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천국 불신지옥’ 대신 ‘다꾸 전도’하는 요즘 청년들

서지영 2024. 2.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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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선씨의 그립톡 사진. 출처 = 본인 제공


직장인 홍지혜(29)씨는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성경 구절 폰케이스를 끼워 다닌다. 일상에 지칠 때마다 말씀을 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얻고, 때론 지인이 폰케이스에 적힌 내용에 관심을 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소리지르며 전도하는 사람을 보고 교회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친구가 ‘너 같은 사람도 교회에 다니냐’고 놀라기도 했다”며 웃었다. 구효선(25)씨는 ‘이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행하지 아니함이로라’는 고린도후서 5장 7절이 적힌 그립톡을 스마트폰 뒤에 붙였다. 그는 “성경 그립톡을 어디서 살 수 있냐는 질문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전도하지 않는 세대라고 치부되던 기독 청년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음을 전달하고 있다. SNS와 생활 소품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드러냈고, 이를 통해 복음을 전파하는 통로의 역할도 수행해내는 것이다.

김씨의 SNS 프로필. 출처=본인 제공
박정현씨의 SNS 프로필. 출처=본인 제공


SNS 신앙 프로필이 대표적이다. 김모(26)씨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은 물론 게시글에도 예수 일러스트와 성경 말씀, 찬양곡으로 가득 채웠다. 김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종교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독교인이라는 저의 가장 큰 정체성이기 때문에 SNS에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계정의 내용을 보고 “너도 크리스천이냐”며 놀라는 지인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교회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앙을 갖게 된 친구도 있다”고 했다. 박정현(26)씨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선교지 봉사 사진과 성경 구절 등 기독교 관련으로 꾸며놨다. 4년 전 단체 대화방에서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비하하는 이야기를 보고 내린 결심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프로필 하나로 교회에 대한 인식이 바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크리스천들이 자신 있게 신앙을 밝히면 서서히 교회 이미지 회복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유튜브 인히스타임 채널 캡처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꾸미는 이른바 ‘폰꾸’나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를 통해 신앙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튜브 채널 ‘인히스타임’의 운영자는 성경 구절과 묵상을 다이어리에 적고 귀여운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사진 등으로 꾸며 공유하고 있다. 주일 설교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으로 지난해 4월 시작했지만 현재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 30대 후반은 그는 “크리스천이 아닌 분들도 좋은 말씀에 감사하다고 댓글을 주시기도 한다”며 “다꾸를 통해 하나님을 믿게 않는 분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2년넘게 ‘다꾸’를 한다는 김하은(30)씨도 “친구가 영어 공부에 좋겠다고 따라 하다가 지금은 같은 교회를 다닌다”고 감격했다.

책상을 교회굿즈로 꾸민 모습.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책상 위를 소품으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로 신앙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십자가 모형이나 무드등, 텀블러 등 기독교 굿즈로 책상을 장식한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주변에서 소품이 예쁘다고 이야기 건네는 동료들에게 메모지와 스티커를 나누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사역자가 된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러브그로우레터 채널 캡처


찬양곡 플레이리스트 공유로 신앙을 전하기도 한다. 직장인 크리스천으로 인스타그램 ‘러브그로우레터’를 운영하는 추진주(26)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들에게 어떻게 편안하게 신앙을 이야기해볼까를 고민하다 찬양이라는 소재를 택했다. 올해 1월부터 일주일에 4번씩 크리스천 청년을 선정해 그들이 좋아하는 찬양 3~4곡과 삶을 나누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데, 팔로워가 금세 1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딸이기도 한 그는 “청년 크리스천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는 것을 돕고 싶다는 비전을 품고 시작했다. 찬양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정말 멋지고 영향력이 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는 식의 반응을 접할 때나 하나님과 교회에 대해 질문하는 청년을 보면서 하나님이 SNS를 통해서도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고, 어디에서나 일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김은서(17) 양은 찬양곡 플레이리스트를 주변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학업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친구에겐 ‘불을 내려주소서’를, 학교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또래에 ‘너는 내아들이니라’는 찬양곡을 추천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양은 “많은 친구가 나처럼 성적이나 교우 관계로 힘들어 한다”며 “추천한 찬양곡을 듣고 곡이 너무 좋았다거나 가사에 큰 감동했다고 이야기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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