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충당금 5조 육박했지만…부실채권 대응 '역부족'
고금리 충격에 흔들리는 부동산 PF
2금융권 향한 당국 압박에 부담백배
국내 캐피탈사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한 해 동안에만 1조3000억원 넘게 더 쌓으면서 그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부실채권이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위기 대응 여력 지표는 오히려 악화된 실정이다.
고금리 충격파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을 향해 보다 많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면서 캐피탈업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리스사와 할부금융사 등 국내 51개 캐피탈사들이 적립하고 있는 충당금은 총 4조8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1조3230억원) 늘었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이처럼 충당금을 많이 쌓았지만 캐피탈업계의 여신 리스크 대응력은 오히려 예전만 못해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캐피탈사들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22.5%로 같은 기간 대비 21.7%포인트(p) 떨어졌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캐피탈사별로 보면 파이오니어인베스트먼트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20.5%로 최저였다. 그 다음으로 무림캐피탈과 JM캐피탈의 해당 수치가 각각 41.3%와 48.4%로 50%를 밑돌며 낮은 편이었다.
이밖에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54.5%) ▲무궁화캐피탈(54.6%) ▲C&H캐피탈(57.7%) ▲메리츠캐피탈(70.8%) ▲웰컴캐피탈(71.5%) ▲도이치파이낸셜(74.7%) ▲A캐피탈(78.9%) ▲HB캐피탈(84.1%) ▲한국투자캐피탈(86.4%)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89.3%) 등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대규모 충당금에도 NPL 커버리지비율이 떨어진 이유는 단순하다. 충당금 적립 속도보다 부실채권이 더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캐피탈사들이 떠안고 있는 NPL은 3조9939억원으로 61.3% 급증했다.
이런 배경에는 고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쌓여 가는 이자 부담에 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부실채권이 누적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파이를 키워 온 부동산 PF 대출도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금융권의 부동산 PF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내면서, 보다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캐피탈사를 비롯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계 등의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결산 시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 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브릿지론 등 위험이 큰 여신이 많은 만큼 충당금 부담은 도리어 가중될 수 있다"며 "자본 규모에 비해 PF 대출 쏠림이 심한 캐피탈사의 경우 부실에 따른 여파가 클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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