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에 승진도 제때 척척"…둘째 생각 절로 드는 SK하이닉스[K인구전략]

박준이 2024.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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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육아휴직 등 사내 제도 이용담 나눠
"일하기 편해야 좋은 인재 온다" 가족친화최고기업
김현숙 "더 많은 기업 참여해야"
김영미 "일하면서 아이 돌볼 환경 중요"

편집자주 - 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가족들을 VIP처럼 소중히 대해주는 회사 덕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에는 회사의 가족친화제도를 이용한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5월 출산을 앞둔 엄마, 초등학생 아이를 둔 워킹맘,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아빠. 이들은 각기 다른 경험담을 털어놓았지만, 모두 일과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데 공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가족친화최고기업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고 SK하이닉스 관계자들과 가족친화제도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사장 등 구성원이 참석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가족친화경영 성과를 살피고 임직원들과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SK하이닉스는 2009년 처음으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된 이후 지난해 '가족친화 최고기업'으로 선정됐다. 가족친화인증은 여가부가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15년간 인증을 유지하면 최고기업에 오를 수 있다. 김 장관이 가족친화 최고기업에 방문한 건 지난 2022년 12월 교보생명 이후 두 번째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2009년부터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해 최고기업에 지정된 SK하이닉스에 감사를 전하고, 직원들의 이용 경험과 어려움 등을 듣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며 "보다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에 참여하고 근로자들에게 법과 제도에서 보장하고 있는 가족친화제도를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도 "저출산 문제에는 다양한 원인과 해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사회를 가족친화적인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저출산 대책은 일하면서 직접 아이를 돌볼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탄력근무제,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직장어린이집 등 사내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이용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올해 5월 출산을 앞둔 김지연 TL(31·여)은 "지난해 승진 대상자여서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막상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니 회사에서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 승진도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을 하면 핑크색으로 된 사원증을 줘서 통근버스 임산부석에 앉아갈 수 있다"며 "주 30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해 일찍 퇴근해서 건강 관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배우자가 아이를 출산한 김범조 TL(35·남)은 "'해피프라이데이(주4일제)'와 거점오피스 제도를 활용해 아내와 매달 정기검진을 100% 함께 갈 수 있었다"며 "유연하게 오전 근무만 하고 병원에 간 후 잔업은 오후에 채우는 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를 낳은 후 배우자 출산휴가를 썼는데, 반 정도를 쓰고 반은 설 이후에 쓸 계획"이라며 "덕분에 둘째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가족친화 최고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회사가 과거에 비해 제도적인 변화를 이뤄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준모 낸드사업전략 팀장(42·여)은 "아이가 6학년인데 지금까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1번밖에 못 뵀다"며 "오늘 들어보니 제가 입사했을 때 없었던 제도들이 생겼고, 회사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회사 가족초청행사에 참석하고 난 후 엄마가 늦게까지 일해도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칠 때도 조금 더 힘내게 되더라"고 울음을 삼켰다.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SK하이닉스에서 직장어린이집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근영 TL(31·여)은 "사내 어린이집에 만족하면서 아이를 보내고 있지만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해 한해 재원수가 줄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면 더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 잘 상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사내 가족친화제도에 대해 김 사장은 "기술 기업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들어오고 인재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뛰어난 사람들과 계속해서 함께 가려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 이외에도 '아빠 육아휴직' 도입을 적극 권유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저희도 구성원이 빠졌을 때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며 "여러 가지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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