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고서]눈치 보느니 알바나 하자…자발적 '혼설족' 증가

허미담 2024. 2.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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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6명 "설 연휴 단기알바 계획"
단기알바 유형도 다양해져…'펫시터' 인기
일각에선 세뱃돈 부담에 시름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씨(25)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 대전에 가는 대신 시급 1만2000원의 단기 아르바이트(알바)를 하기로 했다. 이 씨는 "매번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죄송스러워 설 연휴에는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하기로 했다"며 "남들이 놀 때 일하는 것이지만, 시급을 평소보다 많이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어 "단기 아르바이트니까 스케줄에 큰 부담도 없고 용돈벌이하기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이했으나, 나 홀로 설날을 보내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세배하고 떡국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 여파로 귀성을 포기한 젊은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젊은층은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전집 알바'·'집안일 알바'…설 연휴 용돈벌이 위해 단기 알바

설 명절 귀성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6일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3441명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3%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4.0%)보다 8.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64.6%로 가장 적극적인 구직 의사를 밝혔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유는 '용돈을 벌기 위함(45.7%·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23.5%),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으로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21.1%), 여행 경비·등록금 등 목돈 마련(20.0%) 순이었다. 즉 고물가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명절에 고향을 찾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소소한 용돈벌이라도 하려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출처='당근' 앱]

특히 설 연휴 알바는 남들이 쉬는 기간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최저시급 대비 시급이 20~30%가량 더 높은 게 특징이다. 단기 알바를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아르바이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명절 연휴 때는 진열부터 배송, 포장, 카트 정리, 할인행사 보조, 주차 안내 등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차례주 등 제사용품부터 선물 세트 등의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판매와 판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 연휴 기간 집을 비우는 견주들을 위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돌봐주는 '펫시터'부터 명절 상차림을 돕는 '집안일 알바'까지 등장했다. 특히 연휴 직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종일 전만 부치는 '전집 알바'까지 나와 화제 됐다. 시급은 1만3000원으로, 해당 글은 3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대체 얼마 줘야 하나"…고물가 여파에 세뱃돈도 부담

고물가 여파는 세뱃돈 부담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상승으로 가뜩이나 생활비가 빠듯해진 가운데 부모님 용돈, 자식·조카 세뱃돈까지 고려하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세뱃돈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또 요즘은 1만원이나 3만원을 주기도 애매해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5만원권을 주는데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뱃돈 주고받기 문화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KB국민카드가 지난 6일 고객 패널 '이지 토커'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과 선물 준비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세뱃돈(용돈)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준비금은 평균 52만원이었다. 설날 세뱃돈 적정 금액으로는 미취학 아동 1만원, 초등학생 3만∼5만 원, 중고등학생 5만∼10만 원, 성인 10만원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경제적 부담에 세뱃돈을 아예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힌 이들도 적지 않았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17~18일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 명절 세뱃돈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응답 비중이 49.7%로 집계됐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16.5%를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세뱃돈 관련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산 맘카페를 통해 "세뱃돈 기준 얼마로 생각하냐. 조카가 3살인데 세뱃돈 얼마가 적당할지 모르겠다. 남편은 1만원이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래도 2~3만원은 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조카가 1명이면 5만원", "유치원 전까지는 3만원, 초중등 5만원, 고등학생 10만원이 나을 것 같다. 명절 용돈 무섭다" ,"세뱃돈 주기 싫지만, 명절이니 줘야 하지 않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월급에서 생활비랑 대출금 빼면 남는 것도 없다"며 "설날 이후에 부모님만 따로 찾아뵈는 게 나을 것 같다. 조카들 세뱃돈까지 다 챙겨주면 내 생활이 너무 빠듯해진다"고 토로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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