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뺏어간 주호민, 내 아이 학대” 같은반 부모 울분

권남영 2024. 2. 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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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 아들과 같은 학교’ 발달장애 학생 학부모, 특수교사노조 집회 직접 참석
“녹음파일에 내 아이 목소리 등장…난 동의 안해, 명백한 불법”
웹툰 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법원의 유죄 인정을 강력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주씨 아들이 다녔던 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의 학부모가 집회에 참석해 울분을 쏟아냈다.

학부모 B씨는 2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법 앞에서 열린 특수교사노조 집회에 참석해 “(평소) 선생님(A씨)께서 맞춤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아이들도 통합반과 맞춤반을 병행하며 학교생활을 잘 이어나갔다”며 “2022년 9월 26일 선생님께서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2023년 초 선생님께서 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3월 주씨 아내 한모씨를 만나 ‘왜 그런 거냐’고 물었다”며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되레 한씨가) ‘어디서 들은 거냐. 녹음을 해야겠다’며 녹음기를 켜려고 해서 동의하지 않고 ‘불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한씨는 학부모들 간의 대화도 무조건 녹음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한씨가) 우리 아이와의 수업을 녹음한 후에 선생님이 직위 해제됐고 재판을 받는 중에 또 자녀에게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보냈다가 활동 보조인에게 걸려서 사과한 사건까지 있었다”며 “정말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노조 집회. 경기교사노동조합 제공


B씨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르고 선생님을 뺏긴 지 벌써 1년 6개월이다. 재판 동안 특수교사가 7번 바뀌었다. 특수교사들이 직업의식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원인은 ‘불법 녹음’이었다”면서 “녹음기가 왜 정당화돼야 하는가.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이 표현을 못 해서 녹음기가 정당화되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교체를 위해 녹음기를 넣어서 아동학대로 한순간에 선생님을 나머지 아이들에게서 뺏어간 것이 아동학대 아닌가”라며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맞춤반의 담임 선생님을 한순간에 뺏어간 당신들이 내 아이에게 학대를 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제3자가 동의하지 않는 녹음은 불법”이라며 “녹음된 파일에서 제 아이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다. 제 아이는 제3자이고 녹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는 어떤 존재인가. 같은 논리로, 판사는 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제 아이가 최소한의 의사 표현도 못 한다는 가정은 어디에서 나온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B씨는 “발달장애아라서 불법 녹음이 증거 채택된 사실에 같은 발달장애아 부모로서 비통하다”면서 “이 일로 교권은 무너졌고 전국의 선생님들은 사기가 저하됐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이 받을 것이다. 한순간의 단어(사용)로 교직 생활이 물거품 된다면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하실까 걱정된다.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특수교사 40여명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후퇴시키는 불법녹음 증거 인정 및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판결 매우 유감”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불법녹음 자료 증거능력 배제하라” “모호한 기준의 정서적 아동학대 판결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수교사노조는 “이번 판결의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는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 자기방어와 방치가 판치는 곳이 될 것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학교 교육의 붕괴를 야기할 본 재판 결과를 규탄하고 2심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재판 선고는 전날 이뤄졌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곽 판사는 사건의 쟁점이었던 주씨 측이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들려 보내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녹음파일 내용을 A씨에 대한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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