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에 털자? 비수기에 분양 쏟아지는 이유

강창욱 2024. 2. 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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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전국 3만여 가구 ‘사상 최대’
3월 청약홈 개편으로 3주간 중단
4월엔 총선…“당기느냐 늦추느냐”
미분양, 자금난, 고분양가도 고민


연초부터 신규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겨울 휴가철이자 설 연휴가 낀 1, 2월은 통상 다른 시기보다 공급이 적은 비수기지만 올해는 예년을 크게 웃도는 물량 공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분양을 미루고 해를 넘긴 물량이 누적된 상황에서 올봄 예정된 청약시스템 개편과 총선을 앞두고 적잖은 단지가 공급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7일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민간 아파트는 임대를 포함해 36개 단지 3만645가구 규모다. 지난해 2월 분양 시장에 나온 7985가구의 4배에 달한다. 2000년 조사 이래 2월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이다.

수도권 분양 예정 단지 역시 1만6645가구로 2월 기준 최대 규모다. 1만7255가구가 공급된 1월보다는 소폭 적지만 지난해 2월(5235가구)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경기 8700가구, 서울 4485가구, 인천 3460가구가 예정돼 있다.

경기는 부동산 활황기를 타고 공급이 쏟아진 2022년 2월 1만1044가구에 이은 최대 규모다. 서울은 2월 기준 종전 최대인 2019년 2442가구보다 배 가까이 많은 물량이 예고돼 있다. 인천도 종전 최대인 2022년 2433가구를 1000가구 이상 웃돈다.

권역별 물량은 대단지 비중이 크다. 수원 장안구 ‘북수원 이목지구 디에트르 더리체’(2512가구), 평택 장안동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1182가구), 김포 북변동 ‘김포 북변 우미린 파크리브’(1200가구) 이렇게 3개 단지가 경기 지역 물량의 절반이 넘는 4894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은 전체의 73.7%인 3307가구가 지난 5일 청약 접수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단지 ‘메이플자이’ 물량(일반분양은 162가구)이다. 인천은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2728가구)이 80% 가까이 차지한다.

이달 1만4000가구 공급을 진행하는 지방은 광주가 4045가구로 가장 많다. 충북(2330가구) 전북(1914가구) 경북(1668가구) 부산(1532가구) 충남(1363가구) 순으로 1000가구 이상씩 내놓는다. 대전 울산 강원 경남 세종은 분양이 없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3월 ‘청약홈’ 개편, 4월 총선 같은 대형 이벤트가 봄 분양 성수기와 맞물려 주택 공급사들의 분양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2월에 서둘러 분양 일정에 돌입하는 단지와 총선 이후로 미루는 단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민간 아파트 청약시스템 청약홈은 다음 달 4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신규 입주자 모집 공고를 중단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 다음 달 25일부터 변경되는 청약 제도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이달 29일까지 모집 공고를 올리면 3월 중에도 청약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둘러 분양하려는 단지들이 설 연휴 후 남은 2주 동안 앞다퉈 공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를 넘기면 분양은 사실상 4월로 넘어간다.

이달 예정 물량이 얼마나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분양 증가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으로 냉각된 자금조달 환경, 계속된 분양가 상승에 따른 수요층 피로감 누적 등은 분양 시기를 다시 한번 저울질하게 하는 요소다. 가장 잘 팔릴 만한 시점에 집을 내놔야 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고려 사항이 많은 올해 초는 분양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시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12월 6만2489가구로 전월 대비 4564가구 증가세를 보인 미분양 시장 외에도 나흘간의 설 연휴가 겹친 2월은 분양 일정 조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가구 미만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전청약 단지를 제외하는 직방 조사에서는 올해 1월 분양을 준비했던 2만7761가구(39개 단지) 중 52.2%인 1만4481가구(23개 단지)만 시장에 나왔다.

직방 집계로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2만8276가구로 1년 전 8662가구의 3.3배다. 일반분양은 2만3912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6252가구의 3.8배 규모다. 일반분양은 경기 6944가구, 인천 5492가구, 광주 3800가구, 충북 1675가구, 전북 1603가구 순으로 많다. 서울은 3개 단지 1178가구 중 50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직방 집계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이라 지난달 말 공고를 낸 메이플자이는 1월 물량으로 반영됐다.

함 랩장은 “지방에 비해 청약 온기가 남아있는 수도권 위주로 공급을 집중하되 냉각된 자금조달 환경과 분양가 책정에 고민하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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