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16만원에 파는 샤넬 향수…쇼핑몰은 '반값'[헛다리경제]

박현주 2024. 1.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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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싼 가격에 속아 구매한 위조상품
중개플랫폼 구제책에도 여전히 '활개'
'중금속 범벅' 귀걸이 등 건강 해칠 수도
"플랫폼 책임 강화…소비자도 가격 따져봐야"

편집자주 - 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같은 제품을 반값에 살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할까.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단연 '가격'일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매를 결정했다간 위조상품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 반값에 산 명품 향수, 알고 보니 가품…중금속 검출 사례도

e커머스 시장에 '짝퉁 경계령'이 내렸다. 쿠팡, 네이버쇼핑, 11번가, 옥션 등 국내 e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플랫폼도 위조상품 판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위조상품의 덫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위조상품의 경우 정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소비자 입장에선 손이 간다. 특히 병행수입, 공동구매 등 '꼬리표'를 달고 속여 팔면 소비자는 유통과정에서 거품이 빠져 가격이 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난해 10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지난 5년간 온라인플랫폼별 위조상품 적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7만5000원에 팔린 '블루드샤넬 오드퍼퓸 향수 100ml'는 가품으로 드러났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에선 정가 15만9000원에 팔리는 제품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팔린 '블루드샤넬 오드퍼퓸' 가품. 분석 결과 이물질이 검출됐다. [이미지제공=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대형 e커머스 플랫폼의 이름값을 믿고 거래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위조상품을 사전에 걸러내는 필터링 정책을 마련해뒀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지난 5년간 네이버 플랫폼 내에서 가품이 유통되다 적발된 건수는 29만7200건에 달한다. 부문별 가품 적발 건수는 ▲블로그 13만8532건 ▲카페 13만3442건 ▲밴드 1만4926건 ▲스마트스토어 1만300건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기준 네이버 다음으로 가품 적발이 많은 곳은 인스타그램(29만3554건)이었다. 인기와 지명도를 가진 인플루언서를 믿고 구매했다가 가품을 구매하는 낭패를 볼 우려가 있는 것이다. 쿠팡 역시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명품 시계, 유명 연예인과 협업 제작한 운동화 등이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금전 피해보다 더 큰 문제는 위조상품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조상품을 불법 제조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안전 성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귀걸이 등 액세서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성분이 검출되면 구매자가 큰 피해를 볼 위험도 있다.

이달 관세청이 발표한 '지식재산권 집중단속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수입 물품 중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14만2930점이 적발됐다. 이를 분석한 결과 안전 기준치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930배에 이르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루이비통, 디올, 샤넬 등 해외명품 브랜드의 가품 귀걸이 24개 제품 중 83%에 해당하는 20개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는데, 이 중 3건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도 함께 나왔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납은 중독 시 신장계, 중추신경계, 소화계, 생식계 등의 질환을, 카드뮴 역시 중독 시 호흡계, 신장계, 소화계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직원이 지식재산권 침해물품 중 납과 카드뮴 등이 검출된 귀걸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11월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짝퉁)에 대해 집중단속한 결과 짝퉁 물품 142,930점을 적발, 그 중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 대해 성분 분석을 한 결과 25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플랫폼업계 자구책 힘쓰지만 가품 여전…"플랫폼 법적 책임 강화해야"

업계도 가품과의 전쟁에 나섰다. 자칫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얻었다간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전담팀을 구성해 법무 검토 및 모니터링을 통한 위조상품 사전 차단 지원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도 자체 개발한 AI 기반 솔루션을 두고, 명품의 경우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 개런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G마켓에는 자체 위조품 필터링 시스템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으로 의심되기만 해도 100% 환불해주는 등 위조상품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조상품 유통의 뿌리를 뽑기 위해선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판매중개를 의뢰하는 소비자에게 신원 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등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네이버에서 구매한다고 생각하지, 거기에 입점한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구입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설령 플랫폼이 중개 몰이라는 걸 알더라도 소비자는 그 차이를 명료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이 사전적으로 가품을 걸러내는 프로세스나 필터링 절차를 강력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플랫폼이 여전히 위조상품 필터링 정책에 소극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후적인 측면에서 가품이 발견됐을때 피해 보상이나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입점시켜야 하는데 아무래도 정품은 더 비싸니까 플랫폼 입장에선 A급 가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역시 정품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격이 싸면 뭔가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고 거래해야 한다"며 "가격은 1원이라도 더 싼 걸 찾으면서 진품을 원하면 어딘가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싸거나 의심스러우면 거래를 하지 않는 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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