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동굴·일출·산…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풍경

남호철 2024. 1. 3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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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의 이색 겨울
용의 전설을 품은 전촌항 용굴.


‘겨울바다 살아 있네!’

경북 동해안 겨울바다는 사납기로 유명하다. 거친 파도가 으르렁대며 바다의 생명을 일깨워준다. 그 바다를 끼고 있는 경주 양남면 일대는 해변에 기암이 수없이 발달해 있어 일출 감상 겸 콧바람 쐬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아도 인기가 높다.

먼저 경주에서도 덜 알려진 곳으로 간다. 바다와 바위가 어우러진 경주 지경마을이다. 이 마을은 토함산맥 동남쪽 양지바르고 아늑한 곳이다. 마을 앞은 동해, 남쪽은 울산과 접해 있다. 이곳에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일출 포인트가 있다. 장엄한 해돋이가 그림 같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지경마을 해식동굴 앞 바다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동굴 실루엣 인증샷 명소다.


핵심은 인생샷 남기기에 좋은 독특한 모양의 해식동굴이다. 양남면 수렴리 지경횟집 주변에 주차한 뒤 옛 코오롱 숙소 쪽으로 계속 가면 된다. 길이 끝나고 해변을 따라 걸으면 10분 이내 도착한다.

도착해서 보면 얼핏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깊지 않은 동굴을 들어가서 밖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독특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침식작용으로 색다르게 빚어진 동굴 절벽에 멋스러운 소나무가 강인함을 자랑하며 늘어져 있다. 세로로 길쭉한 동굴 프레임에 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과 파도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곳이다. 이른 아침에는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과 함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돌아서 들어오던 곳으로 나가면 또 다른 풍광이 기다린다. 큰 바위 위에 우뚝한 소나무가 분재 같은 풍경을 빚어놓았다. 이곳도 일출 감상 명소다. 소나무 뒤로 해 뜨는 모습이 많은 발길을 끌고 있다. 여름철 소나무 위로 펼쳐지는 은하수 풍경도 장관이다.

북쪽으로 올라오면 봉길리 문무대왕릉에 닿는다. 신라 31대 문무왕은 태종무열왕의 장자로 재위 21년 동안 당나라와 연합해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후에 당나라를 몰아냄으로써 삼국통일을 완성했다. 그는 자신이 죽은 후에 동해의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했고 승하한 뒤 봉길리 큰 바위에 장사됐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 저 너머로 푸른 용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이곳도 일출 명소다. 겨울 대왕암 일출을 몽환적으로 만드는 건 안개와 갈매기다. 추운 겨울날 일출 무렵이면 해안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때맞춰 갈매기떼들도 몰려든다. 물안개 속에서 일출의 붉은 기운이 바다 위로 번지는 풍경은 몽환적이다.

용과 관련된 또 하나의 명소는 전촌리 용굴(사룡굴·단용굴)이다. 해식동굴로 바다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전촌항에서 사룡굴 가는 길은 푸른 바다와 기암절경을 볼 수 있는 멋진 산책로이다.

굴이 4개라 사룡굴이다. 사룡굴 주위는 파도가 사나워 깊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굴 앞에서는 2개의 구멍만 보인다. 겨울철에는 구멍 속에서 뜨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굴 안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전촌항의 방파제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광장, 바닥분수, 파고라, 정자, 나무데크 산책로, 전망대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전촌항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평화로운 항구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전촌항 입구의 말 조형물인 ‘거마상’도 볼거리이다.

얼음으로 둘러싸인 물길을 카누로 즐기는 국민힐링파크.


경주에서 이색적으로 겨울을 즐기기에 좋은 곳은 산내면 대현리 ‘국민힐링파크’다. 이곳에 온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카누 타기 체험장’이다. 빙벽 사이 물길을 노 저어 ‘얼음 카누’를 타는 것이 인기다.

큰 섬을 빙 둘러 폭 3m가량의 수로가 둥글게 이어진다. 수로 주변은 온통 얼음으로 가득하다. 그 사이 카누를 타고 유유히 떠간다. 저 멀리 수면 위에 떠 있는 공중그네는 앞뒤로 흔들리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줄을 잇고 차례를 기다리는 눈썰매장이다. 커다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눈 언덕을 쏜살같이 내려가면 스트레스는 싹 날아간다. 눈썰매장 맞은편엔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야영장도 마련돼 있다.

풍력발전기 사이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경주풍력발전단지.


해질녘에는 ‘바람의 언덕’을 찾아보자. 불국사, 석굴암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경주풍력발전단지다. 조항산 산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 7기가 가동 중이다. 거대한 바람개비 아래를 거닐 수 있도록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풍력발전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경풍루’가 있는 전망대도 있다. 피크닉 테이블도 여럿 마련돼 있어 탁 트인 공간에서 소풍하기 좋다. 저녁노을 풍경이 일품이다.

여행메모
‘양남면 지경길 39’ 지경마을 동굴
자연산 활어·독특한 주상절리빵

경주 지경마을 동굴은 지경횟집 또는 ‘양남면 지경길 39’로 찾아가면 된다. 포항에도 지경리가 있어 자칫 잘못 찾아가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입장료 주차료가 무료다.

전촌리 용굴은 감포읍의 스토리텔링 걷기길인 감포깍지길, 제1·8 구간 코스의 경유지이고 동해안 트레킹코스 해파랑길 11구간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경관 포인트이기도 하다. 전촌항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인근 감포깍지길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된다. 전촌항에서 사룡굴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소요된다. 사룡굴에서 5분여 가면 단용굴을 볼 수 있다.

경주 풍력발전은 석굴암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토함산자연휴양림이 가깝다. 휴양림에 단독주택형으로 지어진 숲속의 집이 6동 있다. 6인실로 지어진 3동, 15인실로 2층 구조로 된 2동, 18인실 특실로 마련된 1동이 있다. 예약제로 운영된다.

경주 양남이나 감포 지역에서는 앞바다에서 매일 직접 낚시나 그물로 잡은 자연산 활어를 사용한 먹거리가 많다. 양남 주상절리빵은 주상절리 모양을 한 찰보리빵으로 앙금에 호두를 넣었고, 오징어먹물을 천연색소로 사용한다.

경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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