 마케팅 스타트업이다. 이 스타트업의 고객으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TikTok)’과 국내 방송사 SBS, EBS 등 약 50개가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도 컨설팅을 받았다.


배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이 SEO, ‘검색 엔진 광고(SEM)’, ‘소셜미디어 마케팅(SMM)’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SMM은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에 하는 광고다. 국내에서는 ‘SNS 마케팅’으로 알려져 있다. SEM은 쉽게 말해 네이버의 ‘파워링크’ 광고서비스와 같다. 클릭당 요금부과 ‘pay-per-click(PPC)’ 방식이다. SEO도 마찬가지로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최상단에 노출되게끔 하는 서비스다. SEO는 검색 알고리즘을 겨냥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둘의 차이점은 비용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검색 최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전체 예산의 20%가량은 쏟아붓기도 했다”며 “ROI 대비 더 큰 비용을 썼다”고 했다. 배 대표는 “키워드별로 난이도는 다르지만, 평균 한 달에 500~1000만원이면 구글 검색 첫 번째 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아마존 등을 고객사로 둔 SEO 컨설팅 회사인 ‘백링코(Backlinko)’에 따르면 구글 검색 결과에서 두 번째 페이지를 클릭하는 이용자는 0.63%에 불과하다.

구글, 네이버, 야후 등 검색 플랫폼은 웹페이지에 순위를 매긴다. 한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검색하면, 플랫폼은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순위에 따라서 웹페이지를 순서대로 띄워주는 방식이다. 순위에는 키워드, 콘텐츠 이용 연령대, 웹페이지 완성도, 검색자의 위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판단한다. 검색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알고리즘도 매일 바뀐다. 이렇게 때문에 업계에서는 SEO가 ‘노하우’의 영역이라고 평가받는다. 배 대표는 “SEO에 관한 강의와 자료는 이미 많아 독학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검색 알고리즘을 꿰뚫어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EO를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다”며 “7년 전 처음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페이지에 도달하는지 확인하며 검색 알고리즘을 몸소 익혔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9년 9월 24일 촬영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한 건물. AP연합뉴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SEO 전문가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한 국내 대기업 홍보업계 관계자는 “SEO 인재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라며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이 SEO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나, 국내 SEO 업체에서 해드헌팅해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O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오픈AI도 이 시장을 겨냥한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에 따르면 전 세계 SEO 시장은 2022년 681억 달러(약 90조9135억원)로 추산된다. 2022~203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8.4%로 성장해 2030년에는 1296억 달러(약 173조16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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