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다이어리가 국룰! 애플의 첫 일기 앱 '저널'

2024. 2.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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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발표한 첫 일기 앱, ‘저널’과 함께한 신년의 상념.
「 더는 다이어리를 사지 않기로 결심하다 」
일기를 쓰는 일은 내게 즐거움 이상이었다. 자부하건대 초등학교 방학 숙제 고정 1번이었던 그림일기는 단 한 번도 밀려본 적 없었고, 중고등학생 시절 책상 서랍 한쪽을 늘 차지하고 있던 건 친구와 시시콜콜한(그 시절엔 목숨보다 더 중요했던!) 비밀을 주고받는 교환 일기장이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던 습관은 어쩌면 지금의 나를 에디터로 키운 자양분이 됐을 거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 인정해야 할 때다. 매 순간 일기장을 끼고 살았던 그때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앞에 두세 장 빼고는 백지로 남은 다이어리가 10권이 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거다. 나는 왜 새해만 되면 다이어리 매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지, 대체 뭘 위해 다이어리를 샀다가 그대로 방치하게 되는 건지, 무얼 위해서든 다이어리를 사는 건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칠 때쯤 애플은 iOS 17.2 배포와 함께 첫 일기장 앱 ‘저널’을 출시했다. 고민 없이 iOS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고, 그렇게 내겐 새 일기장이 생겼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만의 저널 」
첫인상은 화려하진 않지만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무제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다. 애플의 ‘추구미’가 그러하듯 직관적이고 단조로운 인터페이스의 일기 앱이 사용자를 맞이한다. 그러나 심플한 UI 속 이 일기 앱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온 디바이스 AI’에 있다. 인터넷이나 클라우드에 접속하지 않고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온 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일기 앱은 사용자의 사진, 위치, 운동 기록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일기 주제를 제안한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보이는 ‘+’ 버튼을 누르면 일기를 작성할 수 있는데, 오늘 들었던 음악을 모아 감상을 써보길 제안한다거나 최근 며칠 이내의 운동 기록을 불러와 “걷기 운동으로 기분이 상쾌해졌나요?”라며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오전 10:07~오전 10:55’, ‘3,985 걸음’이라는 ‘걷기’ 운동을 선택하자 운동했던 장소와 걸음 수가 함께 표시됐다. 그 항목을 눌러 ‘2023년의 마지막 산책’이라는 이름의 일기를 적었다. 사진 앱에서 특정 순간을 아카이빙해 보여주는 ‘추억’ 사진 모음집이 일기에도 연동되는 덕분에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3년 전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봤던 콘서트 등 과거의 어떤 장면이 일기 앱 위에서 되살아나기도 한다. 한편 일기 앱은 ‘성찰해보기’라는 이름으로 “오늘 한 일 중에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최근 영감을 준 작품을 감상했던 순간에 대해 써보세요. 사진이 있다면 함께 넣어보세요” 등과 같은 글감을 던진다.

사실 랜덤하게 글의 주제를 제안하는 기능이야 그리 놀랍지 않지만 사진, 음악, 음성 메모 등 아이폰의 기본 앱을 연동해 기록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건 이 앱만의 능력이다. 다시 말해 일기 앱이 애플의 세계관 안에서 방대하게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지갑 앱을 연동하면 일기는 가계부로 변신할 수도 있고, 일기 앱 안에서도 캘린더가 연동된다면 일별 혹은 달별로 일기를 정리하거나 지난 기록을 다시 찾아보기에도 수월할 테니 말이다. 일기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은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낯선 이들에게 유용한 자극제다.

특정 요일과 시간을 일기 쓰는 시간으로 설정해두면 꼬박꼬박 알람이 울리는데, 그럴 때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혼자만의 순간으로 짧은 도피를 떠난다. 내게도 이 알람은 일기 쓰는 걸 다시 습관화하기 위한 장치였는데, 일주일쯤 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쓰는 10분 남짓한 시간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유일한 순간이었다는 걸. 일에 절어 피로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 무의식적으로 SNS 피드, 각종 숏폼 콘텐츠를 스크롤 하는 동안 ‘나’를 잃어버리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퍽 서글퍼진다. 이 일기 앱에는 힘이 있다. 멈추지 않고 흘러 나도 모르는 틈에 사라져버리는 순간을 붙잡아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 힘. 일기 앱을 사용한 지 한 달이 돼가는 지금, 적어두고 싶은 걸 생각해두었다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앱을 켜 일기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일은 어떤 글감이 내 ‘성찰’을 자극할까 기대도 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제 갓 출시한 앱이라 그런지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애플의 기본 앱이니만큼 아이패드나 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일기를 쓸 수 있는 환경은 더 넓어질 거다. 일기 앱의 다음 업데이트를 기대해본다.

지나간 추억은 힘이 없다고 했던가. 무형의 추억을 유형의 기록으로 남겨두는 건 적어도 오늘의 유용한 쉼표가 된다고 믿는다. 잠시 멈춰서 다시 바라보게 되는 장면들은 이곳에 하나둘 쌓여 나만 아는, 별 볼 일 없고도 근사한 이야기로 자라나겠지. 그것만으로 든든한 ‘빽’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2023년의 마지막 산책 」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혼자 오호리 공원을 걸었다. ‘내년엔 이 시간을 좀 더 가져야지’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TIP원하는 사진과 영상을 넣어 일기를 더 풍성한 내용으로 완성할 수 있다. 일기 한 편당 최대 13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 애플뮤직을 디깅하다 발견한 아티스트! 」
아이슬란드 출신의 재즈 싱어송라이터 로페이. 조용히 원고 쓰면서 듣기 좋은 앨범이라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TIP음악 앱에서 최근 들었던 노래나 플레이리스트를 일기에 덧붙일 수 있는데, 일기를 쓰다 그 음악이 듣고 싶으면 바로 재생 가능하다.

「 실내 사이클링 」
무엇이든 시도해보기 좋은 1월, 운동하기로 큰마음 먹다! 올해는 적어도 일주일에 2회 이상 근력 운동과 실내 사이클링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끝을 만든다 했다!

TIP 운동한 시간과 소모한 칼로리를 기록해둘 수 있어 운동 일지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없다.

TIP매일 비슷한 내용만 적는다면 ‘성찰해보기’ 탭에서 제안하는 주제로 일기를 써보자.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 영상, 내 음성으로 기록하는 일기, 새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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