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이 무병장수?…맨발걷기 열풍, 비닐하우스 흙길도 등장

손성배 2024. 2.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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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 조성된 비닐하우스 맨발 황톳길에서 어싱(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맨발로 걷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2월부터 70억 8200여만원을 들여 11개소에 총 길이 5.9㎞의 맨발 황톳길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손성배 기자


" 어싱(Earthing·맨발 걷기)의 부작용은 무병장수(無病長壽)입니다. 맨발로 걸으면 성인병은 물론 수술로도 치유되지 않던 각종 병이 낫습니다.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6일 오후. 경기 성남 율동공원에서 박동창(72)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회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들이 모인 곳은 공원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 황톳길. 성남시는 지난해 9월 맨발 걷기용 황톳길을 개장한 데 이어, 추운 겨울철이나 비 오는 날에도 이용하게 해달라는 시민 민원을 수용해 200m 길이의 비닐하우스 공간까지 조성했다. 겨울철 맨발 걷기 명소로 떠오르면서, 평일이었던 이날 오후 1~3시 사이에만 80여 명이 찾는 등 ‘어싱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일 평균 방문객은 200명이 넘는다.

맨발로 흙을 밟는 어싱이 최근 몇 년 사이 큰 인기를 끈 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이날 화성시에서 약 1시간 걸려 이곳을 찾았다는 최모(68)씨는 “복막암이 간으로 전이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항암 치료를 포기했었는데 (걷다 보니) 운동도 되고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야탑동에서 온 강점석(69)씨는 “지난해 8월 어싱을 시작한 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나 60년간 시달렸던 비염으로부터 탈출했다”고 했다.

이날 비닐하우스 곳곳에선 어싱 장비를 갖춘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 남성은 발바닥에 구멍을 낸 ‘맨발 걷기 전용 양말’을 인터넷에서 구입해 신고 있었다. 또 다른 남성은 바다 모래사장을 많이 걸어 생긴 상처 때문에 발에 랩을 감고 있기도 했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율동공원에 조성된 비닐하우스 맨발 황톳길에서 어싱(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맨발 걷기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 조성된 비닐하우스 맨발 황톳길에서 만난 어싱(earthing)족. 이 시민은 발가락을 감싸 보온성을 높이고 발바닥은 뚫린 어싱 전용 양말을 신고 있었다. 손성배 기자

지자체, 수십억 원 들여 어싱길 조성…갈등도 산적

성남시는 율동공원을 포함해 어싱길 여섯 곳을 운영 중이다. 오는 6월까지 35억 5000여만원을 투입해 판교지구와 야탑 등 다섯 곳에 어싱길을 추가로 만들고, 구미동 공공공지 황톳길도 연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사업의 총 비용은 70억 8200여 만원으로 예상된다. 안산시·용인시·하남시도 시민 여론을 수렴해 최근 맨발 걷기 길을 마련했다.

하지만 어싱길이 시민 간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용인시는 수지구 성복동 등산로에 10여 년 전부터 설치돼있던 미끄럼방지용 야자수 매트를 철거했다가 등산객의 불만을 샀다. 성복동 주민 조모(62)씨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 때문에 등산로 매트를 걷어 진흙탕이 됐다”며 “거의 매일 반려견을 데리고 등산로 산책을 하는데, 매트를 걷었다가 덮었다가 난리였다”고 말했다.

수원 광교 호수공원 황톳길에선 반려견 분변을 맨발로 밟아 불쾌했다는 민원이 발생했고, 용인의 또 다른 공원 맨발 길에선 유리 파편이 나온 적도 있었다. 유리 파편을 발견해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한 시민은 “평소엔 앞을 보고 옆을 보며 걷는데, 그날은 유독 발이 따끔거려 땅을 보고 걷다가 땅에서 유리 조각을 발견했다”고 했다.

용인시의 한 맨발 걷기 길에서 발견된 유리조각. 사진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효능 검증은 아직, 당뇨 환자는 금물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의 효능이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안전을 고려하면 맨발 걷기를 권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당뇨 환자는 발에 난 작은 상처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족부 전문의인 박영욱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에 자극이 커져 마사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깊게 박힌 나뭇조각이나 나무 가시는 맨눈으로도 엑스레이로도 찾기 어려워 제거하기 힘들다”며 “반복적인 염증이 생기면 발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당뇨병으로 관리 중인 경우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싱(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위로 바닥을 잘라 맨 발바닥이 땅에 닿도록 제작했다는 양말을 신고 있다. 손성배 기자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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