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묘수 찾았나…M&A ‘마이웨이’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2. 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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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덮친 양극재 시장

고성장을 구가하던 에코프로그룹이 암초를 만났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으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데다 메탈 등 원재료 가격 급락으로 손익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에코프로그룹은 인수합병(M&A) 전담 조직을 꾸려 수익 구조 다각화 기반을 다지고 손익 변동성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에코프로그룹은 지주사 에코프로 대표이사 직속 M&A 전담팀을 신설했다. M&A팀은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주요 계열사 M&A 전략을 총괄한다. 지난 1월 9일 에코프로는 리튬·니켈 등 2차전지 핵심 소재 확보를 목적으로 ‘글로벌자원실’도 신설했다. M&A 전담팀과 협력해 해외 제련소와 광산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 에코프로 측은 “내부 전문가를 팀장으로 하는 M&A팀을 신설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해외 광물 자원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가 올 초 신년사에서 하이니켈에서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소재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시장 창출을 강조했다. (에코프로 제공)
산업계에서는 에코프로 M&A 전담팀 신설이 미·중 기술 패권 갈등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정책 불확실성 확대는 이익 규모와 질에 관한 통제력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지난 연말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 지분율 25% 이상 합작법인(JV)을 배터리 공급망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은 에코프로그룹에 엄청난 악재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한국 등 다국적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으로 공급망 규제를 우회하려 하자 더 강력한 규제로 이를 차단하기로 했다. 이 탓에 에코프로그룹이 SK온, 전구체 생산 기업 중국 GEM(거린메이)과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지으려던 2차전지 전구체 공장 설립도 지분율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SK온, 중국 GEM은 총 1조2100억원을 투자해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이하 GEM코리아)’라는 합작법인 설립을 조율 중이다. 3자 간 정확한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GEM이 지분 50% 정도를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GEM코리아는 새만금 신설 공장에서 연간 5만t 규모 전구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3자 간 지분율 조정 과정에서 에코프로 측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차전지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진행 중이던 합작법인 설립이 전면 재검토되는 분위기”라며 “지분율 25% 기준을 피하려 국내 기업이 추가 출자해 75%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 대응 방향에 따라 포괄적인 법 적용이 가능해 합작법인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미중 기술 갈등 지속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부담

M&A로 수직계열화 기반을 다져 손익 변동성을 낮추는 것도 에코프로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에코프로그룹은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로 손익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양극재 산업은 원재료 매입과 투입 간 시차가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래깅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통상 양극재 기업은 리튬 등 메탈 가격과 연동해 배터리 셀 제조사와 납품 계약을 맺는다. 원자재 매입과 양극재 판매 시점 간 광물 가격 변동분을 제품 판매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가령, 제품 판매 때 원자재 가격이 매입 시점보다 올랐다면 긍정적인 래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리 싸게 사둔 원자재로 양극재를 만들어 이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어서다.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이익 훼손이 불가피하다. 비싸게 사둔 원자재로 만든 양극재를 상대적으로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가 빚어진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 기준 니켈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4만2990달러에서 최근 1만6200달러로 60% 이상 급락했다.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3만5994달러에서 최근 1만1464달러로 7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메탈 가격 하락 때는 재고자산평가손실 우려도 확대된다. 현재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인 양극재를 팔아 회수할 수 있는 이익(순실현가치·NRV)이 제조원가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그 차액만큼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하고 이를 매출원가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M&A 등 기업 자체 동력만으로 손익 변동성을 제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장은 우려한다. 2차전지 산업 외연이 확대될수록 변동비 관리가 난제로 부각되면서 에코프로그룹이 원가와 이익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주요 광물 수급 영향력이 크다 보니 양극재 산업에서 손익 관리는 변동비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최근 에코프로그룹은 전방 산업 침체뿐 아니라 비용 통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공장 가동률이 위축되면 양극재 생산량이 줄고 이에 따라 단위원가 부담이 커지는 악영향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이 줄더라도 고정비는 그대로인 만큼 단위원가 부담이 커진다. 즉, 양극재를 팔아 번 돈(매출)에 각종 변동비를 뺀 금액(공헌이익)이 고정비보다는 커야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2차전지 업황은 가격(P)와 수요(Q) 모두 위축되고 있는 데다 에코프로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CAPEX)로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설비 투자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약 1조원의 설비 투자를 예고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캐나다에 신규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오창, 포항 생산시설은 추가 증설이 예상된다. 설비 투자 자금은 차입 등 타인 자본을 적극 활용했다. 투자 확대로 최근 에코프로비엠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는 영업 활동으로 번 돈만으로는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에코프로비엠 잉여현금흐름은 -1조원까지 늘었다. 남는 현금이 없으니 설비 투자 등에 필요한 돈을 계속 차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결 기준 에코프로비엠 총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2조1751억원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1조3800억원 정도가 만기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이다. 달리 말해, 영업이익 흑자를 내더라도 이자 비용 부담이 커 주주 몫 순이익 훼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장기 전망도 현재로서는 관망 분위기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지배적 폼팩터가 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학계에서는 작금의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의 덫’에 빠졌다고 본다.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 대가인 제프리 무어 박사의 기술 수용 주기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은 초기 시장에서 주목받다 주류 시장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단절에 맞닥뜨리는데, 그는 이 시기를 ‘캐즘’이라 불렀다. 캐즘을 극복해야만 광범위한 시장으로 확대되는데 작금의 전기차 산업은 캐즘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견해다.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한 채 에코프로그룹은 양극재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 안정적인 손익 구조를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링)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우선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는다.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보급형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 기술을 확보한다. 니켈 비중을 94%까지 늘린 하이니켈 양극재는 물론 미드니켈, 코발트프리(NMX), 망간리치(LLO)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중국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낸다. 에코프로비엠은 LFP 배터리를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다. 고객사 다변화도 서두른다. 에코프로비엠 주요 고객사는 삼성SDI·SK온·TMM(옛 소니) 등이 꼽힌다. 에코프로 측은 “현재 연간 18만t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7년 71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6호 (2024.02.07~2024.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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