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의대반에 천안까지 유학가고…대치동 학원가 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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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입시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이미 의대 준비 연령이 초등학생까지 내려와 '초등생 의대반'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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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충청도의 건양대, 충남대 등에 의대 몰려 있어 천안으로 학교 옮겨 내신 챙겨"
"학교 마치면 아이 태워 대치동 학원으로 직행…수도권서 의대 보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
학생 "인서울이든 지방대든 의대면 어디든 좋아…하루에 수학공부만 5시간씩 매일 해 와"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입시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의대 진학을 고려하지 않던 고3학생과 이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대학 입학예정자들, 의대 진학에 실패한 재수생들까지 관심을 가지며 말그대로 '의대 광풍'이 불고 있다.
14일 데일리안이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직접 찾았다. 한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장의순 강사는 "한달 사이 20% 정도 문의가 늘어난 것 같다"며 "학원에서 개설한 재수종합반은 일찌감치 마감이 다 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장 고등학생 제자들만 봐도 서울대, 연·고대 붙어도 아쉬워서 한 번 더 수능을 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요즘 대치동에서 3수, 4수도 많아졌고, 지난 해에는 반수반에 들어가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다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 "제주도는 내신 2급도 의대 진학 소문…의대 몰려 있는 천안, 세종 인기"
대치동에서 의대입시반을 운영하고 있는 A학원 원장은 "제주도는 내신 2등급도 의대를 진학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멀리 갈 것 없이 충청도의 건양대, 충남대 등에 의대가 몰려 있어 천안으로 학교를 옮겨 내신을 챙기는 게 공공연한 일이 됐다"며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는) 그 친구들이 얼마나 내신을 잘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학교를 마치자마자 해당 지역에서 학부모가 아이를 태워서 서울 대치동 학원으로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의대 모집 정원 확대 규모 자체가 예상 밖으로 크기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도 좋으냐'는 질문은 가치가 없을 정도"라며 "구체적으로 지원 기회가 어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많은지 세부적으로 짚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천안, 세종이 있는 충청권이 지방 유학으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라며 "KTX가 있어 엄마 아빠 출퇴근이 용이하고 명문 자사고들도 많은 곳"이라고 부연했다.
임 대표는 "의사시키려고 외국 유학까지 보내는 상황인데 의학계열 지역인재 전형에 해당하는 학과가 현재 수의대를 뺀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까지 포함된다"며 "2000명 정원이 확대된다 해도 70%는 지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중 60%를 또 지역 인재로 뽑으라 하니 수도권에서 의대 보내기가 정말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미 '초등생 의대반' 성행…"출발지가 어디든 도착지는 의치한약"
대치동 학원가에는 이미 의대 준비 연령이 초등학생까지 내려와 '초등생 의대반'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한 학원 앞에는 '초5~중3, 어떤 수준에서 출발하건 도착지는 의치한약'이라는 문구가 담긴 홍보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다. 대치동에서 의대반을 운영하는 B학원 원장은 "아직 모집 단계인데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가장 어리다"며 "초등생 의대반 수요가 있다고 생각돼 이제 막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던 고등학생 1학년 성모(16)씨는 "의대는 인서울이든 지방대든 상관없다. 의대이기만 하면 가고 싶다"며 "이 동네는 초등학생 5학년부터 최소 선행학습을 한다. 하루에 수학공부만 5시간씩 거의 매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성씨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부 정책은 좋지만 우리나라가 의대를 워낙 선호하니까 재수생들이 늘어나 경쟁률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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