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가 예배당… 목사는 상인회장… 지역의 허기를 채우다

박용미 2024. 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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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복음화의 부푼 꿈을 품은 젊은 목회자가 신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여느 목회자처럼 '교회를 건축해야 부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빚을 내 약 3000㎡(900평) 규모의 예배당을 지은 뒤 영어선교원 아기학교 축구교실 어린이합창단 등 문화선교를 시작했다.

'교회 부흥만을 위한 사역은 주민 마음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교인의 수평이동만 불러오는구나.' 목회 사역 20년 만에 그가 새롭게 시도한 것은 '문화로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선교적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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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하모니성음교회 특별한 사역
하모니성음교회가 운영하는 '틴 하모니' 학생들이 2018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공연하고 있다. 성음아트센터 제공


지역 복음화의 부푼 꿈을 품은 젊은 목회자가 신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여느 목회자처럼 ‘교회를 건축해야 부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빚을 내 약 3000㎡(900평) 규모의 예배당을 지은 뒤 영어선교원 아기학교 축구교실 어린이합창단 등 문화선교를 시작했다.

각종 프로그램에 주민들이 찾아오긴 했지만 저마다 마음 한켠엔 ‘결국 목사가 교회 나오라는 얘기를 꺼내겠지’ 하는 생각이 웅크리고 있었다. 인근에 대형교회가 들어서면서 교회끼리 경쟁마저 치열해졌다. 당시 이 목회자는 깨달았다. ‘교회 부흥만을 위한 사역은 주민 마음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교인의 수평이동만 불러오는구나.’ 목회 사역 20년 만에 그가 새롭게 시도한 것은 ‘문화로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선교적 교회’였다. 하모니성음교회를 섬기는 허대광(53) 목사 이야기다.

도시공동체연구소(소장 성석환 교수)가 15일 경기도 성남 성음아트센터에서 ‘도시와 공동선 콘퍼런스’를 열고 하모니성음교회가 시도해 온 도전의 역사를 소개했다. 성음아트센터는 2019년 하모니성음교회가 예배당 대신 세운 곳으로 2개의 공연장과 카페, 지역 문화단체의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다.

허대광 하모니성음교회 목사가 15일 경기도 성남 성음아트센터 1층 카페에서 '하모니포씨티'의 사역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허 목사는 “당시 성남은 인구 100만명에 가까운 도시였는데 200석 넘는 공연장은 하나밖에 없었다”며 “교회가 이들의 문화적 필요를 채워주는 사역을 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기존 건물을 팔고 백현동 5층 건물을 아트센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기존에 해오던 어린이 악기 교실 ‘틴 하모니’나 가족합창단 등으로 사역을 넓혀 나갔다. ‘틴 하모니’는 지역아동센터나 소외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클래식 악기를 가르치고 매년 음악회를 열면서 이들을 격려하는 사역이다. 지금은 미얀마 등 해외 난민학교 어린이를 위해 음악교실을 여는 ‘틴 인터내셔널’까지 이어가고 있다.

교회는 지역상권을 살리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허 목사는 백현동 카페거리의 상인회장을 맡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모니포씨티(Harmony for city)’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노숙인을 위한 ‘따뜻한 밥차’, 그룹청소년을 위한 축구팀 ‘부메랑FC’와 연합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회와 목회자가 지역사회 섬김에 두 발을 푹 담그고 있는 셈이다. 그는 “목사는 자신이 섬기는 공동체가 몇 명이든 교회공동체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기독교인의 장막을 벗어나 세상과 용기 있게 만나고 삶을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선교적 삶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하모니성음교회 사례를 분석한 김상덕 한신대 교수는 “하모니포씨티는 지역의 필요에 집중해 지역과 공생하는 유기적 공동체”라며 “교회만을 위한 교회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의 행복을 추구하고 결핍 해소에 나서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성남=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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