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업계 M&A 바람…셰일오일서 70조원 규모 '공룡' 탄생

텍사스 퍼미언 분지 최대 넓이 확보
"시추 원가 40달러 밑으로 가능"

미국 석유기업들이 대형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셰일기업 다이아몬드백 에너지가 경쟁사인 원유 시추기업 엔데버 에너지 리소시스를 260억달러(약 34조6000억원)에 인수·합병(M&A)한다고 보도했다.

엔데버 에너지는 미국의 주요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의 퍼미언 분지에서 가장 넓은 시추지역을 확보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1일당 약 81만600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시추공 [사진출처=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석유업체들이 이처럼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은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원유 시추는 시추 지역이 넓어질수록 생산단가가 떨어지는데,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 정부 규제로 인한 원가 상승에 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아몬드백 에너지가 원유 시추 원가를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원유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더라도 다이아몬드백 에너지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에 유력한 선두 주자들이 하나로 합쳐 강력한 석유기업이 탄생하게 됐다"며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는 순부채를 100억달러 아래로 빠르게 줄여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동종업계 최고의 신용 등급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이 완료될 경우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시가총액은 530억달러(약 70조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미국 내 엑손모빌과 셰브런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최근 미국 석유기업들의 원유 시추업체 인수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엑손모빌이 원유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6000억달러(약 780조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셰브런도 석유 탐사 기업 헤스 코퍼레이션을 530억달러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