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렵다는 ‘화폐상 습진’, 빠른 치료가 관건"

신은진 기자 2024. 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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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화폐상 습진 명의'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

유독 동그란 모양으로 생기는 피부병이 있다. 처음엔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동그란 모양의 피부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그 숫자가 늘어나며, 무엇보다 참을 수 없이 가려워 일상생활까지 어렵게 하곤 한다. 화폐상 습진의 얘기다. 동전 습진이라고도 불리는 화폐상 습진은 '가장 가려운 피부병'이란 별명이 있을만큼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해 약도 소용없다거나 난치병이란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러나 사실 화폐상 습진은 생각보다 치료가 잘 되는 피부질환 중 하나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와 함께 화폐상 습진과 그 치료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한양대병원 제공
-화폐상 습진은 어떤 질환인가?
동전과 같은 동그라미 형태의 습진을 화폐상 습진이라고 한다. 습진은 굉장히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피부에 염증 세포가 모여 있는, 즉 피부염이라고 하는 건 모두 습진이다. 아토피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접촉 피부염도 모두 습진에 속한다. 그래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에 화폐상 습진이 있는 환자가 많다.

화폐상 습진은 다른 습진과 마찬가지로 피부 표피와 진피 사이에 염증 세포가 아주 많은 상태이며, 염증이 많으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물이 차면서 흔히 말하는 진물이 난다. 진물이 터지면 피부에 균열이 생기며 2차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염증 때문에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진단을 위해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진 않다. 다만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조직 검사가 시행된다.

-화폐상 습진이 악화해 다른 피부질환이 될 수도 있나?
화폐상 습진이 악화한다고 해서 아토피, 한포진 등 다른 피부질환이 되진 않는다. 별개의 질환이라 동반될 수는 있다. 또, 화폐상 습진과 결절성 양진과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화폐상 습진은 아급성, 결절성 양진은 만성 병변이다.

-'가장 가려운 피부병'으로도 알려졌다. 어느 정도인가?
개인차가 크다. 화폐상 습진이 한두 개 있는 이들과 전신에 있는 이들이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당연하지만 화폐상 습진이 여러 개 있을 때 더 가려움증이 심하다. 가려움증의 정도는 0~10점으로 계산하는데, 화폐상 습진이 전신에 있는 환자의 가려움증은 8~10점 정도다.

또한, 화폐상 습진과 다른 종류의 습진이 함께 있으면 가려움증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화폐상 습진은 습진이 동전모양의 동그란 형태로 나타난다. /고주연 교수 제공
-원인이 무엇인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굉장히 다양한 원인이 있어서다. 화폐상 습진의 유발 요인으로는 가장 흔한 게 건조증이다. 그다음이 신경성, 아토피 등 기저질환이 있다. 악화 요인으로는 특정 물질 접촉, 벌레 물림 등이 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아이들보단 성인이 더 많이 생긴다. 10대, 30대, 60~70대에서 발병률이 특히 더 높다고는 하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건조해져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화폐상 습진은 건조하면 발생하기 쉽고, 알레르기 과거력이 있어 피부를 긁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서 쉽게 생긴다.

-자가면역 질환은 아닌 건가?
자가면역이 작용하지 않는 염증 질환은 거의 없긴 하지만, 염증이란 건 우리 몸이 예상하지 못한 어떤 물질에 대해 피부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거다. 몸에 세균이 들어와 이를 해결하려고 면역 반응을 하는 걸 두고 자가면역 질환이라 하진 않는다. 자가면역질환은 아무 문제가 없는 자가 항원에 대해 면역체계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화폐상 습진은 벌레 물림 등 어떤 원인에 대해 몸이 반응했는데 그 반응이 과하게 일어났을 뿐이다. 화폐상 습진이 심하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자가 면역이 어느 정도 관여하는 질환이라 할 수는 있으나, 자가면역질환이라 하기는 애매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론 바르는 약을 사용한다. 초기 또는 경증의 화폐상 습진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강도는 염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화폐상 습진은 아급성 습진이라 너무 약한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없다. 처음부터 중간이나 높은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했음에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가려우면 항히스타민제를 추가로 처방하고, 환부를 차갑게 드레싱 해 덜 긁을 수 있게 처치를 한다.

위의 조치도 부족하거나 먹는 약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환자에겐 광선 치료를 같이할 수 있다. 광선치료는 면역 염증 세포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화폐상 습진의 범위가 넓거나 염증이 너무 심해 가려움증이 극심한 경우, 기존 치료법의 효과가 미흡한 경우 등엔 단기간(약 2주) 먹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단기 경구형 스테로이드 사용 후에도 약이 더 필요하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사이클로스포린이고, 이 약에 부작용이 있으면 MTX(메토트렉세이트)를 사용한다. 두 약제가 다 듣질 않으면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MMF)나 아자시오프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토피 등에 사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는 사용하지 않나?
사용할 수는 있으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JAK 억제제의 경우, 사이클로스포린이나 MTX 등 기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약이 다 효과가 없는 화폐상 습진 환자에게 사용하는데, 효과가 좋은 편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너무 비싸서 화폐상 습진만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과 화폐상 습진이 함께 있는 경우, 보험이 적용되니 사용하는 정도다.

화폐상 습진은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적절한 약물치료로 빠르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비약물 요법만으론 치료 효과를 얻기 힘든가?
약물을 최소로 사용하는 건 모든 의사가 원하는 일이다. 한 달 분량 약을 처방할 때도 증상이 호전되면 감량하라고 한다. 비약물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됐다면 애초에 경증이나 경증에서 중등증으로 넘어가는 정도였을 거라 생각한다.

-일부 환자커뮤니티에선 스테로이드 등 약물은 사용해봤자 소용없다고 주장하는데?
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병은 계속 진행된다. 초기 증상엔 스테로이드를 짧게 사용할 수 있으나, 치료하지 않아 염증이 악화하면 더 오래, 강도 높은 치료를 해야 한다. 한 번 약을 시작하면 계속 사용해야 한다거나 써봤자 소용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실제로 약을 언제까지 사용할지 그들은 알 수 없다. 그건 피부과 전문의가 안다. 또, 약을 써면 더 안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하는 이들을 실제로 보면,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제대로 쓰지 않고 효과가 없었다거나 악화했다는 경우다.

피부 염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다 사라진 게 아니다. 누적된다. 우리 몸엔 '메모리 T세포'라는 게 있어, 한 번 가려움증을 경험하면 그 이후에도 계속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 염증이 생기면 일단 약을 사용해 악화를 막고, 그다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염증이 악화하도록 방치한 다음 어떻게 할 건지를 생각해선 안 된다. 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를 무작정 피해선 안 된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피부가 더 붉어지고 얇아진다고 하는데, 이는 피부병을 오래 앓고 치료하지 않아 염증 때문에 혈관이 확장된 영향이 더 크다.

화폐상 습진 환자들은 접촉 피부염도 있는 경우가 꽤 많아 특정 연고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너무 많은 약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부작용이 적은 연고와 부작용은 있으나 효과가 좋은 연고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전문가에게 적절한 처방을 받아 치료해가면 된다.

-완치가 가능한가?
화폐상 습진은 치료 종결이 가능한 질환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현대의학에서 '완치'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감염질환 정도뿐이다. 20년 이상 진료를 보고 있는데, 화폐상 습진 때문에 20년 이상 꾸준히 진료를 다니는 환자는 없다. 증상이 생기면 치료하고, 재발하더라도 또다시 치료하면 된다. 화폐상 습진은 치료가 잘 되는 질환에 속한다. 경증은 연고만 2~3회 바르고 낫기도 하고,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중증환자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 치료 종결이 가능하다.

화폐상 습진은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치료기간이 짧아진다. 가렵거나 진물이 나기 시작하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면 실질적인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진다.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평소에 피부관리를 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보습이다. 아토피피부염과 관리법이 비슷하다. 하루 한 번 비누를 사용해 청결하게 씻고, 그 후엔 무향 무취 보습제를 이용해 꼭 보습을 해야 한다.

피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보습제 사용을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보습제를 바른다고 해도 보습제가 환부에 침투하진 않는다. 보습제는 피부에 막을 씌워 보호하는 존재라 생각하면 된다. 보습제는 진물이 많이 나는 부위만 피해서 바르면 된다.

연고를 사용할 때도 연고가 다 마르고 나면 그 위에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다. 피부질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보습제는 '창상피복제'로 분류되는데, 이는 병변이 있어도 발라도 된다는 뜻이다.

또한, 화폐상 습진 환자에겐 땀조차 피부 자극요소가 될 수 있기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게 주의하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땀을 흘린 후엔 꼭 씻어야 한다. 지나치게 자주 씻는 일 역시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하루 2~3회 이상 씻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겨울철엔 피부를 자극하는 스웨터, 털옷 등 모직물을 피해야 한다. 꼭 순면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부드러운 소재의 옷을 입으면 된다.
-화폐상 습진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보습과 청결, 염증을 유발하는 술·담배 자제 등 피부질환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생활 수칙만 잘 따라도 된다. 재발을 막기 위한 생활수칙들을 평소에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화폐상 습진은 특히 빠른 치료 시작이 중요한 질환이다.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하길 바란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기간은 길고 힘들어진다. 치료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그중에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면 된다.

고주연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의료원 서울병원 피부과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장 및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피부가 건강, 영양, 노화 상태 등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라는 생각으로,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에게 맞는 단계별 치료를 꼼꼼하게 처방하고 관리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 피부루푸스 질환군을 보유하고 있다. 루푸스, 물집질환 등 장기 치료를 요하는 어려운 환자를 많이 치료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섬세한 장기적 치료계획을 제시한다. 대한접촉피부염학회 및 피부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 대한여드름주사학회 교육이사, 대한피부레이저학회 학술이사,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국제협력이사,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서울지부회 학술이사, 대한의학레이저학회 윤리이사, 대한피부연구학회 이사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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