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첫 수업, 부모님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김은성 2024. 2. 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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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들을수록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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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기자]

40대 중반인 나는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1월부터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재가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의사 또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를 돌보는 사람으로,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행되었는데, 시행 초기에는 인력 확보를 위해 시험 없이 교육만 이수해도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현재는 320시간(이론 126시간, 실기 114시간, 현장실습 8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까지 합격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50시간(이론 32시간, 실기 10시간, 현장실습 8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부담이 덜하긴 하지만 50시간의 교육도 만만치가 않다.

기대 않았던 수업에서 얻은 의외의 수확
 
▲ 요양보호사 교육 오리엔테이션 요양보호사 교육 오리엔테이션
ⓒ 김은성
요양보호사 교육 첫 수업은 '요양보호와 인권'으로 요양보호 대상자인 노인에 대한 이해가 주된 내용이었다. 노인의 의미부터 노년기의 특성, 대상자를 대하는 원칙에 대해 배우는데... 이럴 수가! 들으면 들을수록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친가와 시가, 양가 부모님들을 보면서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던 모습들이 요양보호사 수업을 들으며 하나 둘 떠오르고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왜소해지시고, 키가 줄어드는 노인의 신체적 특성이야 익히 다들  알고 있으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조심성을 넘어 겁이 많아지신다거나, 융통성은 점점 줄어들고 고집은 점점 세지시는 것,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전혀 버리려고 하질 않으신다거나 자식들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는 점 등등 수업 중 배우는 노인의 심리적 특성들은 구구절절 모두 양가 부모님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이 먹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설마 내 부모가 그러실 줄은 몰랐는데... 사람은 누구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그렇게 변하는 것이 인간의 발달과정이라고 하니 오히려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부모님들의 마음도 과연 그럴까?

40대 초반이었던 몇 해 전, 콧물감기가 심하게 걸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에게 나는 평생 비염에 걸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원래 나이가 들면 신체 장기들도 늙어서 없던 병도 생긴다'는 의사의 답이 돌아와 '아, 이제 내가 20대가 아니었지...'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바로 인정하긴 힘들었지만, 아직 40대인 나 또한 내가 나이 들고 있고, 나이 듦에 따라 나의 신체나 정신,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그것을 인정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으면 상실감이나 좌절감이 더욱 커지고, 화나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는 걸 배우고 나니, 그제야 부모님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전국민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이든 부부의 뒷모습(자료사진).
ⓒ 픽사베이
 
첫날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인간다움(Humanitude) 케어를 위한 4가지 실천 원칙'이었는데, 이건 정말 40대 이상 전 국민 필수 교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면하기, 말하기, 접촉하기, 일어서게 하기' 이 4가지 실천 원칙은 지금 바로 곁에 있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자녀들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적용하면 좋을 상식적이면서 필수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상자와 가까운 거리의 정면에서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며 천천히 또박또박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면하기와 말하기는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가족처럼 친근한 관계에서는 가능하면 편하게 대하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형식이나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아주 기본적인 예의도 간과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모두가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시대에는 가족끼리 대화를 할 때도 정면에서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나는 백내장으로 시야가 흐려진 시어머니와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신 시아버지와 대화할 때 이 실천 원칙을 적용했더니 확실히 두 분이 평소보다 내 말을 훨씬 잘 이해하셨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눌 수 있었다.

대상자와 접촉할 때는 상냥하게 웃으며, 천천히, 감싸듯 하여 대상자의 피부를 넓게 잡아야 한단다. 그래야 존중하고 도와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나도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인데, 낙상 위험이나 편하게 해드리겠다고 부모님을 계속 누워있게만 하면 절대 안 된다.

노인의 경우 침상에 3일 이상, 3주 정도만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어도 나중에 걷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최소 하루 20분 정도는 일어서서 걷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2~3분 정도 서 있을 수 있는 대상자라면 세수하는 동안이라도 서 있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가장 좋은 요양보호는 손이 닿을 수 있는 만큼만 떨어져서 대상자가 혼자 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이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이다.

주변 지인 중 누군가 40대 이상이고, 자기에게 필요한 교육을 찾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추천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곁에 있는 부모님이 바로 그 대상자이고, 그들도 가까운 미래에 그 대상자가 될 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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