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권 얼마에요?” 전화로 물으면 안 알려주는 헬스장… 왜 그럴까?

전종보 기자 2024. 2. 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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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시설 10곳 중 1곳은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속 장소는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 뉴스1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헬스장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 상담을 받았다. 헬스장 직원에게 1개월 가격을 묻자 “직접 방문해야만 가격을 알려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헬스장을 찾은 A씨는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초 생각한 것보다 가격이 비쌌던 데다 현금가와 카드가 또한 달랐기 때문이다. 당황한 A씨는 “다음에 오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헬스장을 나왔다.

헬스장을 등록하려다 보면 한 번쯤 A씨와 같은 일을 겪는다. 다른 생활체육시설인 필라테스, 수영장, 테니스장 등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가격이 명시되지 않다 보니,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 표시 의무 있지만… 10곳 중 1곳 안 지켜
체육시설법상 체력단련장, 수영장, 종합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체육시설업자는 서비스의 내용·요금체계·환불 기준 등을 사업장 게시물과 등록 신청서에 표시해야 한다.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표시광고법에 따라 1억원(임직원 등 개인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명확한 규정이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전국 6개 광역시 소재 2019개 체력단련장 중 217곳(10.7%)이 가격표시제를 준수하지 않았다. 헬스장, 수영장, 필라테스장 등과 같은 체육시설 10곳 중 1곳이 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여성 A씨는 “‘12개월에 얼마’라고 해도 부가세를 제외한 가격이거나 회원비와 가입비를 따로 내야 했다”며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 적이 있다”고 했다.

◇업주들 항변 “가격 표시하면 시설은 안 봐”
업주 입장에서는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격을 써두고 안내하는 경우 시설이나 청결·관리 상태는 제쳐둔 채 가격만 보고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 중인 B씨는 “가격을 명시하면 소비자들이 시설을 확인하지 않고 가격만을 기준으로 등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방문 상담을 권유하는 데는 시설의 기구 종류, 청결·관리상태를 직접 확인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주변 시설들과 가격 경쟁도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B씨는 “가격을 명시하면 같은 상권의 경쟁 시설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음식점 메뉴처럼 시설·가격 함께 공개해야
체육시설 특성상 시설을 자세히 확인하고 이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가격 표시는 법으로 정해져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다. 헬스장뿐 아니라 음식점, 미용업소, 학원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는 시설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가격을 숨겨서 헬스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닌, 음식점처럼 인터넷 등에 시설 사진·설명을 가격과 함께 자세히 안내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시설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가격은 우선순위 정보”라며 “체육시설은 소비자들이 파악할 수 있게 가격과 시설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생활체육시설 관련 인터넷 고지 의무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또한 체육시설을 계약·이용하기 전 주의사항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지역 내 3곳 이상의 시설을 비교하고, 계약서 작성 전에 규정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짐구공 외대점 김진욱 이사는 “1대1 PT(퍼스널 트레이닝)수업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PT 수업 유효 기간’과 ‘수업 시작 몇 시간 전까지 취소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계약서 사본은 환불하거나 회원권 정지할 때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꼭 보관하고, 약관 내용을 읽지만 말고 직원에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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