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이 역사적 대목마다 남긴 대예언, 자세히 풀어"

윤성효 2024. 1.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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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남 작가 책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펴내

[윤성효 기자]

"스님, 통일이 되겠습니까."
"통일은 돼."

신문사 기자의 질문에 탄허(呑虛, 1913~1963, 속명 김금택) 스님이 했던 대답이다. 통일 시기에 대해 탄허 스님은 "3·3, 4·4에 통일이 돼"라고 하면서 "지금은 말할 수 없어. 나중에 그걸 풀어내는 사람이 내 제자 중에 나올 것이야"라고 했다.

훗날 스님의 속가 제자(장화수 교수)가 "3·3은 목(木)을 상징하는 수이고, 4·4는 금(金)을 상징하는 수이기 때문에 목과 금이 들어 있는 해인 갑신년(甲申年, 2004년)이나 을유년(乙酉年, 2005년)에 남북통일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했다.

지난해 말 책 <탄허 큰스님 이야기-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피플워치 간)를 펴낸 백금남 작가는 "올해가 2023년이고 보면 그의 예측도 헛말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다가올 목과 금이 들어간 갑신년과 을유년이 다시 오려면 41-42년 후이니 그때 통일이 이루어질까"라면서 "통일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제 정세에 따라 이웃 나라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천기를 누설할 수 없기에 그 정확한 답을 위로 미루었다면 탄허의 행장 안에 그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십우도>의 백금남 작가가 책 533쪽에 걸쳐 탄허 스님의 여러 예측을 포함한 그의 삶을 '소설'로 조명해놓았다. 탄허 스님의 여러 예측 가운데 맞은 것도 있다. 특히 자신이 죽을 날짜와 시간까지 예언했는데 그 시간이 정확하게 적중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종명일까지 예언한 스님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왜 그가 '화엄학'에 그토록 몰두했는지 이해하게 되고, 수많은 그의 예언들. 그것이 허명에 의한 술(術)의 경지가 아니라 도(道)의 경지에 입각한 검임을 깨닫는다.

스님은 "미래를 아는 것이 도인 줄 알지만 술가의 사상이야. 술객이 하는 짓거리지. 도 자리는 아는 것이 도가 아니야"라고 했다. "술가의 사상이라고 하시면서 스님으로서 왜 예언을 하십니까?"라고 묻자 스님은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책은 "대답하면 살리리라", "나를 제도할 이 저기 있으니", "내게 와 묻고 절하지 말라", "언젠가는 돌아가리가"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님의 연보와 '그가 한 주요 예언들'이 정리되어 있다.
  
 백금남 작가가 펴낸 책 <탄허 큰스님 이야기 -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표지.
ⓒ 피플워치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며 입산

탄허 스님은 독립운동가인 김홍규 선생(독립운동 건국포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학의 전 과정을 공부했고,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고 여기며 나이 22세에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했다.

입산 후 스님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용맹정진에 돌입했고, 수행 2년만에 상원사에 마련된 승려연합수련소에서 한암 스님의 증명 하에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하루는 당대 국문학의 국보로 일컬어지던 무애 양주동 박사가 소문을 듣고 탄허 스님을 찾아가 <장자> 강의를 들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주동 박사는 훗날 한 강연에서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이 쓴 책을 설해도 오대산, 그 지혜로운 호랑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대산 호랑이란 바로 탄허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탄허 스님은 학승으로서뿐만 아니라 선승으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스님의 강의가 소문을 타면서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승들도 그의 강의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중 당시 최고의 선승으로 꼽혔던 전강 화상은 탄허 스님의 강의를 들은 후 젊은 승의 절을 맞절로 응대하기도 했다.

이 책은 금세기 최고의 학승이자 선승으로 추앙받는 탄허 대종사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은 전기적 소설이다. 사실 탄허 스님은 10만 장이 넘는 번역 원고를 남겼음에도 자신의 사적인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이에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백금남 작가는 여러 난제들을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이 책은 굳이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멀고 고리타분하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 아주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의 의식 근간이 되어왔음에도 항상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물컹물컹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탄허 스님은 6·25를 예언했다. 1949년 어느날 탄허 스님은 스승인 한암 스님한테 "통도사로 몸을 피해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개미들의 싸움을 본 탄허 스님은스승과 대화에서 "하늘은 하늘의 상을 보이고 땅은 땅의 상으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사람의 상만 상이겠습니까. 곤충들도 난리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지요"라고 했다.

탄허 스님은 번역 원고를 갖고 통도사로 향했지만 스승은 해가 바뀌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인 1950년 6월에 전쟁이 터졌고, 이때 스승 한암 스님은 "무릎을 쳤다"라고 한다. 탄허 스님은 피난 행렬을 뒤로 하고 오대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탄허 스님은 '일본 침몰'을 예언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미 탄허는 지구온난화로 일본열도가 가라앉을 거라고 예언한 바 있다"라며 "일본열도 2/3 가량이 바다로 침몰할 거라는 예언은 주역으로 풀어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손방(巽方)이고 손은 입야(入也)로 풀어야 하므로, 바로 이 입이 일본 영토의 침몰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허는 이미 그 땅을 빨아들이기 위해 지옥의 문이 열려 있다고 했다"라고 서술했다

이처럼 세계정세와 우리나라의 앞날, 자신의 종명일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대목 대목마다 예언을 남겼던 탄허 스님의 대예언이 자세하게 풀이되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백금남 작가는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로 199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사자의 서를 쓴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 <소설 신윤복>에 이어 법정 스님의 생애를 다룬 소설 <법정>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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