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여정이 선택한 그 감독…김덕민 “영화로 먹고 사는 날 올까요?”
20년 조연출 거쳐 51세에 입봉
손 잡아준 JK필름 윤제균 감독은 '은인'
"사람 냄새나는 영화 만들고파"
“아는 영화감독과 대리운전할 때였어요. 서로 ‘우린 왜 이러고 있어야 해?’ 했죠. 영화로 먹고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도그데이즈’가 잘 돼서 조그마한 실비 보험이라도 들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김덕민 감독(51)은 20년 조연출 생활을 청산하고 첫 데뷔작인 영화 '도그데이즈' 메가폰을 들었다. 아시아경제와 만난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푸념부터 늘어놨다. 1973년생인 그는 2003년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지만 50대 나이에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닥치는 대로 먹고살았다"며 "고생한 아내와 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인 내가 평범한 삶을 저버리고 나 좋다는 일만 했다. 비참하고 힘들었다. 그 흔한 보험도 하나 못 들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20년 만에 잡은 메가폰…어제처럼 생생한 그 날
영화 '도그데이즈'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7일 개봉했다. 6일 동안 누적 관객수 26만여명을 모으는 데 머물렀지만, '착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통해 관계를 맺고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인류애를 회복시킨다는 반응이다. 성공한 건축가와 MZ세대 배달부, 싱글 수의사와 회사원, 초보 부부 등이 출연한다. 배우 윤여정·유해진·김서형·김윤진·다니엘 헤니·이현우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김 감독은 여러 작품을 거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조연출로 일하며 제작사 JK필름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영화 '영웅'(2022·감독 윤제균) 조연출을 거쳐 '도그데이즈'로 입봉했다. 운명적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영웅' 크랭크업을 4회차 정도 앞둔 어느 날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합천 세트장에서 보조출연자 200명과 군중장면 촬영을 앞두고 있었어요. 윤제균 감독님께서 늘 연출팀과 함께 저녁밥을 드셨는데, 식사 자리에서 '그동안 네가 조연출 일에 몰입하도록 주저했는데, 크랭크업이 얼마 안 남아서 이야기를 한다. 회사에서 저작권을 해결 중인 '도그데이즈'라는 영화가 있는데 네가 이걸로 JK에서 입봉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김 감독은 JK필름 수장 윤제균 감독에게 특별히 고맙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마지막 촬영을 얼마 안 남기고 현장 편집본을 쭉 보고 전화를 주셨다. '지금까지 잘했다. 남은 촬영분도 이대로만 찍으라'는 말에 용기가 났다. VIP 시사회 끝나고 감독님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아니다, 네가 잘했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동물촬영 '이중고'
'도그데이즈'는 2021년 12월26일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4월 크랭크업했다. 막바지 준비 단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터졌다. 김 감독은 "코로나가 심할 때 촬영을 시작했다. 자가검사키트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음성이 나온 사람만 촬영장에 들어오게 했다. 한명이라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전체 촬영을 '스톱' 했다. 3번이나 스톱 됐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촬영에 동원된 어린 말 '까미'를 제작진이 강제로 발에 줄을 묶어 넘어뜨려 사망하게 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었다. 이후 동물 출연 미디어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김 감독은 "첫째도 둘째도 (동물)안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사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만약 반려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촬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나리오 쓸 때는 '동물 촬영? 찍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쉽지 않았어요. 콘티 작업 때 훈련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준비했죠. 이 장면에서는 반려견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겠고, 여기에서 짖길 바란다는 의견을 미리 드렸어요. 훈련사들이 영화에 출연한 강아지 차장님, 스팅, 완다와 미리 훈련하셨어요. 촬영 때 반려견들이 힘들어하면 쉬어야 했는데, 배우들도 쉬어야 해서 시간에 쫓기는 어려움도 컸죠. 한 회차는 통으로 날렸던 적도 있어요."
개봉 앞둔 초보 감독 "손익분기점 돌파 간절"
초보 감독의 심경은 복잡하다. 김 감독은 "남의 돈 가지고 영화를 찍었는데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며 "어떻게든 손익분기점(200만명)을 넘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가장 두렵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눈치도 봤다고 했다.
"윤여정, 유해진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무서웠어요. 시사회 때 유해진의 뒷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움찔했죠. 끝나고 '영화 어떠셨냐'고 물으니 '엄청 울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마음이 놓였죠. 윤여정은 시사회가 끝나고 '이렇게 착한 사람만 나오는 영화도 되니?' 물으셨어요. '어떻게든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말에는 '얘가 무슨 자신감이야' 하시더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김 감독에게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야기'가 있어서 좋아요.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있고, 영화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들이잖아요. 인생과 생각을 오롯이 담을 수 있죠. 요즘 영화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어렸을 때 감독으로 데뷔했다면 허세 가득한 영화가 나왔겠죠.(웃음) 얼마 전에 연기를 공부하는 아들(김동현)이 '도그데이즈'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서 '아빠. 이 정도일 줄 몰랐어' 하더라고요. 기분 좋고 뿌듯했어요. 처음으로 아빠 노릇 했네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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