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승만 다큐…정치 양극화 속 극장서 흥행 바람 [D:영화 뷰]

류지윤 2024. 2. 19.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국전쟁' 누적 관객수 70만 돌파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전 열기가 극장가로 이어지고 있다. 1212 군사 반란을 담은 영화 '서울의 봄'에 이어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 '건국전쟁'이 정치 양극화 속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의 누적 관객 수는 71만 535명이다. 1일 개봉했을 당시 5411명으로 시작해 17일 일일 관객 수 9만여 명까지 늘었다. '도그데이즈', '데드맨',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당 강화 훈련으로' 등 상업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순위도 2위까지 올라섰다.

'건국전쟁'은 2021년부터 김덕영 감독이 3년 동안 걸쳐 만든 이승만 생애와 정치적 행적 등에 초점을 맞춰 만든 다큐멘터리다. 김덕영 감독은 교육이 조명하지 않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숨겨진 업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를 요구하는 여권을 중심으로 관람 독려가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국전쟁'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4·19혁명을 부른 1960년 3·15부정선거와 같은 오점도 다루는데 이를 두고 측근들의 권력욕 탓으로 돌리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를 축소, 미화했다는 평가도 존재하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영화감독들이 쓸데없이 이런 영화 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건국전쟁'이라 (제목을) 붙였는데, 역사 수정주의다. 헌법에 4·19 정신이 명시됐다. 반헌법적 일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갖고 정치적으로 (이용) 안 했으면 좋겠다”며 “역사학자한테 맡겼으면 좋겠다"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가수 나얼은 '건국전쟁' 포스터를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가 다수의 악플로 인해 댓글창을 폐쇄하기도 했다.

화제성 만큼 잡음도 있다. 제작사가 청년 관객층(10대~40대)를 대상으로 영화 관람을 인증하면 티켓값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일명 '페이백 마케팅'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계는 전례 없는 홍보 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제작사는 순수한 목적으로 청년들의 관람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크린 수 167개에서 922까지 늘어나며 파급력이 한층 강해진 '건국전쟁'은 이달 말 미국 CGV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

지난 달 10일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도 12만 4198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청년 사업가 출신의 김대중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와 최초 공개 자료,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이들의 인터뷰로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향한 필사의 발걸음과 삶의 궤적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 관객들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이에 공감한 2030세대 관객층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성원에 힙입어 16일 미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했으며, 재외동포들의 자발적 상영회 개최로 37개 해외 도시에서도 공개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경남 양산의 한 영화관에서 아내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길위에 김대중’을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개최한 시사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배우 유지태는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응원 상영회 22번째 작품으로 '길위에 김대중'을 진행했다.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상영회는 유지태가 사비로 티켓을 구매해 관객들을 초대하는 이벤트다. 유지태는 "정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에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케이티'라는 영화를 본 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알아보았고, '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초를 당했지만, 화해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번 기회에 관객들과 함께 한국의 정치사, 역사를 배워가는 좋은 시간이 되기 바란다"라고 '길위에 대통령'을 상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정치 다큐멘터리 바람에 "다큐멘터리 영화 특성이 반영된 거 아닌가 싶다. 기존에 몰랐던 인물의 어떤 면을 조명하면서 영화를 통해서 그 인물의 삶을 한 번 간접적으로 되돌아보고 느껴볼 수 있는 이런 지점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지 않았나 싶다.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됨으로써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