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예과' 없앤다…의대 정원 확대 이어 예과·본과 6년제 통합
의대 정원이 늘어난 데 이어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구분됐던 의대 학제도 통합된다. 본과에 주로 편성하는 실습 교육을 확대·강화하고 예과에 몰린 교양 수업을 전 학년에 걸쳐 실시하는 등 수업을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다.
의예과 6년 통합…힘든 본과 실습, 예과로
교육부는 13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대학 혁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내 벽 허물기,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협력 강화, 학생 권익 보호 등을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115개 조문 가운데 40개 조문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벽 허물기의 사례가 의대의 예과와 본과 통합이다. 앞으로 각 의학대학은 예과와 본과를 구분할 필요 없이 6년 범위에서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과에 편성된 임상 실습을 예과 학년으로 내리고 교양 수업을 전 학년에 배치하는 등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짜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의대는 다른 4년제 대학과 달리 예과 2년과 본과 4년 등 총 6년제로 구성돼 있다. 의대생들은 입학 후 예과에서 기초적인 자연과학 과목부터 언어, 인문학 등 다양한 교양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이 인턴, 레지던트 등 의사를 선발할 때 예과 성적을 활용하지 않다 보니 본과보다 느슨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본과는 1학년부터 해부, 생리, 생화학, 병리, 감염, 면역 등 엄청난 학습량을 요구하는 과목이 몰려있다.
충청권의 한 의대 교수는 “현재 본과 수업은 주 44시간씩 진행돼 학생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것만도 힘들다. 유급도 꽤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의대 교수는 “영미권 의대는 대부분 6년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 시스템상 예과 2학년 때 배운 해부학, 생리학 등의 학점 인정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학교는 학칙 개정 등을 거쳐 개편된 학제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학제 개편이 의대 증원 문제와 겹치며 당장 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호남권의 한 의대 학장은 “본과 수업이 예과 과정으로 내려오면 교수 증원이나 강의실 증설 등이 필요한데, 이는 정원이 확정된 뒤에나 결정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통합 전 중간 단계인 ‘1(예과)+5(본과)’ 정도의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비군 학습권 보장…전과도 1학년부터 가능
이와 함께 2학년 이상의 학생에게만 허용되던 전과가 1학년 학생에게도 허용된다. 그간 요구가 많았던 학생 예비군에 대한 학습권 보장 조항도 신설했다.
개별 대학 단위로만 허용되던 국내대학-외국대학 공동교육과정은 앞으로 다수 대학이 참여하는 방식(컨소시엄)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에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교육부 승인 등을 거치지 않고도 학칙에 근거해 할 수 있다. 외국대학과 공동교육과정과 국내대학 간 공동교육과정의 학점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행령 개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고등교육법 전면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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