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 없앴더니, 분양가 60% 오르고 미분양 20% 늘었다
경기 광명시의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심의단지였던 광명2구역(트리우스광명)은 2021년 11월 3.3㎡(평)당 2000만원 선에 분양가가 결정되자 선분양을 포기했다. 이후 지난해 7월 관리처분 변경총회(2700만원)를 거쳐 10월 3.3㎡당 평균 분양가를 3270만원으로 확정하고 후분양을 진행했다. 분상제 해제로 2년 전보다 분양가가 60%가량 올랐다. 결국 고분양가 논란에 분양 물량의 20%가량(517가구 중 105가구)이 미계약돼 지난 6~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정부가 지난해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민간 택지 분상제 적용을 해제한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022년 2978만원에서 지난해 3495만원으로 1년 만에 517만원이 올랐다.(HUG)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 84㎥ 기준으로 11억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3505만원으로 시세(3253만원)보다 비쌌다.(부동산R114)
규제를 걷어내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가 급등하며 미분양이 많이 늘어났다. 분상제 지역이 몰려있던 수도권의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6998가구에서 지난달 1만31가구로 43.4%(3033가구) 늘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는 무순위 청약을 두 차례나 진행했지만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 분상제를 피해 전용 84㎡ 기준 10억4300만~11억5400만원에 분양했지만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분상제를 ‘양날의 검’에 비유한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적용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게 분상제의 기본 취지다. 그러나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청약 시장이 오히려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다.
실제 규제 완화에도 분상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여전히 청약통장이 몰린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서울지역 1순위 청약은 81가구 모집에 3만582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42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분상제 적용으로 최소 5억원 이상 시세 차익이 기대돼서다. 또 분양가를 억제하면 개발(시행)이익이 줄어들면서 주택 공급이 위축할 가능성도 커진다.
건설업계는 최근 원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121.80에서 지난해 12월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3년 새 25.8%나 뛰었다.
문제는 사업 시행자(조합) 등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분상제 해제로 공사비 인상분을 상회하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것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도 분양가 심의에 있어 분상제 적용 때와 달리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행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정부도 민간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예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분양가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가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지자체, HUG 등의 분양가 심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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