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예약은 ‘똑닥’…걷기는 ‘캐시워크’ [4050 열광하는 인기 앱]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2.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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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의 알뜰 소비…올웨이즈·팔도감
넛지헬스케어의 ‘캐시워크’.
장면 1. ‘함께 모여 만드는 세상에 없던 가격’.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의 슬로건이다. 올웨이즈는 중간 유통 마진을 제거해 농산물 등의 직거래 체계를 구축하고 일정 회원 수가 모이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신개념 소셜커머스 앱이다. 2021년 7월 출시했는데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만건을 넘겨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재밌는 건 이들을 이용하는 고객군이다. 특히 4050세대가 빠르게 이 앱을 다운로드받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 식음료 앱 이용자 순위를 2021년과 2023년으로 나눠서 최근 3년간 소비자 변화 추이를 살펴봤더니 올웨이즈는 2021년만 해도 40대 13위, 50대 15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는 40대 6위, 50대는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년 사이 4050에 특히 사랑받는 앱으로 급상승한 셈이다. 이런 급성장 덕에 ‘올웨이즈’ 운영사 레브잇은 지난해 중순 6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869억원에 달한다.

장면 2.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앱으로 진료 예약을 할 수 있게 한 앱 ‘똑닥’. 2017년 첫 서비스를 선보인 후 서서히 가입자를 늘리면서 의료 서비스 분야에 굵직한 획을 긋고 있다. 특히 4050세대에서 이용자 수 증가가 뚜렷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병원을 찾는 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건강·의료 분야 앱에서는 40대 6위, 50대 9위(모바일인덱스 자료)에 올랐다. 감염병 시대가 끝났을 때는 어떨까. 병원 찾는 이가 줄어들면 이용자 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법하다. 그런데 오히려 이용자 수나 해당 분야 순위는 더 뛰었다. 지난해 40대에서는 3위, 50대는 다섯 번째로 많이 쓰는 앱이 됐다. 이런 여파인지 똑닥 가입자는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애초 무료였다가 지난해 9월 유료(월 1000원)로 전환했는데도 가입자 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직장인 김연희 씨(43)는 “소아과 대란으로 3년 전부터 아이 진료 예약 때문에 똑닥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너무 편리해 주변에도 권유할 정도였다”며 “최근 유료화 전환한다 했을 때도 별 거부감 없이 계속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활동인구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50세대. 이들 숫자가 전체 인구의 약 35%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구매력 또한 높기 때문에 경제경영·학계에서는 이들만의 소비, 행동 패턴을 연구, 상품 기획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대면 인터뷰 등의 소비자 조사를 해왔다면 최근에는 앱 사용 패턴, 트렌드 등을 통해 이들 니즈를 파악하려는 접근 방식이 적잖다.

모바일인덱스를 운영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240여개 분야별 앱 순위, 경쟁사 비교 등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비재, 유통 회사는 물론 투자 회사까지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앱 사용 동향, 특히 세대별 앱 선호도를 보면서 상품·서비스 기획에 나서거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경이코노미는 4050세대의 소비, 생활 패턴 트렌드를 2021년과 2023년으로 나뉘어 분야별로 가장 많이 쓰는 앱을 통해 찾아봤다.

금융

토스, 카뱅 건재…KB·신한페이 약진

흔히 카카오뱅크와 토스는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앱 사용 패턴을 파악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2021년 금융 앱 분야 40대에서 1위를 차지한 앱이 카카오뱅크, 2위가 토스다. 50대는 토스가 1위, 2위가 KB국민은행일 정도.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아무래도 디지털 환경에서는 선두 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 간편송금 앱이 세대를 떠나서 회원 수 유치에서 강점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년 후에도 이런 기조는 계속됐을까.

4050세대 사이에서 ‘전통의 강호’ 금융사가 약진했다. 지난해 금융 앱 순위에서 40대들은 2년 전 1위였던 카뱅 대신 토스를 제일 많이 쓰는 앱으로 교체했다. 3위 KB국민은행 앱은 2년 내내 같은 위치를 고수했지만 4위 자리는 종전 NH스마트뱅킹을 밀어내고 ‘신한 SOL페이(2021년 8위)’가 다크호스가 됐다. 5위는 신한은행 앱이 2년 후에도 같은 자리를 차지했다.

6~10위권에서는 2021년 9위 페이북이 2년 후 빠지고 그 자리를 KB페이가 채웠다. 정리하자면 40대들은 신한, KB금융 계열 페이 즉, 간편결제 앱 사용을 늘렸다는 걸 알 수 있다.

50대에서는 변화가 좀 더 많았다.

2021년 순위는 토스, KB국민은행, NH스마트뱅킹, 신한 SOL뱅크, 카카오뱅크 순이다. 2년이 지난 후 50대는 KB국민은행 앱을 가장 많이 썼고 이어 토스, 신한 SOL뱅크, 카카오뱅크, NH스마트뱅킹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6~10위권에서는 신한 SOL페이 앱이 9위에서 7위로, 우리은행 앱이 10위에서 8위로 약진한 반면 현대카드가 8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예약 앱으로 차별화한 똑닥(좌), 스튜디오메이트(우).
건강의료

걷기·병원 예약 앱 순위 껑충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만 해도 4050세대뿐 아니라 국민들이 이 분야 가장 많이 쓰는 앱은 단연 질병관리청 COOV(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서)앱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지, 2차, 3차까지 맞았는지를 앱으로 증명할 일이 많아서였다.

감염병 시절이 끝난 지난해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4050세대는 걷기 앱이 강세이고, 여성은 생리주기 관리를 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기준 40대가 좋아하는 앱 중 걷기 관련 앱은 삼성 헬스(1위), 캐시워크(2위), 캐시닥(10위) 등 3개나 있었다. 더불어 생리주기를 관리해주는 여성생리달력(4위), NHN에듀의 ‘핑크다이어리(6위)’도 강세다. 현재 건강,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는 앱도 두각을 보였다. 건강 상태 자가진단(교육부, 8위), 인바디(9위)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예약 앱도 인기다. 병원 예약 앱 ‘똑닥(3위)’, 필라테스·요가 예약 앱 ‘스튜디오메이트(7위)’가 10위 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0대가 주로 쓴 앱 순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특히 걷기 관련 앱 10위권 안에 압도적으로 포진했다. 삼성 헬스(1위), 캐시워크(2위), 만보기 앱(4위), 캐시닥(6위), 서울시 손목닥터(8위), 삼성화재 애니핏 플러스(9위) 등 6개 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밖에 코로나19 관련 여전히 관심이 높은 나이대임을 증명하듯 질병관리청 COOV가 3위, 똑닥이 5위, 지난해 카카오에 피인수된 운동 앱 ‘트랭글’이 7위, 현재 건강 상태 체크를 해주는 ‘인바디’가 10위를 기록했다.

순위 바뀜이 뚜렷한 앱도 있다. 2021년 순위에서 샤오미의 스마트 피트니스 디바이스 관리용 앱 ‘Zepp Life(과거 미핏)’가 40대 7위, 50대 6위로 선방했다. 하지만 2년 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확실히 영향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아이허브 역시 40대 10위에 턱걸이를 했지만 2년 후 10위 내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쇼핑

알리·테무 열풍 4050 예외 없다

2021년만 해도 4050세대가 이용하는 베스트5 쇼핑 앱은 패턴이 비슷했다. 그해 40대나 50대 모두 3위까지는 쿠팡, 당근, 11번가 순으로 같았다. 40대는 4위가 G마켓, 5위가 GS샵 순이다. 50대 4위는 GS샵, 5위 홈앤쇼핑 정도가 달랐다. 전반적으로 오픈마켓과 홈쇼핑 앱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1~5위권에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50대는 순위가 그대로였고 40대에서는 G마켓과 GS샵 순위가 바뀌는 정도였다.

노정석 사이먼쿠처코리아 대표는 “이 세대는 그만큼 한번 쓰면 계속 쓰는 보수적인 쇼핑 행태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6~10위권으로 눈을 돌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시대 변화에 적극 부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을 강타한 중국발 직구 앱의 약진이 이 세대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선호하는 앱이 다르다. 40대는 알리익스프레스가 6위에 올랐지만 50대에서는 10위 이내에 이름이 없다. 반면 테무는 50대에서 7위를 기록했다. 중국 앱 전략이 미세하게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메프, 옥션이 쇠퇴한 시장에 4050세대 공히 롯데홈쇼핑 앱이 9위로 치고 올라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식음료

쿠팡이츠, 요기요 제쳤다

최근 식음료 유통업계에서는 배달 앱 2위 논쟁이 한창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배민 다음은 요기요였다. 그런데 쿠팡이츠가 급성장하면서 DAU(하루치 앱 이용자 수)에서는 곧잘 요기요를 제치기도 한다. 그래서 조만간 요기요가 따라잡힐 거라는 예상이 많다.

4050 시장에서는 어떨까. 40대에서는 여전히 요기요가 자존심을 지켰지만 50대에서는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친 것으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0대는 배달 앱 설치가 비교적 최근인 만큼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쿠팡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을 때 빠르게 이쪽 앱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크호스 앱 약진도 뚜렷하다. 올웨이즈와 팔도감이 대표적이다. 이들 앱는 2021년만 해도 4050세대 10위 이내에서 볼 수 없던 앱이다. 그런데 지난해 올웨이즈는 40대에서 6위, 50대에서는 단숨에 4위까지 올라왔다. ‘퀸잇’으로 유명한 라포랩스에서 사내벤처로 출발한 산지 직송 앱 ‘팔도감’ 역시 50대 인기 앱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호 팔도감 대표는 “50대 소비자가 건강에 민감하고 농수산물 산지 직송에 대한 호감이 높은 편”이라며 “최근 경기 둔화로 합리적인 가격을 선호하는 현상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팔도감은 최근 급성장 덕에 지난해 시리즈A에서만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패션

퀸잇 대세…명품 ‘아 옛날이여’

트렌드가 빠른 패션 분야는 코로나19 시절과 엔데믹 시절이 확실히 달랐다. 물론 대세 앱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새롭게 뜨는 앱도 많았다.

2021년만 해도 4050세대가 즐겨 쓰던 명품 앱 ‘트렌비’ ‘발란’ 등은 지난해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30세대 기반으로 폭풍 성장했던 패션 앱 ‘브랜디’ 역시 2021년에는 4050세대 공략에 성공한 듯했으나 지난해에는 외면받았다. 반면 서비스 시작 때부터 4050 여성 패션 플랫폼을 표방한 ‘퀸잇’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위 혹은 선두권을 차지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더불어 카카오스타일에서 4050세대를 겨냥해 출범시킨 포스티가 지난해 40대 8위, 50대에서 인기 앱 4위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30 남성 패션에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무신사, 무신사 계열 앱의 선전도 재밌다. 무신사는 2021년 4050세대 인기 앱 공히 4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지난해에는 40대 3위, 50대 2위로 뛰어올랐다. 무신사가 인수한 29CM도 40대 9위, 50대 1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밀고 있는 패션 플랫폼 SSF 선전도 눈길을 끈다. 2021년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지만 지난해 4050세대 모두 첫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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