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만 지키고 고용은 안 지켜"… 日 파타고니아, 직원들과 소송전

전진영 2024. 2.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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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전환 계약 직전 해고
"입사시 충분히 고지" 입장 고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으로 유명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일본 지점이 고용 문제로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소송전에 휘말렸다. 그동안 일부 일본 내 파타고니아 지점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 직전에 해고하는 꼼수 관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환경은 지키면서도 정작 사원은 지키지 못한다며 파타고니아의 이중성을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15일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50대 후지카와 미즈호씨가 삿포로 지방법원에 파타고니아의 고용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파타고니아 삿포로 키타점에서 일하는 후지카와씨는 지난해 4월, 계약 갱신을 앞두고 근속 4년 반 만에 파타고니아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5년이 지나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계약 기간이 지나기 전에 부당하게 고용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 후지카와씨의 주장이다.

홋카이도 삿포로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점포에서 파타고니아 유니온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출처=HTB 뉴스)

마이니치는 파타고니아 특유의 고용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파타고니아는 신입 공채를 열지 않고, 대신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과 원칙적으로 5년을 상한으로 유기 고용 계약을 맺는다. 5년을 채우면 그 이후부터는 장기 고용으로 분류되는데, 일정한 기준의 인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후지카와씨는 이 룰은 사실상 오히려 쉬운 해고를 부추기는 장치로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후지카와씨는 "근무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근속 4년 반을 채웠던 동료가 해고당했다. 더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결국 그 역시 장기 고용을 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4년 반 만에 해고됐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계약 상한은 5년이라고 입사 당시 설명하며, 이를 납득한 사람만 회사에 들어온다"며 "5년을 앞두고 일부러 고용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퍼포먼스를 돌아보고 퇴직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후지카와씨는 이후 삿포로 지역 노동조합을 찾아가 이같은 고용 방식에 대해 상담했고, 그 결과 일본에서는 유기적인 고용 계약의 남용을 막기 위해 유기 계약 노동자가 5년을 넘겨 일하면 무기 고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5년 룰'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측은 계약 갱신 상한 철폐와 무기계약직 전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년 근속 이후 무기 고용 전환은 노동자의 권리다. 회사가 인정해야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7월 파타고니아 노조인 파타고니아 유니온을 결성했다. 출범 당시 4명이던 노조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8명으로 늘었다. 후지카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파타고니아 노조원들과 점포 앞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뿐만 아니라 고용도 지켜라"라는 내용의 구호도 외치고 있다.

후지카와 미즈호씨가 14일 삿포로 지방법원 제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HTB 뉴스)

삿포로 시내 다른 점포에서 일하는 파타고니아 유니온 부대표인 나카무라 신야씨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환경은 소중히 하는 회사가 정작 사원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며 "회사와 1년 넘게 협상을 진행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일본 언론은 후지카와씨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파타고니아가 환경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이같은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주식 전량을 환경 문제에 힘쓰는 비영리 단체에 양도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도 댐 건설 반대 운동을 지원하고, 사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쉽도록 참의원 선거 투표일에 전 직영점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후지카와씨는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파타고니아의 이념을 존경한다"면서도 "그런 만큼 사원을 일회용처럼 취급하는 방식에는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쉬나드가 그의 자서전 등에서 사원과 고객을 '마이피플'로 칭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본 노동자의 자리는 없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현재 후지카와씨는 지난해 12월 28일부로 고용 계약이 끝난 상태며, 일단은 조합원으로 활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전날 삿포로 지방 법원에서 "갱신 상한을 둘러싼 문제는 일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같은 처지의 사람이 더 나은 노동 환경이 되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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