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20년 걸리던 재건축…정부 “5~6년 줄여 신속 공급”
재건축, 규제에서 지원으로
정부가 최근 ‘1·10 공급대책’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시행령)’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업속도 단축’을 강조했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새집을 지을 땅이 얼마 남지 않은 도심에 주택을 신속하면서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재개발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집값 급등의 원흉’이라는 인식에 한동안 규제 대상이 됐던 재건축·재개발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3대 대못(안전진단·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을 대거 걷어낸 데 이어 올해도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푼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통 사업 시작부터 입주까지 15~20년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개발·재건축은 안전진단(재건축의 경우)→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추진위 구성)→조합설립→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이주·철거→착공·분양→준공·입주의 과정을 거치는 장기 프로젝트다.
최근 사례를 봐도 지난해 3월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조합설립(2013년)에서 입주(2023년)까지 11년, 추진위 구성(2003년)부터 20년이 넘게 걸렸다. 뉴타운으로 개발된 아현2구역(마포더클래시)은 조합설립(2003년)부터 입주(2022년 12월)까지 21년이 소요됐다.
국토부는 ‘1·10대책’에서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시작하고, 재개발은 노후도 요건을 기존 3분의 2 동의에서 60%(재촉지구는 50%)로 바꿔 개발 예정지에 신축 빌라가 있어도 가능하게 하는 등 사업 착수 요건을 완화해 2~3년가량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하나의 절차를 마친 뒤에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과 조합 설립 추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조치도 기간 단축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따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통합 심의가 더해지면 사업 속도가 최대 5~6년 단축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기간이 8년~10년에서 4~5년으로 줄어든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예상한 5년 이상의 실질적인 기간 단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줄일 수는 없는 필수절차가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관리처분 이후 5~6년은 물리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주·철거에 1~2년의 시간이 걸리고, 공사에는 3~4년이 소요된다. 박 교수는 “정부 대책에 따라 15~20년 걸리던 사업이 10~15년으로 줄어드는 건데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간 갈등 등에 따른 사업 지연도 빈번하다. 조합원 분담금(분양가) 규모가 결정되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 단계에선 조합 내분으로 오히려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13년 조합이 설립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인허가 지연,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아직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따라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잇달아 불거져 최악의 경우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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