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발레를 배우고 있습니다

2024. 2.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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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권유로 발레를 배운 지 2년 남짓 되어 간다.

발레는 길고 가늘게 속 근육을 쓴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아무래도 발레는 통통한 내 체형과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 것 같았다.

발레가 이토록 고강도 운동이었나 싶게 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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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친구의 권유로 발레를 배운 지 2년 남짓 되어 간다. 발레는 길고 가늘게 속 근육을 쓴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수업 첫날, 수영복처럼 몸에 딱 붙는 레오타드를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섰을 때 민망해서 웃음이 났다. 뱃살이 신고배처럼 동그랗게 잡혔고 군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발레는 통통한 내 체형과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생각도 잠시, 삼십분쯤 지났을까. 발레가 이토록 고강도 운동이었나 싶게 땀이 났다. 동작에 집중하느라 층층이 접힌 군살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첫 수업에서 선생님은 발레 1번 동작을 설명했다. “하체와 상체, 각각 힘을 다르게 써야 해요. 누가 정수리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얼굴은 앞을 보고 어깨는 반듯이 펴세요. 가슴에 사각형 박스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갈비뼈는 닫고 꼬리뼈는 곧게! 발뒤꿈치를 맞대고 발등과 무릎, 골반이 바깥을 향해야 해요.” 발레 동작은 여러 동물을 연상케 했다. ‘알라스콩’은 독수리가 바람을 가르며 상승하듯이 양팔을 길게 뻗는 동작이다. 한쪽 발을 4자 형태로 드는 ‘파세’는 물가에 한 다리로 서 있는 학과 비슷하다. 발레는 날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몸으로 구현한 게 아닐까. 중력에 저항하며 도약하고 회전하는 몸짓이 새와 닮았다.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은 몸속에 숨겨진 스프링과 나사를 찾는 것이다.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이 이완될 때의 시원함이란. 뻣뻣하게 굳은 관절을 조이고 풀면서 근육의 가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 나간다. 요즘은 아침마다 ‘플리에’를 연습한다. 머리에 사과 한 알을 올린 듯이 상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무릎을 구부린다. 플리에는 점프하기 전에 거치는 기본 동작이다. 다시 높이 도약하려면 무릎을 굽히고 낮아져야 한다는 것. 이 동작이 오늘의 잠언이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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