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오자 카센터 비명…정부는 관련 예산 10%도 안썼다

정은혜 2024. 1.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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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연합뉴스

전기차로의 전환이 동네 카센터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최근 국제 사회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위태로운 산업군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산업군 근로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돕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한국에도 비슷한 정책은 마련돼 있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생존이 위태로운 ‘탄소 고 배출’ 산업 근로자를 지원하는 산업ㆍ일자리전환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예산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깎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기후대응기금 예산을 분석한 결과, 올해 산업ㆍ일자리전환지원금은 37억4200만원으로 지난해 예산(52억6000만원)보다 28.8% 줄었다. 이는 전체 기후대응기금 예산 감소 폭(3.8%)의 7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원금 사업을 집행한 고용노동부 측은 “지난해 산업ㆍ일자리전환지원금을 총 17개 기업에 4억7800만원 썼다. 산업 전환이 단계적ㆍ점진적으로 이루어져 기업의 훈련 수요가 낮아 집행률(9%)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도움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 지원금


김경진 기자
일거리 감소로 고통받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군의 한 영세 사업자는 “일자리 전환 지원금의 존재도 몰랐다”고 말했다. 강순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장은 “협회 회원들 모두 최근에서야 지원금의 존재를 알게 됐다. 알았어도, 어차피 우리는 대상이 아니라, 앞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지원금 대상을 ‘저탄소ㆍ디지털로 업종을 전환한 사업주가 재직 근로자의 직무 훈련, 재배치, 전직 지원서비스를 실시할 경우’로 정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지원 기준이 이들을 포괄하지 못해 정책의 사각지대가 생겼다”며 “지금은 큰 전환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기존 고용보험과의 정책 중복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직무 전환 상담부터 교육 프로그램까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환으로 생계 어려운 이 없게” 지원 강화하는 국제사회


옛 탄광이 있던 독일 마를시 오귀스트 빅토리아(Auguste Victoria) 타워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정의로운 전환 기금(JSF)을 조성해 2021~2027년 총 174억유로(약 25조5000억원)를 투입한다. 독일은 생애주기에 걸친 복지 정책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직한 석탄발전소 근로자에게 최근 고용 기간 평균 임금의 60%(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 67%)를 1~2년의 구직 기간에 지급했다. 미국은 정의로운 전환 예산을 일자리 예산에 포함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각국 정책입안자들에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정책이 야기하는 실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자리 재배치를 위한 교육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환과 기후 변화 예산 뒤섞여…“정부 무관심 드러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연합뉴스
한국은 ‘공정한 전환’이라는 명칭으로 관련 예산이 기후대응기금 안에 편성돼 있다. 이 중 일자리에 관한 사업은 ▶산업ㆍ일자리전환지원금 ▶산업·일자리전환고용환경개선지원금 ▶고용상태영향조사 ▶산업·일자리전환지원인프라 ▶사업재편지원기반구축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구축 운영사업 등 6가지다. 올해 이 6개 사업 예산은 총 213억9300만원으로 지난해(250억1500만원)보다 14.5% 감소했다.

‘공정한 전환’ 예산 항목이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 또는 적응(adaptation)과 뒤섞여 있다는 점도 정부의 무관심을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이선우 기후솔루션 외교팀장은 “한국은 이명박 정부 그린뉴딜 정책부터 녹색 일자리 관련 정책을 발표해왔는데, 아직도 성격이 다른 기금을 한 바구니에 뭉뚱그려 넣는다는 건 무관심하다는 뜻”이라며 “이런 식의 편성은 정책 실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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