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주벅 너머 석양

남호철 2024. 2. 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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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일몰·일출 명소 가득한 ‘해뜨는 서산’
충남 서산시 팔봉면 호리 범머리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일몰·일출이 아름다운 서산의 숨은 해돋이 명소다.


한반도 서해안은 대부분 ‘해지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충남에서도 서쪽에 위치한 서산시는 ‘해뜨는 서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중국에서 볼 때 서산은 해 뜨는 동쪽이라는 역발상이다. 간월도 등 일출 명소도 많다.

서산의 일몰·일출 명소 가운데 덜 알려진 곳이 팔봉면 호리(虎里)다. 마을의 지형이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호랑이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호리 일대에 서산아라메길이 조성돼 있다. 아라메길의 명칭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을 고루 갖춘 서산 자연환경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의미로 지어졌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가로림만 해안을 따라 호리를 에두르는 4-1구간 가운데 일부가 ‘구도 범머리길’이다. 구도항을 출발해 가로림만 범머리길 입구 → 유막골 → 옻샘 → 주벅배 전망대 → 범머리 → 호리항까지 갔다가 구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때론 산으로 때론 해안을 거닐며 산새 소리와 파도 소리를 동시에 즐긴다.

구도항 포구에서 북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호랑이 두 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입구가 나온다. 계단길을 올라서면 ‘연두곶이’다. 돌출된 산 모양이 제비부리(연두)와 연꽃의 수술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다음은 ‘스문여’다. 바다 가운데 섬이 썰물 때만 드러나 ‘숨어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해산물을 채취하러 갔던 스무명의 아낙이 밀물에 빠져 모두 죽었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바다 옆 민물이 샘솟는 옻샘.


이어 고부레에 닿는다. 고양이의 토속어 ‘고이’와 머리를 뜻하는 ‘부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바다를 향한 산세의 양쪽 곶이 고양이의 머리를 닮았다고 한다. 이곳에 옻샘이 있다. 바다 중간에 샘솟는 민물이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항상 솟아난다. 습진이나 모기 물린 곳, 옻 올린 곳을 이 물로 씻어내면 낫는다 해서 옻샘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옻샘 옆에는 쉼터가 있고, 인근에 ‘호랑이와 떡 파는 소녀상’이 조성돼 있다. 호랑이가 사람을 해코지하다가 결국 썩은 동아줄을 잡는 바람에 수숫대 밭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해님달님’ 이야기를 조형물로 표현해 놓았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주벅녀 전망대’와 ‘주벅 배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물이 빠졌을 때 바로 앞에 ‘주벅녀’와 ‘용난둠벙’이 보이고 그 뒤로 가로림만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바다 건너편에 태안군 원북면과 이원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산 아라메길의 하이라이트 주벅 배전망대의 저녁 풍경. 바로 앞 주벅녀와 용난둠범이 물에 잠겨 있다. 건너편은 태안이다.


주벅녀는 작은 바위밭을 연상시킬 만큼 먹빛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굴과 조개, 해조류 등이 풍부해 큰 기둥을 세워 어망을 설치한 데서 비롯됐다. 어망의 정식이름은 ‘주목망’인데 말이 변해 ‘주벅’이 됐다. 주벅녀는 주벅을 세웠던 바위를 뜻한다. 주벅 배전망대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 구조의 배 모양 전망대다. 저녁노을 명소다.

드디어 도두산 자락의 범머리가 보인다. 땅바닥에 웅크린 호랑이 머리를 닮은 노두가 바다로 툭 튀어나온 곳이다. 모양이 마치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아 ‘범머리’라고 했다고 한다. 범머리는 가로림만의 드넓은 서해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모습이다. 아침이면 그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아라메길 가운데 겨울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서산 천수만과 버드랜드’다. 드넓게 펼쳐진 대규모 간척농지와 거대한 두 개의 인공호수가 있어 국내에서 가장 광활한 규모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 그 중심에 철새생태학습장인 서산버드랜드가 있다.

서산 버드랜드 앞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황새.


버드랜드 앞 농경지에는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된 겨울의 진객 황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예산군 황새공원에서 복원해 방사한 황새도 이곳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천수만 옆 농경지에서 먹이활동 중인 흑두루미.


겨울철 눈여겨볼 철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두루미이다. 전 세계 남아있는 개체의 약 5%에 달하는 약 600개체 정도의 흑두루미가 겨울철 서산 천수만에서 월동하고 있으며, 이동 시기에는 전 세계 남아있는 흑두루미의 거의 모두인 약 1만 개체의 흑두루미를 한 장소에서 관찰이 가능할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버드랜드와 가까운 간월도에 최근 해양경관탐방로가 새롭게 들어섰다. 113m에 이르는 탐방로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호를 그리며 나아간다. 탐방로 끝에는 원형 조형물이 있는데 포토존 역할을 한다.

최근 새롭게 조성된 간월도 해양경관탐방로.

여행메모
서산 아라메길 범머리길 7.5㎞
굴 생산지 간월도 해양경관탐방로

서산 아라메길 범머리길은 구도항~호리에 이르는 약 7.5㎞ 구간이다. 출발지 구도항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이 길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물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해안을 따라 걸으려면 썰물 때가 좋다. 하루에 두 번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간월도도 마찬가지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나 앱을 참고하면 좋다.

‘범머리’ 바로 앞에 카페 ‘호리’가 있다. 내부에서 창을 통해 보는 가로림만 바다가 액자에 걸린 걸작이다. 호리항 앞에는 쌍섬이 있다. 그 사이로 서산 팔봉산이 우뚝하다.

간월도는 굴 생산지로 유명하다. 남해 수하식 굴과는 달리 크기가 작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커 속이 알차다. 향이 깊고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다른 지역의 굴보다 단단한 특성 덕분에 만들어진 어리굴젓은 간월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간월도 해양경관탐방로는 언제든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해 질 무렵 찾으면 간월암을 앞에 둔 저녁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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