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은 대박 로또? 내집 꿈 망치는 비리의 덫

유병돈 2024. 2.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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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량리 재개발 강제수사로 다시 관심
막대한 이익에 각종 비리 유착 문제 여전
뇌물수수, 과대홍보, 뇌물공여, 횡령 적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경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재개발·재건축 관련 비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부터 비리가 발생하는가 하면,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의혹에도 공공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질적 비리를 타파하려면 건설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조합·관공서 유착 '트라이앵글'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은 2017년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동대문구청 소속 전·현직 공무원들이 무허가 건물을 사들여 분양권을 얻고 특혜를 받아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사업 과정에서 재개발 부지 지분이 없는 이들에게 분양권을 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청량리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감도.[사진=동대문구청]

시공사와 조합, 그리고 관공서까지 연관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는 유착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잦다. 토지 소유주나 주택 소유주 등으로 구성된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설계자나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서울 반포에서 아파트 재건축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과 임직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조합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는 재건축 조합장의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조합원들이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불복한 조합 측이 이의신청하면서 사업이 한동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 3분의 2는 사업 시작 전부터

서울 서대문구는 최근 재개발과 재건축 등 각종 도시정비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자는 취지로 '재개발-재건축 백서'를 출판했다. 서대문구는 백서를 통해 '정비사업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조합운영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백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0년까지 18년간 '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관련 보도자료' 326건을 분석한 결과, 문제 발생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전단계인 경우가 67%를 차지했다. 주요 추진단계별 문제 발생 시기는 조합설립인가가 38%로 가장 많고, 시공자 선정(19%)과 사업시행인가(11%), 추진위(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셈인데, 문제 유형별로는 뇌물수수가 27%로 가장 많고, 과대·불법 홍보(14%), 뇌물공여(12%), 횡령(9%) 등 순으로 집계됐다. 시작 단계에서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다.

“전반적 자정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비리가 만연한 원인으로 제도적 한계를 꼽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은 결국 조합원들, 즉 민간의 영역인 탓에 공공이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행정조치를 통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무래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보니 유착과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들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적인 한계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건설업계, 조합 등 사업에 관련된 모든 구성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 학회장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합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대표 또한 “대부분 민간사업이긴 하지만,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불법 행위를 통한 이익이 처벌 수위보다 크기 때문에 비리가 끊이지 않는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심성아 수습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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