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캠프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최기영 2024. 1. 27.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엔데믹 겨울 캠프 현장을 가다
그래픽=신민식·게티이미지뱅크


겨울과 여름 방학에 진행되는 수련회 캠프 부흥회 등은 다음세대 크리스천들이 신앙적 모판을 다지는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겨울 연합캠프는 한 해의 시작을 새로운 도전과 결심으로 준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기로 여겨진다. 지속되는 교세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겨울 캠프가 달라지고 있다. 도심을 벗어나 전국 각 지역 수련회 장소에서 며칠간 숙식하며 진행하던 것에서 도심 한복판에 캠프를 마련하는가 하면, 숙박 없이 오후부터 저녁 시간에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분 참여도 가능해 직장에 다니는 크리스천들이 퇴근 후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동체성 강화, 캠프와 일상의 연결성 확대에 몰입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패러다임 변화, 참여자에 눈높이를 맞추다
김성경(왼쪽) 이종찬 전도사가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진행된 2024 원소울 캠프에서 크리스천 청년들의 현실적 질문에 응답하는 Q&A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친구다모여 제공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박성규 목사) 종합관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 스웨터를 맞춰 입은 청년들이 기타 반주에 맞춰 찬양을 하고 있었다. 찬양팀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한 참가자들이 ‘레드 카펫(Red Carpet)’이란 문구가 새겨진 대형 포토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마치 연말 시상식을 떠올리게 했다. 교회친구다모여(대표 이종민 목사)가 마련한 ‘2024 원소울 캠프’ 현장이다.

교회친구다모여는 팔로워 13만2000여명(2024년 1월 22일 현재)의 인스타그램, 교역자 찬양팀 미디어 사역나눔 등 5개의 커뮤니티에 걸쳐 5000명이 넘는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회 대표 기독교 소셜미디어 채널이다. 이들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캠프를 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합 수련회, 겨울 캠프는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캠프 주최자가 사전 계획한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야만 은혜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참석할 수 있을 때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도심,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시간대, 부분참여 등록제도 등을 고안한 것이죠.”(이종민 대표)

원소울캠프는 1, 2차 각각 이틀에 걸쳐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양일’ ‘하루’ ‘저녁 집회’로 나눠 등록할 수 있다. 황예찬 총괄기획 PD는 “현재 등록된 700여명의 참석자 중 150여명은 저녁 집회 부분 참여자”라며 “공식 캠프 시간 전후에는 교회별 기도회, 셀모임, 체험 활동 등 자유롭게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원소울 캠프에서 참가자들과 스태프가 방탈출 게임을 하는 모습. 교회친구다모여 제공


19~39세 크리스천들을 주요 타깃으로 온라인 신앙생활 도우미가 돼줬던 교회친구다모여의 DNA는 캠프에도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핵심은 MZ세대의 소통방식과 놀이문화에 있다. 오후 기도회가 마무리된 무대엔 유튜브 채널 ‘5호선 청년부’의 크리에이터 김성경 전도사와 ‘종리스찬TV’의 이종찬 전도사가 등장했다. 대형 스크린에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는 연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은 하난데 사역의 짐이 쏟아져요. 거부해야 하나요’ ‘술, 어쩌면 좋죠’ 등 크리스천들의 일상 고민이 표시되고, 두 전도사의 재치있는 입담과 성경적인 솔루션이 소개될 때마다 공감의 끄덕임과 박수가 이어졌다.

지난 3년간 최대 동시접속자가 1만명에 달할 만큼 관심을 끌었던 스토리텔링 방탈출 게임은 이번 캠프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참가자들이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12단계 미션을 통과하고 우승자가 되기 위해 실내외 곳곳을 누비는 동안 캠프 현장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공동체에서 재미와 의미 발견

팬데믹 이후 그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공동체 훈련에 방점을 두고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도 중요한 흐름이다.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지저스코리아 청소년 캠프(대표 유호성 목사)는 수련회의 핵심 키워드를 ‘공동체’로 꼽는다.

유호성 대표는 “팬데믹 당시 모임과 집회에 대한 강한 통제로 인해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다음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급격하게 심해졌다”며 “가정과 학교, 심지어 교회에서도 홀로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모습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캠프에서는 성경 속 ‘천로역정’ 스토리에 착안해 공동체별로 단합 미션을 수행하는 ‘미션 임파서블’, 참가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달란트를 무대에 펼치는 ‘슈퍼스타 J’ 등이 진행된다. 유 대표는 “공동체끼리 어울리며 얻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게 우선”이라며 “캠프 마지막 날 자체 인터뷰를 해보면 친구들과 하나의 울타리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애프터 케어, 일상 속 기도모임으로
네임리스 캠프 참가자들이 셰어링 프로그램을 통해 교제를 나누는 모습. 네임리스 제공

캠프에 참석해 개인적으로 은혜받고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교회나 학교, 직장 등 저마다의 일상 영역에서 신앙 모임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다음 달 13일 충남 대전 한국침례신학대(총장 피영민)에서 열리는 11차 ‘네임리스 캠프(Nameless Camp)’ 일정표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은 ‘셰어링(Sharing)’이다.

네임리스 캠프 참가자들은 입소와 함께 모두 ‘용사’로 불린다. 2박 3일간 여섯 번의 셰어링 시간을 함께하면서 서로의 신앙관 소개, 주제 문장이 적힌 카드를 활용한 나와 타인 알기, 팀별 ‘릴스(짧은 동영상 콘텐츠)’ 만들기 등으로 마음의 문을 연다.

네임리스 캠프 참가자들이 지난해 8월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찬양하는 모습. 네임리스 제공


박모세 네임리스 공동대표는 “오랜 기간 스쿨처치 운동을 펼치며 전국의 학교에 기도 모임을 세워온 나도움 목사와 함께 캠프를 구상하면서 우선순위에 둔 것이 ‘캠프와 일상의 연결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캠프 이후엔 신청을 받아 주일마다 ‘줌(Zoom)’으로 화상 기도 모임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학교와 캠퍼스에서 함께 기도하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고 덧붙였다.

네임리스 캠프 참가자가 캠프 후 신앙생활에 대한 다짐을 적은 메모지. 네임리스 제공


지난해까지 캠프 말미엔 참가자들이 ‘용사 선언문’을 함께 외쳤다. 올해는 한 가지 미션을 추가했다. 박 대표는 “이번엔 명함 크기의 용사 카드를 나눠주고 자신의 신앙적 다짐을 적은 뒤 6월 30일 인스타그램에 이를 지속하고 있음을 인증하면 선물을 전달한다”며 “이외에도 캠프에서 받은 영적 동력을 일상에서 지속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