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피어난 난꽃... 보시고 행운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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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설날은 특별한 날이다. 설날에 듣는 까치 소리도 꼭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 것 같아 다른 날 듣는 소리보다 더 반갑다. 설날에 영화 보러 가다가 아파트 입구에 있는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있는 까치집이 눈에 들어왔다.
▲ 우리집 베란다 반려 식물 2024년 2월 12일에 촬영한 우리 집 반려 식물이다. 키 큰 개음죽, 호주 삼나무가 있고, 군자란과 알로카시아, 산호수, 천냥금, 난 화분 등이 있다. |
ⓒ 유영숙 |
반려 식물,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우리 집에는 화분이 많다. 요즘엔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반려 식물이라고 한다. 식물이 반려동물처럼 위로해 주고 기쁨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우리 집 식물에게서 위로받고 기쁨도 얻는다. 마음이 심란할 때 베란다에 나가서 식물에게 말을 건네고 심란한 마음을 달랜다. 따뜻해진 날씨에 계절을 혼동하고 작년 11월에 피기 시작한 군자란이 한 송이씩 잎 사이로 삐죽삐죽 얼굴을 내밀어주어 지루한 겨울을 달래준다.
▲ 우리 집 난 화분 가운데에 있는 화분에서 꽃대가 올라와서 설날 아침에 피기 시작했다. |
ⓒ 유영숙 |
우리 집에서 난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가을부터이다. 벌써 1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다섯 개 정도였는데 해가 갈수록 난 화분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승진할 때 주변에서 축하 난을 보내 주며 승진을 축하해 주었다. 나는 교감 승진할 때 받았고, 남편 사진전 할 때도 받았다. 주변에서 지인이 행사 후에 나눠 준 난도 있다. 매년 화분 갈이 하면서 화분이 늘어나서, 지금은 40여 개나 된다.
▲ 이전에 핀 난꽃 난꽃이 피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오랜 인내와 끈기로 어렵게 피기 때문이다. |
ⓒ 유영숙 |
가끔 난 화분에서 난꽃이 피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하다. 자주 피면 좋은데 정말 1년에 한두 번 귀하게 핀다. 작년 여름에도 꽃대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날씨도 너무 더웠고 늦게 발견해서 꽃대가 꽃피우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볼 때마다 가슴 아팠다. 지금도 마른 꽃대가 그대로 있다.
▲ 꽃대가 올라 온 난 화분 1월 14일과 2월 6일에 촬영한 꽃대다. 마르지 않고 잘 자라서 고맙다. |
ⓒ 유영숙 |
지난 1월 초에 난 화분대 가장 가운데 있는 화분에서 꽃대가 올라왔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관리에 들어갔다. 물도 맞추어 주고 '죽지 말고 꼭 꽃 피워 주라.'라고 부탁도 했다. 언제 꽃 필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설날 아침에 다섯 송이 중 4번 꽃 하나가 피었다.
▲ 설날에 맞추어 꽃 핀 일향금 한 달이상 꽃봉오리로 있던 난이 설날 아침에 꽃봉오리를 터뜨려 주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고맙다. |
ⓒ 유영숙 |
올해는 새해 선물을 가장 좋은 걸로 받았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귀하다. 설날 다음 날에는 5번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었다. 매일 한 번씩 감동을 주는 난이 고맙다. 세 개 남은 봉오리도 살짝 벌어져서 곧 필 것 같아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차례대로 피지 않으니 몇 번째 꽃봉오리가 먼저 필까 궁금하다.
지난해 연말에 우리 집 식물에게 식물상을 수여했었다(관련 기사: 40여 개의 화분, 올해의 식물상은 이 꽃입니다). 당시 2023년 식물상에는 난 화분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베란다의 가장 가운데에 있는 난 화분이 많이 서운했나 보다.
올해는 꼭 1등 상을 받고 싶어서 새해 첫날에 꽃망울을 터뜨려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 연말에 식물상을 수여하게 된다면 대상은 바로 설날에 꽃 피워 준 '일향금'이 될 거다. 남은 꽃봉오리 세 개도 곧 터뜨려 주길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쌍둥이 손자가 주말에 오는데 집에 가서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둘째가 물어보기에 이렇게 답했었다.
"할머니, 난꽃 피었어요? 보여주세요."
"아직 안 피었어. 설날에 오면 필 것 같아."
▲ 2월 14일 쌍둥이 손자 생일 날 핀 꽃 세 송이 밸런타인데이가 쌍둥이 손자 생일이다. 생일 선물로 축하해 주듯 세 송이가 활작 피었다. |
ⓒ 유영숙 |
어제(2.14)는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는데 봄 날씨다. 입고 간 패딩 코트가 무겁게 느껴졌다. 설이 지나니 봄이 가까이 오나 보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을 만나 고향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 들어왔다. 오자마자 베란다에 나가보니 2번 난꽃이 활짝 피어 보란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 2월 15일에 마침내 활짝 핀 일향금 2월 10일 설날에 한 송이가 피었는데 하루에 한두 송이씩 5일 만에 활짝 피었다. 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는데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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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아침 1번과 3번까지 활짝 피어 난꽃 5개가 완성되었다. 동양란은 생각보다 꽃이 오래가서 고맙다. 꽃대가 올라오고 한 달 이상이나 기다렸다 핀 꽃이라 그 인내와 끈기를 높이 사고 싶다. 자식이 잘되면 자랑하고 싶듯이, 반려 식물이 꽃 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 부모 마음 같다.
설날에 피어준 난꽃 덕분에 올해는 시작부터 활기차다. 희망이 보인다. 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올해는 좋은 일이 가득가득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갑진년 새해가 값진 일이 많은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설날 아침에 피어준 난꽃이 감사하다. 난꽃의 행운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나눠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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