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주사 한번에 40만원? 정부 난임 지원 체감 안돼"

이서희 2024. 2. 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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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난임 건보 지원 확대
PGT 등 비급여 항목은 여전
"정부 지원한다지만 체감 안돼"

올해로 결혼 5년 차를 맞은 강모씨(38)는 최근 시도한 시험관 3차 시술에서 착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상보다 높은 자연사 세포(NK세포) 수치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치료에 필요한 면역 주사를 처방받았는데, 가격은 한 번 접종에 40만원에 달했다. 추가로 시행한 피검사와 주사비 등을 모두 합쳐 A씨가 결제한 금액은 1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강씨는 "최근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이 확대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지원 대상이 아닌 비급여 항목이 많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며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한 비급여 주사를 필수로 맞아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면 어떻게 마음 놓고 시도해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아시아경제DB]

이달 1일부터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원이 확대됐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난임 부부가 느끼는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 시술에 필요한 기본적인 검사 항목은 대체로 급여화됐으나, 착상 전 유전검사(PGT), 반착 검사(반복 착상 실패 검사), 면역글로불린 주사 등 고가의 심화 검사 항목은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있는 탓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사는 지역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난임 시술 본인 부담액을 지원하고, 체외수정 시술의 '칸막이'(신선배아 9회·동결배아 7회)를 없애는 내용의 '난임 부부 맞춤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 서울·부산·인천 등 전국 9개 시도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시술비의 30~50%에 해당하는 자기부담금을 지원했으나, 광주·대전·울산 등 6곳은 '기준 중위 소득 180% 이하의 가구'로 지원 대상을 한정한 탓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부가 많았다.

정부가 이러한 지역·소득 간 격차를 없애면서 모든 난임 부부는 시술 종류에 따라 1회당 최대 110만원까지 자기부담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올해 2월부터는 기존에 '신선배아 9회·동결배아 7회'에 한해 적용되던 건강보험 급여 지원이 '신선배아와 동결배아를 합쳐 20회'로 확대되면서 범위도 이전보다 넓어졌다.

그러나 난임 부부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던 각종 검사와 주사, 약품 등이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있어서다. 난자 배양 및 동결, 난소기능 검사(AMH), PGT, 반착 검사, 면역글로불린, 프로게스테론 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금액은 5만~10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현재 지원되는 비급여 항목은 배아 동결비(최대 30만원)·유산방지제(최대 20만원)·착상 보조제(최대 20만원) 등 3종뿐이다.

시험관 1차 시술을 시작한 이모씨(36)는 "얼마 전 난임 클리닉에서 CT, 초음파 등을 찍고 처방전을 받아보니 급여 항목으로 발생한 자기부담금 16만원, 비급여 항목 17만원이 나왔다"며 "물론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더 큰 비용이 발생했겠지만,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여전히 많이 들다 보니 정부 지원 확대로 경제적 부담감이 완화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항목 가운데 특히 이용률이 높은 검사 및 주사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체로 검사 항목이 급여화됐지만, 중요성에 비해 비급여로 남아 있는 검사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우리의 미래, 난임과 가임력 보존' 토론회에서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배아 또는 난소 동결은 보장된 가임력 보존 방법으로 의학적으로도 권고되는 방법이지만, 현재 의료 지원 체계에서는 전액 비급여로 본인 부담 하에 시술하고 있다"며 "현행 AMH 혈액검사와 경질초음파(TV-USG)의 급여 대상을 일반 여성 집단으로 확대하고 여성 생애 주기별 검진에도 포함해 여성들이 본인의 가임력 상태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도 "건강보험 적용 하에서 국가지원사업이 가지는 제한적 역할로 인해 난임 부부가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만족도는 오히려 감소했다"며 "중요도가 높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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