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400미터, 네팔 소수민족과 홈스테이를 하다
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기자말>
[강재규 기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저녁 무렵에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에 도착했다. 숙소인 마운트 카일라쉬 리조트(Mount Kailash Resort)에서 숙식을 하며 모처럼 트레킹으로 쌓인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얼마 만에 맞이한 휴식다운 휴식이었는가.
▲ 향자곳 우리 일행이 방문했던 포카라 행자곳 홈스테이 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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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일행은 페와호수에서 유람선을 타면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올려다보이는 포카라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우리 일행이 타고 갈 지프차가 도착해 꾸려둔 짐을 차량의 지붕에 싣고 홈스테이를 할 향자곳으로 향했다. 가다가 염소 고기를 파는 푸줏간에 들러 염소 갈비 3kg을 구입했다. 우리 차량에는 염소 불고기 요리를 할 수 있는 현지 요리사이자 이번에 포터로도 수고해준 라지 라이(Raj Rai)가 함께 타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의 포터는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을 하면서 도중에 헤어졌다.
이 길 끝에 사람이 과연 살고 있을까
구절양장처럼 꾸불꾸불한 비포장도로를 지프차로 오를 때에는 이 길의 끝에 과연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올라보니 산 정상을 비롯해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홈스테이를 하는 마을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향자곳은 EBS의 세계 테마 기행에서 TV에 방영되어 한국에도 이미 소개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홈스테이를 한 집은 말끔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 들린 롯지와는 달리 방에도 화장실과 세면대가 딸려 있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주인인 젊은 부인은 무척 반갑게 맞아주었다. 가족은 할머니(남편은 20여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용병군인 즉 '구르카'였다고 했다. 네팔에서는 구르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았다),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 등 5명으로 이루어진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다. 할머니(63세)는 영어도 비교적 잘하고 언행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시골의 평범한 할머니 같지 않았다.
▲ 향자곳 한의사인 정흥식 원장이 홈스테이 가족들에게 침을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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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홈스테이를 한 가족 구성원들은 고된 농사일도 하고, 소를 키우며 산중에서 석청이나 동충하초와 같은 약초 등을 채취하며 생활을 하기에 다리와 팔, 목 등이 저리고 관절도 좋지 않다고 했다. 할머니는 무릎과 발목 관절이 좋지 않고, 아들은 발목과 무릎 관절염을 오래 앓아왔다고 했다. 마침 우리 일행 중 한의사인 정흥식 원장은 할머니, 아들, 며느리에게 저녁과 이튿날 아침까지, 두 차례 침을 처방하는 즉석 의료봉사를 했다.
'이라며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런 고마움의 표시인지 저녁에는 히말라야 산속에서 직접 채취한 귀한 천연꿀인 석청까지 내어놓고, 산에서 캔 산마와 감자까지 내어놓아 캠프파이어용 모닥불에 구워 먹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 향자곳 현지 요리사 라지 라이가 요리한 염소갈비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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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밥상에는 우리와 동행한 요리사 라지 라이가 포카라 시내에서 구입했던 염소 갈비로 맛있는 갈비찜을 만들어 내놓아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피워놓은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향자곳 밤하늘에서 금새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 향자곳 지난 12월 30일 오전 향자곳에서 맞이한 일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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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꾸려 놓고는 우리가 머물렀던 홈스테이 가족과 가이더 싱거만, 요리사이자 포터였던 라지 라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홈스테이 주인장 할머니는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축복의 의미인 붉은 점(티카)을 이마에 찍어주고, 카타(khata)라는 하얀 스카프를 목에 걸어주었다. 이는 주는 이가 받는 이에게 순수한 마음을 다하여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는 축원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 향자곳 지난 12월 30일 향자곳 홈스테이를 마치고 떠나기 전 우리 일행과 가족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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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와는 달리 반대편 방향이었다. 그 길은 한창 도로공사 중이었다. 도로가 확장되고 포장이 되면 방문객이나 주민들에게는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개발로 인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도 뒤따를 것이다.
짧은 시간 네팔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이들 가족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얼굴 표정에 웃음과 정이 흐른다는 점이었다.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 사이에 흐르는 사랑과 가족 구성원간 무언의 질서를 지켜보면서 이런 게 진정한 가족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행복이란 돈과 명예, 물질적 풍요로움과 도시화와는 무관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 1박 2일의 멋진 향자곳 홈스테이였다.
그래서 포카라 향자곳은 책 '오래된 미래' 속에서 소개된 인도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 '라다크'가 겪었던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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