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홍이삭·선교사 부모 고백에 눈물 쏟은 이유

박효진 2024. 2.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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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3를 보며
가수 홍이삭이 지난달 4일 JTBC 서바이벌 ‘싱어게인3-무명가수전’ TOP 7 경연에서 여행스케치의 ‘옛 친구에게’를 열창한 후 심사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JTBC ‘싱어게인3’ 화면 캡처


최근 종영한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을 즐겨봤다. JTBC에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설 수 있는 무대와 길을 잃어버렸지만 포기를 모르는 가수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며 ‘대체 이 숨은 고수들은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천재성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 가수들의 노래가 감동이 된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음악’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나는 유통기한을 알고 싶은 가수다’라며 등장한 58호 가수 홍이삭을 주목했다. 2015년 발매된 싱글 앨범 ‘하나님의 세계’라는 찬양곡을 작사·작곡한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가 선교사 자녀였기 때문이다.

홍이삭은 초등학교 시절 교사 선교사로 부모님을 따라서 간 파푸아뉴기니에서 학교 밴드 수업을 통해 가수의 꿈을 갖게 됐다. 한동대를 거쳐 미국 버클리 음대의 음악교육학과에 합격했지만 비싼 학비와 부정교합 때문에 휴학을 해야 했다. 부정교합은 어릴 때 예방할 수 있었지만 선교지에서 성장한 탓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는 귀국 후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후원자의 도움으로 부정교합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수술을 앞두고 만든 곡이 그 유명한 ‘하나님의 세계’이다.

무엇보다 ‘싱어게인 시즌1’에서는 목회자 자녀인 이승윤이 우승했던 터라 이번 시즌3에는 선교사 자녀인 홍이삭이 TOP 7에 들었다는 소식에 주변 사모들도 덩달아 기대감에 들떴다.

결승전 경연을 앞두고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프리카 우간다 쿠미대학교에서 총장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홍세기 강학봉 선교사 부부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홍 선교사는 아들에게 “버클리 음대 3학기만 공부시키고 돈이 없어서 군대에 가라고 해서 늘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선교사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아들을 돌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솔한 고백과 그런 부모님을 존경하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위치가 부모님께 죄송스럽다는 홍이삭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목회자의 자녀로 살아갈 내 아이를 보며 늘 미안해하는 부모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선교사님처럼 자녀에게 충분한 뒷받침을 해줄 수 없는 현실, 그리고 목회자 가정은 교회와 성도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기에 늘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일까. 노래를 통해 삶을 해석해내는 홍이삭의 노래는 마음에 자극과 감동,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그의 인생을 이끌어온 하나님을 바라보며 온전히 내 자녀를 주님께 맡겨 드릴 때 선하게 지켜주시리란 소망도 갖게 됐다.

주변에는 같은 이유로 홍이삭을 응원하는 사모들이 많았다. 홍이삭과 우리 자녀의 모습이 겹쳐 보이고 선교사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순탄치 않은 인생 여정의 굴곡을 겪으면서도 믿음으로 그 자리를 지켜온 홍이삭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망의 TOP 7 결승전 경연이 열린 날, 홍이삭은 아버지가 추천해 준 ‘바람의 노래’를 불렀다. 방청석에 앉아 아들을 응원하는 강 사모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대견함, 미안함과 사랑 등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날 홍이삭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홍이삭의 유통기한 없는 미래를 응원한다. 이삭(웃음)이라는 이름으로 영혼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이 치유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알리는 가수가 되길 응원한다. 또한 이 땅의 또 다른 홍이삭으로 살아가는 모든 믿음의 자녀들이 형통한 삶을 살아가길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시는도다.”(시 34:15)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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