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동맹 재편에 ‘헉헉’…머리 아픈 HMM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1.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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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일정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해운업계 대내외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HMM 제공)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일정이 늘어지는 사이 HMM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매각 절차는 정부와 우선협상대상자 하림그룹 측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사이 가장 큰 변수였던 해운 시장이 침체되면서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해운 동맹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동시에 HMM 양대 노조 압박도 한층 거세지는 상황이라 이미 한 차례 밀렸던 1차 매각 결과가 2월 초에는 발표될지를 두고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운·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HMM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의 주주 간 계약 1차 협상 기한은 오는 2월 6일로 2주 연장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21일 미팅을 시작으로 협상에 나섰던 양측이 인수 조건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 매각은 지난해 7월 공식화됐다.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는 같은 해 11월부터 본입찰을 진행해 12월 18일에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해를 넘기지 않고 주식매매계약(SPA)까지도 진행하겠다는 것이 산은과 해진공 계획이었지만 계속된 잡음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월 6일은 최종 시한으로 이때까지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계약이 불발된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자금 조달 계획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57.9%에 대한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기대야 한다. 자금은 팬오션의 유상증자 3조원과 JKL파트너스의 자금 5000억원을 더해 3조5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과 2조원 규모 인수 금융으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는 요구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하림그룹 지분이 57.9%로 유지돼 HMM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이 늘어나면서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던 하림 측의 요구는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본입찰 단계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의 HMM 지분은 30%대로 희석돼 배당금이 줄어든다. 하림으로선 수천억원의 인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노조 “하림, 무리한 인수 진행” 반발

매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HMM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변 중이다. 해운 동맹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했다. 최근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세계 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 동맹을 창설하기로 하면서 HMM의 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HMM이 소속된 해운 동맹은 ‘디얼라이언스’다. 그동안은 하팍로이드가 HMM과 함께 디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었지만 당장 내년 2월부터는 탈퇴하고 다른 회사와 새 동맹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디얼라이언스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고 유럽 항로를 담당하고 있는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 이 동맹에는 아시아권 선사(일본 ONE, 대만 양밍 등)만 남는다. 해운업계에서 HMM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HMM으로서는 새로운 해운 동맹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HMM 관계자는 “내년 2월 이후에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외부 변수가 녹록잖은 가운데 안으로는 HMM 노동조합이 사상 첫 파업 카드를 꺼내드는 등 단체행동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HMM해원연합노조(해원노조)는 지난 1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해원노조는 사측에 정년 연장, 통상임금 재산정 등을 요구하면서도 특히 HMM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파업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 청구,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서라도 HMM 인수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원노조와 함께 HMM 양대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 역시 매각 저지를 위한 행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8일 양대 노조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검증 국회 토론회’를 열고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이 명확하지도 않은 데다 6조4000억원의 인수 자금 중 자기자본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무리한 인수 진행으로 향후 그룹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올 초 해운업이 침체 국면을 맞을 거라던 전망과 달리 HMM의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증권사들은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물류 대란으로 이익이 급증했던 호황기를 재차 누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1월 25일 대신증권은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직전 추정치(1500억원)보다 1770% 높은 2조805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HMM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8040억원이다. 직전 보고서(지난해 12월 1일)는 3090억원이었다.

증권사들이 HMM 연간 실적을 상향해 전망한 것은 수에즈 운하 관문인 홍해에서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인 후티의 선박 공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수에즈를 통과하는 유럽·지중해 노선의 컨테이너 선박은 전년 대비 90%가량 줄었다. 이 같은 사태로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크게 급등했다. 지난 1월 19일 기준 SCFI는 지난해 12월 1일보다 121% 상승한 2239.61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33.58포인트 오른 수치로 8주 연속 상승세다.

다만 당초 해운업계는 올 초 해운 침체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수에즈 운하 사태 탓에 침체 시기를 예측하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은 변수다.

해진공은 ‘머스크-하팍로이드 신규 협약 발표’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 공급 압력 증가, 홍해 사태로 인한 운임 급등, 글로벌 해운 환경 규제 강화 등 시장 변수가 산재한 가운데 얼라이언스 구조 변화까지 가속화돼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무려 3조원대 인수 금융을 사용하는 조건을 주고 매각 측와 노조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 업황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며 “HMM 올해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매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총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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