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방과 결혼했다”…하늘의 별이 된 청년소방관들

김재산 2024. 2. 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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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 사연
문경뉴스통신 제공
문경뉴스통신 제공

평소 소방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청년들이 화재 현장에서 주저 없이 사람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하늘의 별이 됐다.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 박수훈(35) 소방사는 평소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돌입했다.

이들은 공장 건물 안에서 수색을 하던 중 급격한 연소 확대로 내부에 고립됐고, 이어 건물이 붕괴되면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교는 2019년도에 공개경쟁채용으로 임용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화재대응능력 취득 등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온 6년차 소방관이다.

20대 초반에 소방공무원이 된 그는 2023년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젊은 세대답게 비번인 날엔 서울 맛집도 다니며 짧은 인생을 누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 중사로 근무하던 중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22년도에 구조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태권도 지도자로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종횡무진’ 인생을 살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방에 투신한 그는 아직 미혼이며 평소에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허잇챠’라고 외치며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동영상이 게재돼 있었다. 2022년 1월 14일 그가 직접 올린 자기 모습으로 ‘경북소방’이 찍힌 특수복을 입은 채였다. 박 소방사의 지인이 “울 쌤은 어디서건 기쁨을 준다”고 댓글을 달자 그는 “네!! 어디서나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순직한 두 사람은 모든 재난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구조 활동에 임해 선배에서부터 후배에 이르기까지 높은 신망을 얻었다.

문경소방서 한 동료는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당시 문경시, 예천군 실종자를 찾기 위한 68일간의 수색 활동에 두 사람은 모두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실종자 발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종혁 문경소방서장은 “일상 훈련과 화재 현장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임한 모범적인 대원들이었다”고 말했다.

경북도 소방본부는 순직한 이들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하고 ‘경상북도 순직 소방공무원 등 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장례와 국립현충원 안장,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장례절차 와 유가족 위로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최고의 격식을 갖춰 예우할 것”을 지시했다.

이 지사는 “순직한 소방관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영결식을 경상북도청장으로 치르는 등 최고의 격식과 예우를 갖춰 장례 절차를 진행하라”며 “유가족 분들께도 심리상담 등 모든 지원을 하라”고 말했다.

이들의 합동분향소는 2일에서 5일까지 4개소(경북도청 동락관,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서 운영되며 영결식은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된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집행위원장은 박근오 경북도소방본부장이 맡는다.

경북경찰청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수사 전담팀을 편성해 사고 원인 조사 등 수사에 나섰다.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은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2개 팀과 과학수사대, 문경경찰서 형사팀 관계자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수사전담팀은 화재 현장에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공장 관계자 등을 불러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경=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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