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 "함부로 조언 금지" 포스터도 등장…日의 오지라퍼 '오시에마'
얼마 전 민족 대명절 설날이었죠. 오랜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반대로 간만에 만난 친척들의 이런저런 잔소리에 힘든 시간 보낸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승진…….인생에는 왜 이렇게 평가받아야 할 항목이 많을까요? 그럴 때마다 외치고 싶습니다. "관심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과도하게 참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오지라퍼'가 있죠. 오지랖에 영어 'er'를 붙여 만든 단어입니다. 일본도 이런 오지라퍼를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오시에마(?え魔)'인데요. 가르친다는 단어와 마귀라는 한자를 붙여 만든 것입니다.
일본도 오시에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아예 오지랖 금지 포스터까지 붙은 곳도 있습니다. 포스터 문구도 "누구 물어본 사람?" 등으로 통쾌한 기분까지 들게 하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오시에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볼링장, 헬스장 등에 '오시에마 금지' 포스터가 붙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볼링장에 붙은 포스터가 전국 아침 방송에 소개되는 등 화제를 모았는데요. 포스터에는 "전국 볼링장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고객이 고객에게 볼링 코칭을 하는 것입니다"라며 "가르침은 부디 삼가십시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시즈오카현 골프 연습장 협회가 연습장 주인들에게 오시에마 주의를 당부하는 포스터를 배부해 화제가 됐죠. 심지어 어른들의 취미인 RC카 서킷장에도 오시에마가 출현, RC카 서킷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붙인 포스터는 직설적인 문구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일러스트와 함께 '자랑 그만', '그 어드바이스, 누가 물어봤나요?', '당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글귀를 써 붙였는데요. 심지어 악질 오시에마에게는 출입 금지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시에마들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인정욕구가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스피치 코칭으로 유명한 오카모토 준코씨는 "조언을 한다는 행위는 조언자가 자신이 위라는 권력 의식을 준다"며 "인정받고 싶다거나 타인에게 영향력이나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 오시에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언은 그저 잔소리나 오지랖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죠.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다음 세 가지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그 조언을 얻는 것에 돈이 드는가입니다. 변호사 등에게 상담료를 내고 법률 자문을 구한다면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겠죠.
두 번째는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사람이 '프로', '전문가'임이 확실한 경우입니다. 의사, 교수 이런 사람들의 조언은 받아들이기 쉽죠.
세 번째는 듣는 사람이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가르치려는 사람이 아무리 전문가여도, 듣는 사람이 조언이나 의견을 구하려는 상태가 아니라면 효력이 없다는 것인데요.
일본 온라인 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는 오시에마가 되지 않는 법을 소개했는데요. 조언은 부탁받지 않는 한 하지 않는다, 상대가 고민을 토로해도 그것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해답을 스스로 찾게 도와준다, 어리거나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라도 배울 것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조언을 청하라였습니다.
다만 오시에마를 무조건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점차 줄어들고 있죠. 어쩌면 오시에마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요게이자이는 "코로나19 이후 화법과 관련된 서적이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면서 "말하는 방법은 기술이다. 상대와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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