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 위한 AS, 직영 정비사업소는 선택 아닌 필수"

김웅헌 2024. 2. 15. 12: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한국GM 그 안에 사람人]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

[김웅헌 기자]

이 시대의 필수품,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는 수만 가지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그 많은 부품을 조립하는 일은 첨단화된 기계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설계부터 출고까지 수많은 노동자의 땀과 노동이 있기에 거리로 나설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며 조립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출고 후 A/S를 담당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국GM에서 묵묵히 노동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고단한 노동에도 눈물과 웃음으로 소금 꽃 피우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기자 말

18살 정비사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한 강진 촌사람

"초중고등학교를 전라도 강진에서 졸업했어요. 장남인 저는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18살 겨울에 무작정 상경해서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버스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곳에서 차량정비를 접했습니다.

정비기술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고참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그때는 말대꾸도 못하고 그렇게 기술을 배웠어요. 그러나 대우자동차에서 생산직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26살에 사내직업훈련원에 들어갔어요. 그게 지금의 한국지엠과의 첫 인연입니다."
 
▲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난 14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직영 정비사업소에서 윤영섭 지회장을 만났다. 올해로 53세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윤영섭 지회장은 누가 봐도 도시풍(?)의 외모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삽 하나 들고 논두렁에 들일 나가는 영락없는 시골 사람이라고들 말한단다.

그는 한국지엠에서 27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지엠 내 서울, 동서울, 인천, 원주, 대전, 전주, 광주, 부산직영 정비사업소와 세종과 창원에 있는 부품 물류사업소, 영업본부에 근무하는 374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지회장을 3년째 맡고 있다.

"저도 사실은 2018년 GM이 강제로 문 닫아버린 군산공장으로 입사했어요. 조립부 완성부서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면 부품을 조립했지요. 그때는 참 젊어서 일하는 게 무서울 게 없었지요. 3년 정도 일하다가 정비를 하고 싶어서 지원했지요. 군산공장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울적합니다. 군산공장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재홍 전군산지회장이랑 완성라인에서 같이 근무했어요."

지난 2월 2일,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은 서울 강남구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7월에는 서울서비스센터를 오픈한다. 내수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올해 4개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생각을 윤영섭 지회장에게 물었다. 그는 회사의 내수판매 정책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종 다양화, 내수판매용 차량 고객 인도 물량 늘려야"

"저도 언론 보도를 통해 사장이 한 말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나 현장 조합원들이나 겉만 번지르르한 사장의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우선 내수판매 정책에 문제점이 많습니다. 2023년에 한국지엠은 내수판매 대수가 3만8755대로 수입차 판매회사를 포함해서 3%의 내수 점유율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에 한국지엠이 내수에 판매한 차량 중 수입차 비중이 5%였는데 22년도에는 24%가 늘었어요.

이게 말이 좋아서 멀티브랜드전략이지, 본질은 수입차 판매업체로 포지션을 이동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이 나왔으니까요. 더 하겠습니다. 작년에 트랙스크로스오버가 출시되고,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판매가 한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1만 대 이상 사전 계약한 고객들이 출고가 지연돼서 다 떠났어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출고 대기가 1년 이상 걸린다니 누가 기다려서 차를 사겠습니까. 수출에만 집중하는 회사 정책으로는 내수판매 향상은 오래 못 갑니다. 수입차만 팔 생각하지 말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늘리고, 고객들이 빨리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적기에 공급해줘야 합니다."

윤 지회장은 서울직영 정비사업소 신축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서울·동서울직영 정비 부지 매각 수익 수천억, 차 팔아 번 돈보다 훨씬 많아"

"회사는 신축을 엄청 많은 액수를 투자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2021년 9월 28일 서울직영 정비 부지 매각 및 신축을 노사 간 합의했었습니다. 그 당시 매각부지는 2050평이고, 신축부지는 1200평이었습니다. 저희가 회사와의 교섭 때마다 매각 비용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영등포지역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매각 당시 시세가 평당 8500만 원이 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얼추 계산해보면 부지 매각 수익이 1740억이 넘습니다.

2022년 9월 5일 노사가 합의한 동서울정비 부지 매각 및 신축 합의에 따르면 매각부지는 2800평, 신축부지 910평이었습니다. 그 당시 성수동의 시세로 봐서 평당 1억 원을 훨씬 넘었으니까 최소 매각 비용은 2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서울정비 신축비용은 회사 자료에 의하면 약 350억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서울정비 신축비용을 350억이라고 어림잡더라도 서울과 동서울정비 매각 순이익은 약 384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마디로 부동산을 매각해서 번 돈이 차를 팔아서 번 돈보다 많습니다."
  
▲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  서울직영 정비사업소 신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그는 부동산 매각 이후 서울직영 정비사업소 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간 갈등도 이야기했다.

"지난해 말이었습니다. 2024년 7월 입주를 목표로 아무 탈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무협의 과정에서 처음 약속한 시설, 장비가 설치되지 않고 축소돼서 신축이 진행되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회사는 건축비와 자재 가격이 상승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기존 설비와 장비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서울정비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한 달가량 항의집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노사 간 합의점은 찾았지만, 부동산 매각으로 막대한 수익을 미국 본사로 보냈으면서도 직원들을 위한 투자에 대해서는 인색한 점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서울직영 정비사업소 조합원 항의집회 지난 해 일방적인 공사 축소에 항의하는 조합원 집회를 진행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윤 지회장에게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규 A/S 전문인력 채용 전혀 없는 한국지엠, 서비스 외주화에 대한 불안감 높아"

"2023년 5월 기준 우리 정비부품지회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51.4세였습니다. 첨단화, 대형화되고 있는 신차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A/S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조합원이 374명입니다. 2023년에는 32명 정년퇴직을 했고, 2024년에는 41명, 2025년에는 33명이 정년퇴직을 합니다. 3년간 106명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300여 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판금, 도장, 기능 수리, 부품판매, 고객지원 업무를 하게 됩니다.

수입되는 차종은 늘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할 전문 신규인력 충원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노사간 체결한 단체협약 36조(적정인원 유지)에는 감소 인원 및 인력소요에 대한 신속한 충원을 통해 현장의 적정인원을 유지하도록 하며, 정년퇴직 인원 감소 발생 3개월 이전에 소요인원에 대해 논의를 완료하고, 회사는 노사간 사전 논의된 채용인원에 대하여 정년퇴직 이전에 채용하여 업무인계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돼 있으나 23년도에는 인원충원 합의조차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조합원들은 회사가 직영 정비사업소를 축소하고, 외주화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큽니다. 신규전문 인력 채용 없이는 고객 감동, 고객 만족의 A/S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윤 지회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실시한 조사보고서 자료를 보여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 조합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노후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A/S 고객 접점 직원들,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장애 호소 늘어나"

"2023년 노사공동으로 242명에게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감정노동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과 전반적인 직무 스트레스는 '주의' 수준으로 나타났고, 참여자의 5.8%는 우울 증상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감정노동 스트레스 주의군의 분포 비율이 금융권, 공공기관 민원응대 직 대비 13%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무 스트레스의 위험군의 경우, 유사 업종 대비 12%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신규채용이 되지 않으면서 대면 또는 비대면 직원들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장애로 산업재해 승인이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소박한 소망이 있다고 했다.

"신규 채용도 안 되고 어려운 여건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조합원들을 만날 때마다 지회장으로서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직영 정비사업소 운영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임기 동안 신규채용 문제와 시설 투자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 가능한 직영 정비사업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 역할을 다하면 내년 말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정비사로 복귀해서 고객분들에게 수준 높은 A/S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윤영섭 지회장, 그는 인터뷰 내내 에둘러서 말하지 않았다. 직설화법은 그의 외모와 꼭 닮았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