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피어난 난꽃... 보시고 행운 가져가세요

유영숙 2024. 2.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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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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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설날은 특별한 날이다. 설날에 듣는 까치 소리도 꼭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 것 같아 다른 날 듣는 소리보다 더 반갑다. 설날에 영화 보러 가다가 아파트 입구에 있는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있는 까치집이 눈에 들어왔다.

까치집에 앉아 있던 까치 두 마리가 날아가면서 오랜만에 까치 소리를 들려주었다. 덕분에 좋은 소식이 올 것만 같았다. 그 행운인 듯, 설날에 듣는 까치 소리처럼 설날에 맞추어 난 화분이 꽃을 피웠다.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고맙다. 왠지 올해는 기대했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 우리집 베란다 반려 식물 2024년 2월 12일에 촬영한 우리 집 반려 식물이다. 키 큰 개음죽, 호주 삼나무가 있고, 군자란과 알로카시아, 산호수, 천냥금, 난 화분 등이 있다.
ⓒ 유영숙
   
반려 식물,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우리 집에는 화분이 많다. 요즘엔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반려 식물이라고 한다. 식물이 반려동물처럼 위로해 주고 기쁨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우리 집 식물에게서 위로받고 기쁨도 얻는다. 마음이 심란할 때 베란다에 나가서 식물에게 말을 건네고 심란한 마음을 달랜다. 따뜻해진 날씨에 계절을 혼동하고 작년 11월에 피기 시작한 군자란이 한 송이씩 잎 사이로 삐죽삐죽 얼굴을 내밀어주어 지루한 겨울을 달래준다.

반려 식물은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돌봐야 한다. 아이들도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아프고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바빠서 며칠 관심을 두지 않으면 누런 잎도 생기고 비실비실 시들기도 한다. 그래서 늘 들여다보아야 한다. 물도 제때 주고 햇볕도 쬐어주고 시원한 바람도 쐬어 주려면 창문도 열어 주어야 한다. 가끔 영양제도 주고 분갈이도 해 주어야 한다.
  
▲ 우리 집 난 화분 가운데에 있는 화분에서 꽃대가 올라와서 설날 아침에 피기 시작했다.
ⓒ 유영숙
 
우리 집에서 난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가을부터이다. 벌써 1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다섯 개 정도였는데 해가 갈수록 난 화분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승진할 때 주변에서 축하 난을 보내 주며 승진을 축하해 주었다. 나는 교감 승진할 때 받았고, 남편 사진전 할 때도 받았다. 주변에서 지인이 행사 후에 나눠 준 난도 있다. 매년 화분 갈이 하면서 화분이 늘어나서, 지금은 40여 개나 된다.
 
▲ 이전에 핀 난꽃 난꽃이 피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오랜 인내와 끈기로 어렵게 피기 때문이다.
ⓒ 유영숙
   
가끔 난 화분에서 난꽃이 피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하다. 자주 피면 좋은데 정말 1년에 한두 번 귀하게 핀다. 작년 여름에도 꽃대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날씨도 너무 더웠고 늦게 발견해서 꽃대가 꽃피우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볼 때마다 가슴 아팠다. 지금도 마른 꽃대가 그대로 있다.
 
▲ 꽃대가 올라 온 난 화분 1월 14일과 2월 6일에 촬영한 꽃대다. 마르지 않고 잘 자라서 고맙다.
ⓒ 유영숙
   
지난 1월 초에 난 화분대 가장 가운데 있는 화분에서 꽃대가 올라왔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관리에 들어갔다. 물도 맞추어 주고 '죽지 말고 꼭 꽃 피워 주라.'라고 부탁도 했다. 언제 꽃 필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설날 아침에 다섯 송이 중 4번 꽃 하나가 피었다.
선물처럼 피어난 난꽃들
 
▲ 설날에 맞추어 꽃 핀 일향금 한 달이상 꽃봉오리로 있던 난이 설날 아침에 꽃봉오리를 터뜨려 주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고맙다.
ⓒ 유영숙
   
올해는 새해 선물을 가장 좋은 걸로 받았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귀하다. 설날 다음 날에는 5번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었다. 매일 한 번씩 감동을 주는 난이 고맙다. 세 개 남은 봉오리도 살짝 벌어져서 곧 필 것 같아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차례대로 피지 않으니 몇 번째 꽃봉오리가 먼저 필까 궁금하다.

지난해 연말에 우리 집 식물에게 식물상을 수여했었다(관련 기사: 40여 개의 화분, 올해의 식물상은 이 꽃입니다). 당시 2023년 식물상에는 난 화분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베란다의 가장 가운데에 있는 난 화분이 많이 서운했나 보다.

올해는 꼭 1등 상을 받고 싶어서 새해 첫날에 꽃망울을 터뜨려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 연말에 식물상을 수여하게 된다면 대상은 바로 설날에 꽃 피워 준 '일향금'이 될 거다. 남은 꽃봉오리 세 개도 곧 터뜨려 주길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쌍둥이 손자가 주말에 오는데 집에 가서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둘째가 물어보기에 이렇게 답했었다. 

"할머니, 난꽃 피었어요? 보여주세요."
"아직 안 피었어. 설날에 오면 필 것 같아."

내 말을 들었는지 설날 아침에 보니 한 송이가 피어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설날 연휴에 쌍둥이 손자가 집에 왔는데 난꽃 핀 것을 보더니, 신기한 지 꽃이 나비를 닮았다고 좋아했다.
  
▲ 2월 14일 쌍둥이 손자 생일 날 핀 꽃 세 송이 밸런타인데이가 쌍둥이 손자 생일이다. 생일 선물로 축하해 주듯 세 송이가 활작 피었다.
ⓒ 유영숙
 
어제(2.14)는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는데 봄 날씨다. 입고 간 패딩 코트가 무겁게 느껴졌다. 설이 지나니 봄이 가까이 오나 보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을 만나 고향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 들어왔다. 오자마자 베란다에 나가보니 2번 난꽃이 활짝 피어 보란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밸런타인데이인 이 날이 쌍둥이 손자 생일이라서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아 사진을 찍어 보냈다. 1번과 3번도 봉오리가 살짝 벌어져서 다음 날이면 다섯 개가 모두 필 것 같았다.
  
▲ 2월 15일에 마침내 활짝 핀 일향금 2월 10일 설날에 한 송이가 피었는데 하루에 한두 송이씩 5일 만에 활짝 피었다. 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는데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 유영숙
 
드디어 오늘 아침 1번과 3번까지 활짝 피어 난꽃 5개가 완성되었다. 동양란은 생각보다 꽃이 오래가서 고맙다. 꽃대가 올라오고 한 달 이상이나 기다렸다 핀 꽃이라 그 인내와 끈기를 높이 사고 싶다. 자식이 잘되면 자랑하고 싶듯이, 반려 식물이 꽃 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 부모 마음 같다.

설날에 피어준 난꽃 덕분에 올해는 시작부터 활기차다. 희망이 보인다. 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올해는 좋은 일이 가득가득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갑진년 새해가 값진 일이 많은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설날 아침에 피어준 난꽃이 감사하다. 난꽃의 행운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나눠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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