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전극 심어 자극… 약 줄여도 파킨슨병 증상 조절”

이해림 기자 2024. 2. 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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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건국대병원 신경과 김다영 교수·신경외과 조경래 교수
 

파킨슨병 치료는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합작으로 이뤄진다. 신경과에 내원해 약을 먹으면서 증상을 조절하다 보면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 약효를 보조하는 ‘전기 자극 기계’를 몸에 이식받을 수 있다. 이 수술을 신경외과에서 전담한다.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 방법이 없지만, ‘먹는 약’과 ‘기계 약’을 잘 활용하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김다영 교수와 신경외과 조경래 교수에게 파킨슨병 전반에 대한 지식과 증상 조절 전략을 들어본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김다영 교수(오른쪽)와 신경외과 조경래 교수​(왼쪽)/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파킨슨병의 의심 증상은?
김다영 교수: 파킨슨병 의심 증상은 대부분 신체 운동과 관련 있다. ▲안정 떨림 ▲보행 장애 ▲서동증이 대표적이다. 안정 떨림은 환자가 타인과 대화하거나 TV를 보는 등 손에 집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떨림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행 장애는 걷는 자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인데, 초기에는 걸을 때 팔이 앞뒤로 잘 휘둘러지지 않다가, 나중엔 한쪽 발이 땅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보폭이 비정상적으로 좁아져 종종걸음을 걷거나, 걷다가 갑자기 발이 떨어지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서동증은 몸을 움직이는 속도가 일반인보다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신체 운동과 관련 없는 증상도 있다. ▲후각 저하▲수면 장애 ▲자율신경 기능 이상 ▲기분 이상 등이 그 예다. 후각장애는 별다른 기질적 이유 없이 냄새를 잘 못 맡는 것을 말하고, 수면 장애로는 자면서 꿈 내용을 직접 말하거나 꿈속에서의 행동을 실제 몸으로 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흔히 나타난다. 기분 이상으로는 불안증, 우울증과 감정 폭과 의욕이 줄어들어 기쁨과 슬픔 모두에 무뎌지는 ‘무감동’이 흔하다.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 파킨슨병이 의심돼 병원에 찾아온 환자에겐 어떤 검사를 하나?
김다영 교수: 우선 환자에게 어떤 증상을 겪고 파킨슨병을 의심하게 됐는지 먼저 물어본다. 두 번째로는 평소 복용하는 약물 부작용으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그다음엔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검사를 몇 가지 한다. 상하체를 움직이거나 손목을 돌리는 등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해본다든가, 걸어보게 한다든가, 환자를 넘어뜨렸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검사가 끝난 후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다. 최근엔 ‘도파민 PET’ 영상도 활용한다. 뇌의 도파민 운반체 밀도를 영상화해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일반인과 파킨슨병 환자의 뇌 기저핵을 도파민 PET로 찍어 비교해보면, 일반인과 달리 파킨슨병 환자는 기저핵 꼬리 부분이 어둡게 나온다. 도파민 수송체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김다영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파킨슨병은 아니지만,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다른 질환도 있다는데
김다영 교수: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특발성 파킨슨병’에 관한 것이다. 대중들이 흔히 ‘파킨슨병’이라 부르는 병이 바로 특발성 파킨슨병이다. 특발성 파킨슨병이 아니면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들은 크게 비정형 파킨슨증과 이차성 파킨슨증으로 나뉜다.

이차성 파킨슨증은 말 그대로 다른 원인이 있어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저 질환을 치료하려 먹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뇌 소혈관이 막혀 백질이 변성되며 보행장애 등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 파킨슨증’과 뇌실이 부풀어 오르며 뇌세포를 눌러 보행장애, 인지장애, 배뇨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는 ‘정상압 수두증’이 이차성 파킨슨증으로 분류된다. 이차성 파킨슨증은 원인을 해결하면 파킨슨병 증상도 상당히 호전된다. 특발성 파킨슨병에 사용하는 약을 사용해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한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진행성 핵상 마비 ▲다계통 위축증 ▲피질 기저핵 증후군 ▲루이소체 치매 4가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초기에는 특발성 파킨슨병과 거의 구분이 안 된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다 보면 특발성 파킨슨병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행성 핵상 마비가 진행되면 수직 방향의 눈 운동이 잘 안 된다. 다계통 위축증은 초기부터 기립성 저혈압이나 배뇨장애 등 자율신경 기능 장애가 심하게 나타난다. 내 몸과 물체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인치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피질 기저핵 증후군은 뇌 겉질 기능이 저하돼 손에 쥐어준 물체가 무엇인지 감각으로 말아 맞춰보라 하면 잘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루이소체 치매는 치매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에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감별이 쉬운 편이다.

파킨슨병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진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초기 증상만으로는 어떤 병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가 많아서다. 이런 상황에선 도파민 PET 검사상 도파민 수치가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떨어져 있다면 도파민을 보충하는 레보도파라는 약물로 치료하게 된다.

- 약물치료, 운동치료, 수술치료 크게 세 가지의 치료법이 있는데, 운동치료는 어떻게 하게 되나?
김다영 교수: 모든 종류의 운동이 뇌 활성도를 증가시키고 균형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드시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진 않지만,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운동은 ‘걷기’다. 하루에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걸어야 한다. 균형장애가 심해 걷기 어려우면 실내 자전거를 약간 힘이 든 정도의 강도로 타면 된다. 파킨슨병 및 이상행동 질환 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밖에도 다양한 운동 치료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 약물치료를 지속하다 보면 약효가 떨어지기도 하나
김다영 교수: 약물치료를 시작한 초기 3~5년간은 약물이 정말 잘 듣는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면 약효 소진 현상이 일어나 같은 용량의 약물을 복용해도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 약물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지는 게 원인이다. 이에 약물을 복용한 후에 이상 운동이 발생하거나 운동이 잘 안 되는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운동 동요’가 나타날 수 있다. 약효가 올라오면 치료 가능 범위에 비해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몸이 꼬이거나 춤추듯 흔들리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한다. 반대로 약효가 조금만 떨어져도 약을 안 먹었을 때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에 치료 가능 범위에 약물 농도를 맞추기 위해, 일 회 복용량을 줄이는 대신 복용 횟수를 늘리는 등의 복약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조경래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수술적 치료는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조경래 교수: 파킨슨병 증상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뇌심부자극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운동 동요 시기에 접어든 환자는 하루에 약을 7~8번씩 먹기도 한다. 제때 챙겨 먹기도 어렵거니와 복약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계속 부작용이 생긴다. 이럴 때 고려하는 게 뇌심부자극술이다.

뇌심부자극술은 일종의 ‘기계적 약’이다. 뇌에 작은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원리다. 약효가 떨어진 환자가 이 수술을 받으면, 약을 조금만 써도 약효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하면, 뇌심부자극술은 과거에 약이 잘 들었던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 예컨대, 이차성 파킨슨 증후군 환자들은 파킨슨병 증상 치료에 사용하는 레보도파 등 약물이 그리 잘 듣지 않는데, 이런 환자들은 뇌심부자극술을 받아도 증상에 큰 차도가 없다.

- 뇌심부자극술을 받기 어려운 환자도 있나
조경래 교수: 수술은 한 번 하고 나면 돌이키기 어려우므로 수술의 위험성 대비 기대 효과가 큰 환자에게만 권유한다. 우선, 앞서 말한 대로 기존 약효가 잘 듣지 않았던 환자들은 이 수술이 증상 개선에 그리 도움되지 않을 수 있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내과적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큰 환자나 여생이 그리 길지 않은 말기 암 환자도 마찬가지다. 뇌경색·뇌출혈 등을 경험했거나 뇌에 선천적 기형이 있는 사람은 뇌의 전기적 회로도가 일반적 사람과 다를 수 있다. 이들은 뇌심부자극술을 받아도 일반적 사람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역시 적극적으로 권장하지는 않는 편이다.

- 뇌심부자극술의 대략적인 수술 과정은?
조경래 교수: 크게 두 과정으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1mm 정도 두께의 전극을 작은 빨대를 통해 뇌의 작은 핵에 집어넣는 것이다. 사람의 뇌 구조는 모두 조금씩 다른데다 뇌심부자극술에서 타겟으로 삼는 시상하핵의 크기가 약 6mm에 불과해 아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교한 CT와 MRI를 찍은 후 뇌 지도를 만들고, 전극을 삽입할 위치와 접근 경로를 계획한다. 환자가 깨 있는 상태에서 신체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수면 마취 상태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전극을 집어넣기 전엔 전극이 시상하핵에 정확히 도달했는지 점검한다. 뇌세포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소리로 변환해주는 장비를 이용해서다. 전극이 시상하핵에 정확히 들어갔다면, 이 장비를 틀었을 때 우박이나 소나기가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마치고 나면 신경과 전문의가 수술방에 들어와 환자를 깨운 다음, 몸이 잘 움직이는지, 말이 잘 나오는지 확인한다.

전극을 삽입하는 것이 첫 번째 수술이라면, 두 번째 수술은 전극에 전기 자극을 전달할 컴퓨터가 내장된 배터리를 체내에 삽입하는 것이다. 보통은 가슴팍이나 겨드랑이 사이에 이 배터리를 넣은 후, 뇌 속의 전극과 전선으로 연결한다. 과거보다 배터리 크기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두께가 1cm 정도 되기 때문에 몸 안에 삽입했을 때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충전식이라 이론적으로는 한 번 삽입한 후 20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에 이용되는 배터리/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하는 환자가 알아둬야 할 장단점은?
조경래 교수: 약효가 좋다가 운동 동요가 나타난 환자가 이 수술을 받으면, 약 복용량을 대폭 줄여도 증상이 상당히 개선된다. 수술 직후엔 자극 강도와 부작용을 조절하기 위해 병원에 더 자주 와야 할 수 있지만, 기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약도 덜 먹고 병원도 덜 올 수 있다. 다만, 기계 장비를 몸에 넣는 것이다 보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거나 MRI를 찍어야 한다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드물게 있다. 우선,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MRI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미세 혈관을 건드려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비율은 2~3%에 불과하며, 이때 발생한 뇌출혈이 실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몸에 삽입한 기계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는 때도 있다. 기계에는 혈관이 분포하지 않아 항생제를 투여해도 기계 속 균들이 죽지 않는다. 기계를 배지 삼아 세균이 번식해 몸 곳곳으로 염증이 번지기도 한다. 이에 작은 확률이지만 기계 삽입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한 환자들은 대부분 기계를 제거하게 된다.

시상하핵의 크기가 5~6mm에 불과하다 보니 전극을 아무리 정확하게 넣어도 1~2mm 정도는 오차가 날 수 있다. 이 경우에 전기자극을 주면 원치 않는 부위까지 자극돼, 말이 어눌해진다든지 감정이 격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천극 내에서도 구획을 나눠, 전극의 특정 부분에만 전기 자극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기기들이 개발됐다. 전극이 약간 바깥쪽에 삽입됐다면, 시상하핵에 맞닿은 부분에만 전기 자극을 전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 앞으로 파킨슨병 치료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김다영 교수: 병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파킨슨병을 완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독성 알파시누클레인이 도파민 신경세포 내에 축적되며 발병하는데, 이 알파시누클레인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다. 다만, 아직 임상 시험 결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수술적 치료 분야에서는 줄기세포를 초기 파킨슨 환자들의 뇌에 넣어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안정성이 있다는 건 확인됐지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긴 어려운 상태다.

조경래 교수: 전극으로 시상하핵 대신 뇌의 다른 부위에 있는 신경 회로를 자극했을 때 오히려 증상이 더 많이 개선된다는 보고들이 나왔다. 그래서 다른 수술 방법을 찾기보다는 기존 수술법을 어떻게 달리 응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시켜 머릿속에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자기공명영상유도하 고집적초음파수술’도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은 떨림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환자에게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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