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겨울엔 안 팔려?…‘아니올시다’ 증명 [영업이익 강소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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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배럴

2021년 매출액 215억원, 영업손실 71억원에 달했던 회사가 있다. 이듬해도 매출액은 증가(380억원)했지만 영업손실(43억원)은 계속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488억원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84억원. 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 이런 드라마틱한 실적을 보인 회사는 ‘배럴’이다. 수영, 물놀이 등을 즐기는 이라면 익숙한 워터 스포츠 전문 브랜드다. 배럴이 증권가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영업이익 강소기업’으로 거듭난 배경은 뭘까.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 겸 배럴 대표
배럴 어떤 회사?

래시가드 명가, 더네이쳐홀딩스에 인수

배럴은 2014년에 첫선을 보인 브랜드다. 서핑, 다이빙 등 워터 스포츠를 즐기는 애호가 전문 의류로 시작했다. 참고로 배럴은 ‘서퍼들이 꿈꾸는 가장 멋진 파도’를 뜻한다. 서핑 DNA를 바탕으로 감각적이고 가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한때 배럴의 성장세는 거침없었다.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야외에서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도록 몸에 딱 달라붙게 디자인된 래시가드, 워터 레깅스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래시가드=배럴’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정도. 게다가 고준희, 민효린 등 스타 마케팅이 힘을 받으면서 2018년 2월에는 상장에도 성공했다. 2019년 600억원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일단 수영장 수요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 여파로 영업 상황은 날로 악화돼갔고, 결국 대주주가 2022년 7월 더네이쳐홀딩스로 바뀌었다.

실적 반전 어떻게?

겨울에 판매 강화…역발상 마케팅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배럴을 전격 인수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전제로 상품력 강화, 시스템 개선, 조직 재정비, 경영 효율화 등 다각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더불어 야외 활동 증가 외에 해외여행 재개를 염두에 두고 워터 스포츠 의류·용품류 기획, 디자인을 종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렸다. 더불어 흑자전환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정상 판매 비중 증대, 온라인 매출 활성화, 생산 원가 절감이라는 3대 원칙 아래 턴어라운드(실적 회복) 작업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수익성 낮은 대규모 세일 행사부터 정리했다. 배럴은 매년 정기적으로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배럴데이’를 열고 있었다. 상시 세일 행사가 있다고 고객이 인식하니 ‘세일할 때만 사야지’라는 소비자 인식이 잡혔다고. 세일 이벤트부터 없애고 무분별하고 과도한 할인 판매를 지양했다. 또한 신상품 대부분을 ‘노세일’ 정책으로 판매했다. 이후 정상 판매 비중이 올라오면서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더불어 더네이쳐홀딩스의 디지털 마케팅 DNA도 이식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브롬톤런던, 마크곤잘레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먼저 전개, MZ세대에 적극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써왔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2932억원), 2021년(3703억원)에도 매출 성장을 지속했고 지난해는 증권가 추산 5800억원대 회사로 키웠다.

배럴에도 이런 노하우를 이식하고 자사몰 비중을 키우는 온라인 전략을 펼쳤다. 비근한 예가 한겨울 역발상 마케팅이다.

흔히 겨울에는 수영복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오히려 겨울방학에 따뜻한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수영장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배럴은 이미 4계절 내내 워터 래시가드, 스윔웨어 등 신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날씨가 서늘해질 즈음부터 배럴은 아쿠아슈즈, 스노클 장비, 가드 베스트, 드라이백, 서핑 슈트 등 다양한 전문 용품을 온라인으로 노출시켰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가정을 겨냥한 마케팅 기법이다. 더불어 초등학생이 정규 과목으로 생존 수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데 착안, 초등학생 전용 생존 수영 키트 상품을 따로 개발했다. 이를 3040세대 학부모를 상대로 온라인 타깃 마케팅을 진행했다. 호응이 뜨거웠다.

더불어 배럴은 대한수영연맹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며 수영 국가대표 선수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태환 키즈인 황선우, 김우민 선수 등 수영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했다. 한국 수영의 황금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수들 활약에 힘입어 수영에 대한 전 국민 관심과 함께 생활 체육으로 수영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영복과 수영 용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박 대표는 “이에 스윔 라인 비중을 전체 2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해나가고 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앞으로 스윔 카테고리 상품력 강화, 대형 스포츠 이벤트, 국가대표 선수단 후원 등 전략적인 스포츠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카테고리 확장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 아래 공식 자사몰 매출 규모만 연간 1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이는 브랜드 전체 판매비용을 절감하고 이익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생산 원가 절감, 효율적 비용 집행에도 열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전에는 고품질 저비용 구조의 경쟁력 있는 소싱이 어려웠지만, 더네이쳐홀딩스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원가 절감을 이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레드벨벳 ‘조이’를 기용, 젊은 세대에 어필하고 있는 배럴(좌). 배럴은 전문 수영복 라인을 강화,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우). (배럴 제공)
약점은 없나

애슬레저, 여성복도 이 시장 진출

배럴의 선전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애슬레저, 아웃도어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위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 브랜드는 기능성 소재를 강조하며 다양한 래시가드 등 워터 레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호캉스가 대중화되고 수영복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자 여성복 브랜드마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리조트웨어와 스윔웨어를 선보이는 와중이다. 넓게 보면 모든 패션 브랜드가 잠재적 경쟁사가 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배럴만이 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새롭고 차별화된 도전을 계속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해 들어서도 전속 모델 레드벨벳 ‘조이’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 활동 등의 효과로 실적이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박영준 대표는 “워터 스포츠와 관련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국내 최고 워터 스포츠 전문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며 “고객들이 여행과 여가 활동을 통한 설렘과 활력을 느끼는 가장 멋진 순간에 늘 함께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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